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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우리나라는 성곽의 나라


입력 2008.02.18 12:02 수정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도성안에서 최첨단 대중문화가 홍수를 이루는 서울.

서울성곽의 북문인 숙정문 서울성곽의 북문인 숙정문
세종 때 학자인 양성지는 “조선은 성곽의 나라” 라고 할 만큼 한반도에는 어림잡아 약 2천 여 곳에 성곽이 산재해 있다.

기자는 30여년 가까이 전국에 홀로 남은 옛 성터 800여 곳을 발품 팔며 다녔다. 성곽 앞에 서면 나 자신은 거대한 사막에 하나의 모래알처럼 작은 존재임을 느낀다.

한강 상류에는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고구려 온달산성이 있다. 황산벌에는 부여방어의 보루인 백제의 성흥산성이 있고 보은에는 신라의 자존심을 세운 삼년산성이 장엄하게 버티고 있다. 고려는 천리장성, 조선에는 도성인 서울성곽이 자리 잡고 있다.

노송에 둘러쌓인 숙정문 노송에 둘러쌓인 숙정문

성곽안에서 600년 역사를 지켜온 서울도성 만큼 고졸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도 없다. 남대문은 알아도 그 문이 도성의 정문이란 것을 아는 젊은이가 얼마가 될까? 방화로 멸실된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성벽도 일부 복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제야 숭례문의 당당함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대도시의 스모그 현상으로 서울성곽을 제대로 보려면 아무래도 비온 후가 좋다. 북악스카이웨이의 팔각정에서 보면 산등성이를 휘감아 도는 성벽과 숙정문 그리고 빌딩 숲을 이룬 지금의 시가지는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다.

삼청동 인근 숙정문 삼청동 인근 숙정문

감사원을 끼고 계동산길에서 내려다보면 창덕궁과 종묘의 녹지가 거대하게 펼쳐진다. 계동산길 끝에 이르면 성북동으로 넘어가는 터널이 있고 다시 서울 성곽을 만난다. 성북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같은 이 길은 경치도 좋고 성곽의 높이도 나지막해서 아기자기하다.

역사향기 가득한 성벽을 따라 내려오면서 성북초등학교 뒤편에는 선잠단도 있다. 왕실 소유지였던 이곳은 역대 왕비들이 손수 누에를 쳐 백성들에게 누에농사의 중요성을 알리던 곳. 성북동, 돈암동 일부는 성벽 따라 산책로가 있으며 건너 낙산은 인왕산, 삼청동과 함께 서울의 3대 경승지로 꼽혔다. 봄날 이 일대는 진달래와 기암괴석들로 경관을 자랑했으나 이젠 찾아보기 힘들고 낙산일대의 샘물과 약수들도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수맥이 끊겨 이름만 남기고 있다.

낙산에서 본 서울성곽과 시가지 낙산에서 본 서울성곽과 시가지

낙산 정상주변 달동네를 중심으로 인왕산, 북악산, 등 남산방면에 1960~70년대에 복원했다. 그러나 성벽은 이화여대부속병원 뒷담에서 끊어지고 만다. 1899년 전차개통이 되면서 동대문을 사이에 두고 성벽이 헐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 성문과 성벽 사이에 다시는 연결할 수 없는 차도가 자리 잡게 된다.

을지로와 퇴계로가 만나는 지점에 ‘시체가 나가는 문´이라 해 시구문으로 불렀던 광희문이 있다. 광희문 일대에도 성벽 일부가 복원돼 있다.

광희문 광희문
장충체육관 뒤쪽으로 가면 끊어졌던 성벽이 다시 시작된다. 길 한쪽에는 주택가, 그 반대쪽에는 성곽이 나란히 이어져 수백 미터가 계속된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타워호텔에 이르면 고갯마루에서 성벽은 끊어지고 여기서 국립극장 쪽으로 길을 건너 남산능선을 따라 성벽은 정상으로 이어진다. 조선시대 전국각지에서 변방의 위급함을 이곳으로 전달했던 고대의 통신 봉수대도 보인다.

남산을 휘돌아간 성벽은 숭례문(남대문) 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일제 때 서울성곽이 가장먼저 파괴된 곳이다. 그러나 빌딩 숲 군락을 이룬 상공회의소 등 인근 건물 주변에는 아직도 성벽의 하단부가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동교회를 지나 이화여고 교내로 들어서면 유관순 우물이 있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원형극장이 있다. 그 주변에 무너진 성곽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지금은 사라진 돈의문(서대문)을 지나면서 인왕산이 시작된다. 가파른 등산로는 정상을 따라 성벽과 나란히 간다. 인왕산 정상, 서울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인근의 북악산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고 조선을 개국한 왕조의 본거지인 경복궁의 위용도 눈 아래 펼쳐진다.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서울 성곽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또 다른 산성, 탕춘대성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상명대학교 근처의 홍지문과 오간수문이 탕춘대성의 일부다. 인왕산길을 따라 창의문에 도착하면 여기서부터 북악산 구간의 급경사와 나란히 성벽이 숙정문으로 향한다. 초보자는 이 길을 피하는 게 좋다.

창의문 창의문
서울성곽 여행은 쉬엄쉬엄 가도 10시간은 산행해야한다. 태조 이성계의 조선 개국과 동시에 쌓은 도성은 높고 낮은 여러 개의 산을 타고 넘으며 불탄 국보 1호(숭례문)와 보물 1호(흥인지문)의 역사유적이 현존하고 있다.

고대성벽과 그 안에 근대도시의 최첨단 대중문화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곳이 서울이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서울성곽 탐방안내와 해설까지 곁들이고 있다. 40년 가까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으나 2007년 7월부터는 사전 인터넷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신분증만으로 출입을 간소화 했다. 개방구간은 와룡공원- 숙정문-백악마루-창의문 까지다.

자세한 내용은(www.bukak.or.kr)볼 수 있다.

최진연 기자(cnnphoto@naver.com)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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