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간부 10명 중 7명 증권거래소 출신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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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증권거래소 출신들이 한국거래소 요직을 독차지 하면서 조직 내부적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사무실 모습. 부산일보 DB

한국거래소(KRX)는 옛 증권거래소(KSE)?

한국거래소 간부 인사에서 옛 증권거래소 출신들이 요직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직 구성원의 소외감은 물론이고 부산 중심의 파생상품시장 축소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실이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거래소가 실시한 팀장급 이상 인사 82명 중 71%(58명)가 옛 증권거래소 출신이었다. 이어 코스닥위원회 출신이 11%(9명), 선물거래소 10%(8명), 코스닥 증권 7%(6명)로 집계됐다. 지난 2005년 통합 이후 채용된 인사는 1명이었다.

이달 초 팀장급 이상 인사서
71%가 옛 증권거래소 출신
본부장보급 이상 4명도 독점
조직 구성원 간 위화감 조성
증권·선물 자본통합 취지 무색


특히, 본부장보급 이상 고위직 인사의 경우 4명 전원이 증권거래소 출신이었다. 실제로 김병률 경영지원본부 본부장보, 안상환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 이용국 파생상품시장본부 파생상품연구센터장, 최욱 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 등 본부장보급은 전원 옛 증권거래소 출신들로 채워졌다.

또한, 부장급 인사에서는 전체 대상 23명의 74%(17명), 팀장급 인사는 전체 대상 55명 중 67%(37명)가 옛 증권거래소 출신이었다. 특히, 요직으로 통하는 자리에서 독점 현상이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거래소 인사를 책임지는 류승규 경영지원본부 인사총무부장과 주요 기획을 담당하는 송영훈 경영지원본부 전략기획부장도 증권거래소 출신이었다. 이들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이로인해 2005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출범 당시 자본 시장의 통합이라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 일부 직원들은 그간의 인사에 대해 "승진 인사에서 증권거래소 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현상이 최근 들어 심화됐다"면서 "증권거래소 출신으로만 인사가 편중되면 정책적인 측면에서 유가증권시장에만 치우치고, 옛 선물거래소가 담당하던 파생상품이나 코스닥시장은 상대적으로 홀대받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비 증권거래소 출신들은 "비주류로 밀려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거래소는 통합 당시 출신 기관에 따른 인사불이익 등 갈등이 우려되면서 2개의 노조가 출범했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 노조는 단일노조로 코스닥위원회와 선물거래소는 통합노조로 각각 활동했다. 그러다 2011년 공식적인 통합노조가 출범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는 한국거래소에 대해 시장감시본부장만 사전 승인할 뿐 거래소 다른 임원들 인사에 대해서는 사후 승인만 하고 있어 옛 증권거래소 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은 이에 대해 "통합 거래소의 취지를 살려서 인사 안배 등에 대한 개선안 마련을 요구하겠다"면서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중심지법상 한국거래소가 부산 본사 정책과 정신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도 따져 보겠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대해 "이번 인사는 시장전문가를 전진배치하고 보임자 교체를 통한 변화와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으며 출신기관은 고려요소가 아니었다"면서 "앞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평가기준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병철·이승훈·이정희 기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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