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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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신세대, 젊은 자신감을 분출하다

지난달 열린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천m 계주 시상식에서 은메달리스트로 호명된 곽윤기가 혼자 시상대에 올라가 '시건방춤'을 추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천m 계주 시상식장.

동메달을 딴 미국팀에 이어 호명된 한국 대표팀은 동시에 시상대에 오르지 않고 곽윤기(21)가 혼자 올라갔다. 모두가 의아해 할 즈음 곽윤기는 갑자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추며 V자를 그려 보였다.

그의 모습에서는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이나 시상식을 앞둔 경직된 모습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기묘한 행동에 놀랐을 법도 하지만 해설자도 "신세대답다"며 올림픽을 축제로 즐기는 당찬세대의 모습을 무난하게 받아들였다.

불과 2년 전 갈비뼈 골절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왕기춘(22)이 오열을 하며 카메라 앞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해댔던 것에 비하면 몇 년 사이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신세대들의 모습이 당차졌다.

1990년을 전후로 태어난 이들 신세대를 혹자들은 푸른색을 뜻하는 'Green'과 세계화를 뜻하는 'Global'의 영어 이니셜에서 따와 G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쓴 주역 대부분이 이 G세대에 속한다.

스피드스케이팅의 '광속 3인' 가운데 이승훈이 1988년생이고 모태범과 이상화는 각각 1989년생이다. 쇼트트랙 2관왕의 주인공 이정수도 1989년생이며 피겨 여제 김연아도 1990년생이다.

1989년생인 '마린보이' 박태환까지 포함시키면 저변이 두텁지 않은 스포츠 종목에서 최근 한국이 배출한 소위 '천재'들은 모두 이 나이 또래들이다.

이들은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보릿고개를 벗어난 뒤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기 시작한 시점에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단지 배가 고파서 호구지책으로 운동을 하던 전 세대와 달리 이들은 자신이 좋아서 운동을 한다. 고된 훈련을 하더라도 왜 그런 훈련이 필요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납득할만한 이유가 생기면 기꺼이 고통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확실히 스포츠계의 신인류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전용배 동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덕분에 해외훈련이나 국제경기 참가를 '옆집 드나들 듯' 하는 세대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면서 "개인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시대적인 발전의 혜택이 이들 세대에게서 꽃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역동적인 한국의 시대적인 아이콘으로서 이제 막 부각됐을 뿐이어서 이들이 만들어 갈 미래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다.

이상윤 기자 nu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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