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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 냉장설비 다 바꾸라고?…‘비용부담’ 어쩌나


입력 2022.07.11 06:53 수정 2022.07.08 18:0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냉장유통 10→5℃로 강화 추진

식중독 감소 등 소비자 보호 기대

추가 비용에 편의점 본사 부담 커

한 편의점에 가공유가 진열돼 있다.ⓒBGF리테일 한 편의점에 가공유가 진열돼 있다.ⓒBGF리테일

정부가 우유와 두부 등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을 현행 10도에서 5도로 대폭 낮추기로 하면서, 편의점 업계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냉장 진열대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11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오는 2026년부터 온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우유류와 두부의 냉장 보존·유통 온도를 현행 0~10도에서 0~5도로 낮춰 관리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편의점에서 국내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은 10도로 현재까지 60년째 유지되고 있다. 1962년 식품위생법을 제정하면서 냉장 온도 상한을 10도 이하로 정해놓고 글로벌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돼 왔다.


그러나 식약처가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을 갑자기 낮추기로 결정한 것은 식품 변질에 따른 소비자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다. 여름철 냉장 식품 변질로 식중독 환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어 관리 기준을 강화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편의점 업계는 취지에 공감을 한다면서도, 무리한 기준 강화가 가맹점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 사용하는 냉장 판매대 온도를 낮추는 것이 어려워서 사실상 우유류·두부 제품 판매대를 별도로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냉장 판매대 운영시스템은 1대의 컴프레서(냉매공급장치)에서 생산한 냉매를 배관을 통해 3~4대의 판매대로 공급해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일부 판매대 온도를 0~5도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컴프레서와 판매대 설치를 다시 시공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개별 점포 기기 교체 비용을 점포당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냉장판매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컴프레서와 1:1로 다시 시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대체적으로 편의점 시설이나 투자 공사는 본사가 하도록 돼 있어 가맹점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전국 편의점만 5만 여개가 넘는데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통을 위한 배송차량 문제도 상당하다. 현재 편의점은 우유류, 두부, 도시락 등 모든 신선식품을 함께 배송하고 있다. 하지만 우유와 두부만 5도 이하로 배송하게 되면 전담 차량이 필요해 증차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콜드체인 시스템이라는게 제조 공정부터 유통차량까지 전과정이 조절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점포 내부의 시설뿐 아니라 냉장 차량과 차량 기사, 공장 제조시설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편의점 CU에 설치된 밀폐형 냉장고.ⓒBGF리테일 편의점 CU에 설치된 밀폐형 냉장고.ⓒBGF리테일

◇ 편의점 본사, 갈수록 감당할 비용 부담 높아 ‘걱정’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부담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악재가 맞물렸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기세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갈수록 다양한 지원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갖는 부담도 적지 않다.


최근 편의점 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상생안’이라는 이름으로 각 400억~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매년 지원해 왔다. 점주들은 올해도 “상생안 지원규모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가맹점과의 상생안은 매년 체결을 하도록 돼 있다. 올해도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최저임금 등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하고 있다”면서도 “가맹점이 어려우면 본사도 힘든 구조”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본사 관계자는 “이미 냉장식품의 보존 온도 0~10도는 안정성이 검증돼 수십년간 국민들이 신뢰하고 있는 것”이라며 “규제에 따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최소 4000억 이상의 비용과 전기요금, 운송비 등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규제를 통한 비용 낭비는 소비자 가격 인상 문제로 직결될 수도 있다”며 “소매업소에 냉장판매대의 온도관리와 행정 지도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는 롯데마트·CU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부터 ‘냉장고 문 달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 매장 2곳, CU 매장 5곳이 개방형 냉장고를 문이 달린 냉장고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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