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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㉒] 호랑이해 토종버섯 수출 투톱…‘설한과 세나’가 뛴다


입력 2021.12.30 07:01 수정 2021.12.29 14:11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팽이, 내년 상반기 국내 품종 대체

느타리, 유럽 겨냥한 순백색 품종 개발

재배시스템 갖춘 한국상품 인기


국내 기술로 개발된 느타리버섯 '세나' 갓 모양이 흰색인 느타리버섯은 세나가 유일하다. 유럽을 겨냥해 개발한 세나가 내년에 어떤 활약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된 느타리버섯 '세나' 갓 모양이 흰색인 느타리버섯은 세나가 유일하다. 유럽을 겨냥해 개발한 세나가 내년에 어떤 활약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국과 반찬에서 버섯은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된장찌개부터 각종 전골류에서 버섯이 빠지는 것을 볼 수가 없지. 또 삼겹살에 새송이나 팽이버섯 구워먹는건 일상이 됐잖아.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버섯 종류도 어마어마해. 버섯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나고 자란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우리나라가 버섯을 30개국에 수출한다는 사실이 놀랍기만해. 그동안 외국품종을 들여다 역수출하던 팽이는 국산 품종 개발로 내년부터 순수 우리품종 수출이 가능해졌어. 느타리는 새롭게 떠오르는 새 수출 품목으로 주목 받고 있지. 내년에는 설한과 세나가 세계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기를 기대할께.”


우리나라 대표 수출 버섯인 팽이가 내년부터 순수 국산품종으로 세계를 누빈다. 더불어 느타리버섯을 새 수출품목으로 육성해 팽이・새송이에 의존하는 수출 시장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내년부터 국산품종인 팽이 ‘설한’과 느타리 ‘세나’를 농가에 보급해 수출 확대에 나선다. 설한과 세나는 올해 실증농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외국품종에 로열티를 지불하며 들여와 역수출하던 팽이는 설한의 등장으로 농가 수익이 상당히 개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느타리 ‘세나’는 버섯 수출의 새로운 다그호스다. 갓 부분이 하얀색으로 태어나 순백색을 선호하는 유럽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양송이 위주의 유럽 버섯 소비가 세나의 등장으로 느타리 소비의 확산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생대 백악기부터 살아온 버섯…효능은 “말해 뭐해?”


버섯이 지구상에 출현한 시기는 약 1억3000만년 전 공룡과 암모나이트가 번성했던 중생대 백악기 초기라고 추정된다. 한반도에서도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서 발견돼 공주 산림박물관에 보존된 버섯 화석으로 봐 이 시기로 보고있다.


버섯은 고대문명 발상지와 화려한 명성을 떨친 곳 어디에나 알려져 있다. 부족의 제사장이나 샤먼들이 마취 효과나 환각작용을 나타내는 버섯을 이용하기도 했다. 마야에서는 버섯을 지하세계 또는 죽음의 세계를 의미했다.


이집트 파라오들도 버섯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평민들이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로마인들은 먹을 수 있는 계층을 귀족으로 한정했다. 훗날 버섯이 병사들의 힘을 북돋운다고 믿게 된 뒤 병사들에게 먹도록 허락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버섯은 약용뿐만 아니라 각종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1000년 넘개 식재료로 써 온 만큼 효능은 입증됐다. 세계 각국에서는 새 품종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버섯은 약용뿐만 아니라 각종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1000년 넘개 식재료로 써 온 만큼 효능은 입증됐다. 세계 각국에서는 새 품종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오래된 역사만큼 버섯 효능은 이미 수많은 고서와 연구에서 입증 됐다. 우리가 접하는 버섯에는 수분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버섯은 단백질을 1~20%, 탄수화물을 3~80% 정도 함유하고 있는 저칼로리 식품이다. 다이어트에 버섯이 주로 사용되는 이유다.


특히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식물성 재료에서 부족한 라이신(Lys)을 함유하고 있어 식물성 단백질과 육단백질의 부족을 보완하기 좋다. 또 버섯류에는 맛을 좋게 하는 글루타민산(Glu) 함량이 높다. 이 가운데 큰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은 버섯 특유의 감칠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민지 인삼특작부 농업연구사는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버섯의 약리 기능성을 연구해왔다. 200종 이상의 버섯이 연구 대상이 됐으며 많은 버섯들의 효능이 입증됐다”며 “많은 버섯의 자실체와 균사체에서 항균활성, 콜레스테롤 저하, 혈당저하, 피부노화억제, 면역조절 기능 등이 있다고 알려진다”고 설명했다.


◆버섯 수출 중국이 단연 1위…품질과 차별성이 관건


세계 버섯 수출국은 단연 중국이 독보적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버섯 수출국 6개국 연간 생산량을 보면 2018년 기준 중국이 3842만t이다. 일본과 미국이 연간 400여만t을 수출하며 2~3위권에 포진돼 있는데 중국과 격차가 확연하다.


중국은 버섯 전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표고, 느타리, 양송이, 팽이, 큰느타리, 흑목이, 털목이, 기타 등 품목도 다양하다. 생산량은 매년 상승곡선이다. 세계 버섯 시장의 큰 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버섯 수출이 주춤하다. 느타리와 양송이 생산량이 현저히 줄었다. 팽이와 느티만가닥 버섯을 주력 수출품으로 내놓고 있다. 미국은 양송이 하나로 버섯 수출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버섯을 아가리쿠스 버섯, 특수버섯, 약용버섯, 야생버섯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주요 품목인 큰느타리와 팽이는 특수버섯에 포함된다.


