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떻게 '스카이 퍼피'를 만들었나?

  • 자리아 고베트
  • BBC Future
육되는 누에나방은 야생 종보다 더 크고 하얀 고치를 만들어낸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곤충을 변형시켜 왔다. 그런데 이것이 인류세('인류'가 지구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시대)에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곳은 일본의 어느 공장. 며칠 전 태어난 곤충 백만여 개체가 섬세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며칠전만 해도 모래알 크기였던 곤충이다. 지금은 쉼표 하나 크기의 황갈색의 작은 애벌레가 됐다.

이 곤충들에겐 컨베이어 벨트가 어머니 역할을 한다. 하루 세 번씩 뽕잎을 무심하게 떨궈주기 때문이다. 먹이가 떨어지면 애벌레들은 빠르게 먹어치운다.

불과 몇 주 후면 평평한 테이블에 흩뿌려진 뽕잎도 먹을 정도로 성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의 손가락 굵기 정도로 살이 오르고 크림색 종이같은 표피를 갖추면, 이들은 골판지 선반에 들어가 며칠간 하얀색 고치를 만들 것이다.

이 곤충은 누에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누에는 최대 1조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누에 이야기는 동화책이나 농업 박람회, 농장 이야기 등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양잠(누에치기)은 지구상에서 양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곤충 사육이다.

누에와 인간의 관계는 오랜 역사를 지닌다. 약 7500년 전, 말들이 바람이 휘몰아치는 러시아 남서부 대초원을 떠돌고 칠면조가 북미 삼림 지대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이었을 때. 그때부터 누에는 중국 중부의 뽕나무 숲에서 인류와 관계를 맺어왔다.

이후 수천 년간 누에는 유전적, 행동적, 생리학적, 심지어 미학적 차원에서도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누에 외에도 이러한 변화를 겪은 곤충들이 있다.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곤충을 활용한다. 세계 각지에서 밀웜이 컨테이너째로 옮겨지고, 가정에서 귀뚜라미가 애완용으로 길러진다.

휴대용 벌통에 담겨 전국을 누비는 꿀벌도 있다. 그런데 세대를 거듭하면서, 곤충이 달라지고 있다. 곤충에 대한 인류의 의존도가 올라가는 만큼, 곤충도 인간에게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사육되는 누에나방은 야생 종보다 더 크고 하얀 고치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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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과 인류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사육 곤충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 야생 곤충이 질병으로 사라지는 한편 곤충을 제대로 기르기 위한 기준이 거의 없는 상황은 원치 않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곤충은 인간과 함께 하는 삶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인류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이상한 돌연변이

인간에 대한 누에의 의존도를 이해하려면 성충을 살펴봐야 한다. 대다수의 누에는 비단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던지며 생을 마감한다. 고치 안에서 자라던 나방은 산 채로 삶아지고, 아늑했던 고치는 무덤이 되는 것이다.

애완용(누에 유충은 파충류 먹이로 인기가 있다)으로 길러지거나, 번식용으로 길러지는 누에들은 이들과 달리 생의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누에는 고치를 만들면, 애벌레와 나방의 중간 단계인 번데기로 변한다. 그리고 이후 10~14일 동안, 몸 전체를 세포 단위로 해체하고 새롭게 만든다.

성충은 인간의 아기처럼 머리부터 고치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액체로 흠뻑 젖어 있지만, 기어 가면서 이들의 범상치 않은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만화에 나올 법한 크고 검은 눈, 스패니얼(개의 한 종류)의 귀처럼 아래로 떨어지는 두껍고 털이 많은 더듬이, 푸들처럼 털로 덮인 몸을 가진 성충은 흡사 만화 포켓몬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반면 날개는 큰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서, 아이들이 파티 때 입는 옷처럼 느껴진다.

반면 누에나방의 야생 종은 얼룩덜룩한 갈색 빛깔, 비교적 작은 몸체, 큰 날개를 가졌다. 만약 이 나방 하나가 옆에 내려앉은 걸 보면, 정원에서 흔히 보던 곤충으로 보일 정도다.

사육에 길들여진 누에나방은 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잃었다. 일주일 남짓한 성체 수명을 이어가는 동안 이들은 포식자를 피할 방법도 없고, 기어다니며 짝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위해서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하다.

