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토: 끈적이고 냄새는 고약하지만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이 음식

  • 에리카 호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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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l of Natt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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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낫토는 발효시킨 콩으로 만든 일본의 전통 음식이다

올해 65세이신 필자의 어머니는 많은 이들이 혐오스럽다고 여기는 요리를 매일 준비한다.

낫토는 발효시킨 콩으로 만든 일본의 전통 음식이다. 낫토는 암모니아 비슷한 냄새와 콧물 점액 같은 끈적임이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심지어 어릴 때부터 낫토를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서도 말이다.

일본의 인터넷 통신 업체 니프티가 2017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62%만이 낫토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3%는 낫토 맛을 매우 싫어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낫토를 먹는다.

Nattō with raw e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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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낫토는 잘게 썬 파와 날달걀을 곁들여 먹는다

영국 런던에서 '유키네 키친(Yuki's Kitchen)'이라는 요리 교실을 운영하는 일본인 요리사 고미 유키는 "낫토는 고약한 냄새를 갖고 있다"면서 "냄새로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낫토를 항상 냉장고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키는 서구 가정에 치즈와 요구르트가 상비돼 있는 것처럼 낫토는 자신의 집에서 필수 식품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내쫓는 음식'

일본인들은 오랫동안 낫토를 '슈퍼푸드'로 여겨왔고, 낫토가 혈류 개선과 뇌졸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고령사회인 일본에서 낫토의 이러한 예방 효과는 특히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의 어머니는 종종 낫토 덕분에 혈액이 "비단"처럼 부드럽게 유지된다고 자랑하곤 했다. 심지어 일본의 뉴스 사이트 '소라뉴스24'는 "하루 낫토 한 상자가 죽음을 멀어지게 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본 센다이의 도호쿠대학 농업과학대학원 히토시 시라카와 영양식품학 교수는 "아마도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로 올해 초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된 장기간의 연구 보고서를 들었다. 도쿄 국립암센터 연구진은 낫토처럼 콩을 기반으로 한 음식을 매일 먹은 남녀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사망할 위험이 10%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Women sitting in a be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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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28%를 차지하는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다

시라카와 교수는 "발효된 콩 식품은 가공 과정에서도 영양분이 손실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때문에 낫토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낫토엔 풍부한 단백질과 철분, 식이섬유가 들어있는데, 특히 식이섬유는 혈압과 체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낫토는 사람들로 하여금 젊다고 느끼게 하거나 젊어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낫토 1인분(대략 40~50g)에는 일본 정부가 권장하는 일일 비타민 K 필요량이 모두 함유돼 있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성분도 들어있다. 또한 낫토에는 세포 교체를 촉진하고 피부 노화를 지연시키는 비타민 B6와 비타민 E도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시라카와 교수는 설명했다.

Seamed soybeans were wrapped in rice str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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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전통적으로 삶은 메주는 짚에 쌓아 발효를 시켰다

하지만 발효된 콩은 그 영양상의 이점이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일본인 식단에 필수적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몬트의 포모나 대학에서 일본 역사를 가르치는 사무엘 야마시타 박사는 발효콩이 일본 나라 시대(기원전 710년-784년)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설명한다.

"일본 역사 기록에 따르면 낫토는 기원전 700년대에 도입됐고, 가마쿠라 시대(1192-1333)에 귀족과 무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어요. 이후 무로마치 시대(1338년-1573년)에 불교의 영향을 받은 채식 요리가 대두되면서 두부와 낫토가 중요해졌습니다."

야마시타 박사는 에도 시대(1603년-1867년)에 들어서며 일본인들의 식단에서 낫토가 주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낫토가 요리책에 등장하고 가정에서 낫토를 해먹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낫토는 콩을 물에 담그거나 삶거나 혹은 찐 다음, 이를 '고초균(Bacillus subtilis)'의 일종인 박테리아와 섞는다. 이후에 짚으로 싸서 하루 정도 발효되도록 놔두는데, 발효 기간은 계절과 온도에 따라 변한다.

최근에는 낫토를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고 일본 전역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도 낫토를 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 개의 소형 용기에 나눠 담겨 있는 낫토 한 세트의 가격은 100~300엔(약 1000~3000원)이다.