통계에서 보이는 것 외에도 네덜란드와 캐나다가 버섯을 전략적으로 수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5년간 평균 생산량이 약 30만2000t에 불과하다. 다만 양송이 주요 수출국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하다. 생산량의 20%만 국내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전량 수출하는 전략을 사용 중이다.


오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농업연구사가 버섯 배양실에서 버섯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오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농업연구사가 버섯 배양실에서 버섯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캐나다 역시 지난 5년간 평균 생산량은 13만4000톤으로 적은 규모다. 하지만 최근 송로버섯, 팽이, 느타리류, 표고 등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목할 부분은 팽이와 큰느타리의 경우 한국 기술을 이전받아 온타리오주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버섯 수출국가와 확실한 차별화로 승부하고 있다. 버섯 재배 기술 가운데 ‘병재배’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 중이다. 병재배는 말 그대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850~1100㏄ 병모양 용기에 톱밥을 주재료로 해 영양원인 면실박, 비트펄프, 쌀겨, 밀기울 등을 배합하는 방식이다.


입병, 살균, 접종, 배양, 생육 등 여러단계를 자동화 기계작업으로 수행하고 공조시설이 구비된 실내에서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해 고품질 버섯을 양산하는 집약적인 재배방법이다. 병재배는 수확작업을 제외하고는 전과정을 기계화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간생산물량 예측과 계획생산이 가능하다. 또 기계화로 인한 품질이 균일하다. 노령인구가 많은 농가에서 생산이 수월하다는 특징도 있다. 시장시세에 민감하게 대처가 가능하고 자본회전이 빠르다. 국내 팽이 농가는 16호에 불과한데 수출 물량을 조달할 수 있는 것도 병재배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수출에 특화된 팔방미인 신품종 ‘설한과 세나’


버섯 수출은 저장성, 선호도, 씹는 맛 등이 품종의 우수성을 좌우한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 탄생한 ‘설한과 세나’는 3박자를 두루 갖춘 팔방미인이다.


흰색 팽이버섯 ‘설한’은 국산 품종 ‘백승’과 ‘우리1호’를 교잡해지난해 육성한 순수 국산 품종이다. 올해 3월 품종 보호출원을 완료했다. 버섯 발생이 고르고 균일하며 수량이 1병당(1300㎖) 425g 정도로 안정적이다. 밑동도 잘 뜯어져 수확과 포장이 쉽다.


특히 국내에서 재배되는 외국 품종(츠쿠마시T011)에 비해 갓(직경5.9㎜, 두께 4.9㎜)이 작고 두껍다. 대(길이 138.4㎜, 두께 3.2㎜)는 길고 단단해 저장과 유통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실제 보통 팽이 보관 기간이 냉장 60일 정도인데 비해 ‘설한’은 냉장 70일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전문가 시장성 평가에서도 저장성이 뛰어나 수출 품종으로 제격이며 씹는 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 청도에서 설한을 시범 재배하는 허종범 씨는 “팽이의 경우 수출을 위해서는 저장성이 좋아야 하는데 설한은 균의 활력이좋아 배양이 빠르고, 조직이 굵고 단단해 오래 저장할 수 있다”며 “앞으로 수출 품종으로 재배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팽이(2020년 기준)는 국내 버섯 수출량(1만9197t)의 54.8%(1만515t), 버섯 수출액(5101만6000달러)의 36.3%(1852만3000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버섯 수출에서 비중이 큰 품목이다. 국산 품종 보급률은 2009년 20%를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31.6%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버섯 품목보다 외국 품종 점유율이 높은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설한과 세사 이외에도 버섯에 대한 연구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배군득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설한과 세사 이외에도 버섯에 대한 연구가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배군득 기자

흰색 느타리버섯 ‘세나’는 국산 품종 ‘고니’와 ‘미소’를 교잡해 만든 품종이다. 지난 2019년 개발해 2020년 4월 품종 보호출원을 마쳤다. 다발 형성이 우수해 수량이 1병당(1100㎖) 157g 정도다. 기존 품종(고니)보다 24%나 많다.


특히 시장에서 선호하는 얕은 깔때기 모양의 갓(직경 31.88㎜, 두께24.04㎜)과 곧고 긴 대(길이 9.35㎜, 두께 69.09㎜)를 가지고 있다. 갓의 색깔이 회색빛이 도는 일반적인 느타리와 달리 흰색을 띠고 있어 흰색을 선호하는 유럽이나 미국 시장 공략에 알맞다.


일반 소비자 대상 식미 검정에서도 버섯이 흰색이라 모든 요리에 잘 어울리고 고급스러워 보이며 씹는 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북 충주에서 세나 품종을 시범 재배하는 김대락 씨는 “세나는 생육 일수가 짧고 다발성이 매우 우수한 편”이라며 “식감도 다른 느타리 품종보다 쫄깃해 앞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느타리버섯(2020년 기준)은 국산 품종 보급률이 85.9%에 달한다. 국내 버섯 생산량(16만9066t)의 27%(4만5724t)를 차지하는 핵심품목이다. 반면 수출량은 1.19%(228.8t), 수출액은 2.68%(136만80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세나가 느타리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야하는 이유다.


장갑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과장은 “팽이 신품종 설한은 저장성에, 느타리 신품종 세나는 색깔 선호도에 초점을 맞춰 육성한 것”이라며 “현재 버섯 수출 농가를 중심으로 현장 실증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이어 “국내에서 재배되는 다른 품종들과 수량이나 재배 조건은 비슷하면서도 저장성이나 선호도, 씹는 맛 등이 우수한 만큼 앞으로 수출용으로 널리 보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월 6일 [新농사직썰㉓]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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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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