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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뭘 해도 안 된다고 느낄 때…" 배우 장나라의 슬기로운 처방전

해결하진 못해도 함께 가보자는 내면의 다짐…주어진 재능에 감사하는 긍정적 에너지도 중요

2024.01.02(Tue) 14:56:41

[비즈한국] 2000년대 초, 드물게 연기와 노래, 예능,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어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던 이가 있다. 다름 아닌 배우 장나라다. 당시 음악방송 VJ로 시작해 시트콤 ‘뉴 논스톱’,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등이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그녀는 2000년대 초반 장나라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이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이후 그녀는 국내 인기가 절정에 달하자 이후 중국에 진출해 또다시 대단한 성공을 얻었고, 2011년부터는 다시 국내 드라마에 꾸준하게 출연해 “변치 않는 놀라운 동안미녀”라는 찬사를 들으며, 높은 시청률을 견인하는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해 왔다. 그런 장나라가 지난 연말 새롭게 출연을 시작한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tvN의 ‘유퀴즈(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한참 기자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엄청난 스타로 성장해 온 장나라를 봐온 탓일까. 내 기억 속의 장나라는 인터뷰 섭외가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급부상한 스타였으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늘 피곤함에 절어 있던 모습이 강렬했던 기억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가 기계처럼 돌려진다는 느낌이랄까. 저런 에너지로 활동을 하다 보면 금방 지치게 될텐데... 인기를 유지하기는커녕 과연 오랜 활동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던 스타였는데, 어느새 그녀는 24년 차 경력의 베테랑 배우가 됐다.

 

‘유퀴즈’에서 당시 미치도록 바쁜 스케줄에 치여 사느라 정작 본인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장나라는 “잠을 거의 못 잤다. (그런 여파 때문인지) 술도 안 마시는 스물한 살 여자애가 간과 위에 이상이 생겼다. 머리를 감다가 블랙아웃이 오기도 했다”는 인기 절정시절의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금은 짠하다 싶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장나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 지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후회 없이 화르르 태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담담히 고백하기도 했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유명인의 성공사와 현재 근황을 체크하는 프로그램답게 ‘유퀴즈’에서는 장나라가 새롭게 방영을 앞둔 신작 드라마 소개와 2년 전 결혼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그녀의 사적인 스토리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화의 소재를 인터뷰 내용으로 다뤘다. 심지어 과거 장나라의 히트곡 메들리 열창까지 무대로 만들면서 지난날 그녀가 얼마나 화려한 스타였는지 체감할 무렵, 대화를 차분하게 잘 이끌어 내는 유재석의 담백한 질문 사이로 “오 이 친구 봐라!” 싶게 만드는 장나라의 말이 삐죽, 다음과 같이 흘러나왔다.

 

“저기 빛이 보이는데 아무리 헤엄을 쳐도 올라갈 수 없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는 너무 괴로웠어요”라고 긴 시간 일해오면서 때론 이런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는 고백을 한다. 마음이 괴로우니 그녀는 “신이 재능을 주실 거면 왕창 주셔서 누가 봐도 잘하는 재능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신을 원망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후에 장나라는 어느 날 문득 씻다가 픽 웃음이 나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찾아왔단다. “내가 이 재능마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엄두조차 못 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드니 ‘어우,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아쉬운 재능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재능에 감사할 줄 아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참 멋지다 싶었는데,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다시 멋지게 이어 나갔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캡처

 

“작품을 할 때마다 한 두 신 정도 잘 못할 때가 있어요. 징크스처럼 신을 꼭 망치게 되어요. 그러면 속이 타들어 가고 끝날 때까지 그 실수가 계속 생각이 나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능력으로 다 할 수 없는 건 동료들, 감독님에게 맡기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좀 나아지더라고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채로, 같이 갈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뒤이어 그녀는 다음과 같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작품 촬영을 할 때 “‘내가 뭘 해도 안 되는구나! 지금은’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런 어려움을 안고 간 지 몇 년째가 됐는데 아직 지나가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같이 가보려고 해요. 그런다고 해서 제가 무너질 거 같지는 않으니까요.” 24년 차 경력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난관과 슬럼프를 극복해 내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게다가 힘든 시간 따위는 당장 극복해 내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혼이 갈릴 정도로 20대에 지친 시간을 보내본 장나라는 당장의 극복이 아니더라도, “해결하진 못했지만 함께 가보자”는 내면의 다짐으로 단단하게 한 호흡을 버텨내는 내공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뭘 해도 안된다’고 느낄 만큼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아닌, 같이 가보자고. 안 되더라도 끝까지 가보자고 말할 수 있는 긴 호흡의 마음은 비단 장나라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내 맘 같지 않게 일이 풀리지 않아서 마음이 타들어 가거나 조급해진 당신에게도 필요한 처방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장나라처럼 지금 나에게 이 재능이라도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음에 감사하며, 같이 뚜벅뚜벅 해결되지 않은 그 문제들과 함께 인생을 버티며 걸어나가 보는 건 어떨까. 안 되더라도 문제를 툭 던지듯 바라보며, 끝까지 무심하게 노력해 보는 그 마음. 그 마음으로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우리 그렇게 같이 함께 가보자.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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