용기에는 보통 한번 먹을 분량의 낫토와 함께 간장소스와 매운 겨자가 들어있다. 낫토를 먹는 방법은 이 세 가지를 잘 섞은 다음 흰 쌀밥 위에 붓는 것이다. 잘게 썬 파와 날달걀을 곁들이면 낫토의 풍미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낫토를 먹기 위해 젓가락을 들면, 한입 먹을 때마다 낫토가 실처럼 쭉쭉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Woman buying nattō in a super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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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본 전역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도 낫토를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보통 아침 식사로 낫토를 먹는다. 필자의 어머니도 그 맛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영양상의 이점 때문에 매일 아침 낫토 한 그릇을 비운다.

도쿄 긴자 지역의 보석 판매원인 후쿠타 아케미는 몸에 좋고 맛있다는 이유로 낫토를 일주일에 몇 번이나 먹는다고 말한다.

또 다른 여성 고미는 네 살배기 딸의 저녁 식사용으로 낫토를 즐겨 만든다며 낫토는 바쁜 엄마들을 위한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낫토에 대해 완전히 다른 수준의 애착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스즈키 마유코도 그 중 한 명이다. 하루에만 낫토를 2~3번 먹는다는 그는 아예 "낫토 인플루언서"를 직업으로 삼았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낫토 무스메(낫토걸)'로 알려진 스즈키는 나토에서 영감을 받은 특이한 음식을 파는 식당을 홍보하고 자신만의 낫토 요리법을 공유한다.

그는 주기적으로 낫토 파스타나 낫토 피자 그리고 심지어 낫토 젤라토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조합으로 만든 음식 사진을 공유한다.

"발효 음식만의 독특한 맛이 좋아요. 낫토를 넣은 음식은 풍미가 더 진해지고 부드러움이 가미되거든요."

Natt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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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낫토 특유의 냄새와 끈적함은 발효 과정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처럼 낫토에 열정적인 스즈키가 도쿄의 낫토 뷔페식당 '센다이야'를 세 차례나 방문한 건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약 900엔(약 9000원)의 돈으로 에다마메 낫토, 고마 낫토, 와카메 낫토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디저트인 낫토 도넛도 살 수 있다.

센다이야 식당의 하데 히데후미 사장은 1961년 야마나시현에서 회사가 처음 설립된 이래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히데우미 사장은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쿄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도쿄에는 현재 센다이야의 낫토 제품을 취급하는 자판기들도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는 가업을 잇는 건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슈퍼푸드'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낫토는 일본 밖에서는 인기를 얻는 데 실패했다.하지만 스웨덴 말뫼에 있는 혐오음식박물관에 전시되며 충분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박물관의 안드레아스 카렌스 관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낫토를 꺼리는 건 두 가지 이유, 즉 끈적임과 냄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낫토엔 흙에서도 발견되는 박테리아가 있기 때문에 흙냄새가 난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에는 낫토 외에도 쿠이(페루의 기니피그 구이 요리)와 카수 마르주 ('구더기 치즈'로 불리는 사르디니아 치즈) 같은 요리들이 나와 있다. 팝 타르트나 트윙키 등 미국 과자들도 전시돼 있다.

"어떤 음식을 맛있거나 혐오스럽다고 느끼는 건 문화적인 이유에섭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며 자랐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도록 교육 받았는지 등에 따라 맛있는 음식 혹은 혐오 음식이 되죠. 낫토가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Natt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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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런던에서 일본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고미는 낫토 특유의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걱정했다

런던에서 일본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고미 역시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2013년 출간한 요리책 '집에서 즐기는 스시(Sushi at Home)'에 나토 마키(나토가 들어간 일본식 김밥)를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사람들이 낫토의 고약한 냄새를 싫어할까 봐 사람들의 반응이 무서웠어요. 조금 창피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후 그의 요리 교실엔 낫토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이 더 찾아왔다고 전했다.

"일본 여행을 할 때 아침 식사로 낫토를 제공하는 료칸에 머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먹어보니 이상하고 끈적끈적했다며 소감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렇게 느낄 만도 해요. 하지만 낫토가 매우 좋았다며 구입처를 문의하는 사람도 있어요."

고미는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도 언젠가 자신만큼 낫토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시장 같은 곳에서 낫토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김치나 케피르, 콤부차 같은 발효 음식이 유행이잖아요. 낫토의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