대규모 단일 작물 재배는 엄청나게 많은 수분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백만 마리의 꿀벌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일이 많아졌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대규모 단일 작물 재배는 엄청나게 많은 수분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수백만 마리의 꿀벌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일이 많아졌다

프랑스 로렌 대학의 동물생물학 및 생태학과 교수인 토마스 르코크는 누에나방을 사육이 수천년간 이어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극단적 사례라고 말했다. 인간의 개입 없이는 생애 주기를 완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르코크는 "사육은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연속적 상호 작용"이라며 "그 안에서 '유기체가 전체 생애 주기를 포로 상태로 마치게 됐을 때 사육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사람들은 사육을 통해 달라진 누에나방에 "스카이 퍼피"라는 별명을 붙인다. 실제로 스카이 퍼피는 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야생종에 비해 느리고 후각도 좋지 않다. 뇌가 작고, 심지어 장내 미생물도 다르다. 결정적으로 양잠 누에는 비단을 생산한다.

누에는 타원형 고치를 만들 때 입 주변을 사용한다. 입 주변에서 단백질이 풍부한 액체가 분비되고, 이것이 굳어지는 것이다. 유충은 작은 머리를 흔들며 이 액체를 공중에 흩뿌린다. 이 과정을 통해 약 915m 길이의 비단실로 만든 안식처가 완성되는 것이다.

날 것 상태에서 비단은 일종의 접착제 역할은 한다. 반면 양잠 누에는 더 크고 하얀 고치를 만들 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 인위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단백질(세리신)을 훨씬 적게 생산한다.

야생 누에나방은 이제 사육을 통해 너무 변형된 누에와는 다른 종이 됐다. 그렇다고 모든 사육 곤충이 이처럼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까다로운 질문

웨일즈의 한 농장에 여왕이 도착했다. 여왕을 맞이하는 밴드의 행진도 보안 요원이나 군중도 없었다. 반면 이 군주는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배송되는 과정을 견뎌야 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녀를 기다리던 사람들 한 켠에는 냉동 설탕이 쌓여 있었다.

이 여왕은 고귀한 벅페스트 품종의 꿀벌이다. 다른 벌집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졌다. 이 여왕벌은 상자에서 나와 냉동 설탕이 뿌려진 길을 따라 새로운 궁전으로 입성할 것이다.

사육된 누에나방이 야생종보다 귀여운 모습을 갖기도 하지만, 이는 우연히 나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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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꿀벌을 야생 곤충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꿀벌은 인류가 처음 꿀과 밀랍을 채집하며 길들인 이래, 9000년 이상 인간과 관계를 이어 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꿀벌이 태양신의 후손이라고 믿으며, 속을 비운 점토 관에 꿀벌을 담아 키웠다. 2015년에 고고학자들이 마야 유적지에서 신비한 점토 유물 하나를 찾아냈다.

이 유물은 고대의 벌집으로 추정되는데, 서구 식민지 세력들이 남미에 도착하기 전부터 곤충 사육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기원전 10세기 초 요르단 계곡 지역에 토종 꿀벌을 대체하기 위해 특정 종이 수입된 흔적도 있다.

아마도 가장 열정적인 양봉가는 중세의 승려일 것이다. 이들은 보호복(얼굴을 짚으로 덮고, 몸에는 흰색 후드 가운을 걸쳤다)을 입고 인위적으로 만든 통으로 꿀벌을 기르며, 꿀이나 벌꿀 술을 팔아 수도원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양봉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꿀벌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것은 2012년 게놈 조사 때였다. 대부분의 가축은 야생종보다 유적적 다양성이 낮다. 하지만 양봉 꿀벌은 유전적 다양성이 야생종보다 더 높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늘날 가장 널리 사육되는 꿀벌인 '아피스 멜리페라'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에서 야생종으로도 발견된다. 전 세계에는 이것의 하위 종이 분포하며, 현지 환경에 적응했다. 유럽 꿀벌은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고, 아프리카 꿀벌은 더 공격적인 식이다.

인간은 수세기 동안 꿀벌을 통제해 왔다. 먼 거리로 꿀벌을 옮기고, 가장 바람직한 특성을 가진 꿀벌을 고르고, 다양한 품종을 교배시켰다. 그러나 특이한 번식 방법 때문에 야생 개체군과 양봉 개체군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생기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거미를 활용해 금속 비단 또는 강도가 아주 높은 비단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누에를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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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과학자들은 거미를 활용해 금속 비단 또는 강도가 아주 높은 비단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누에를 개발중이다

꿀벌은 암컷중심 사회다. 거의 모두가 자매와 이복 자매 관계이며, 어머니인 여왕과 일벌이 구분된다.

여왕벌은 처음 집을 떠날 때 딱 한 번만 짝짓기를 한다. 여왕벌이 수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날아가 15~20 마리의 수벌과 짝짓기를 하고 향후 사용할 수 있게 정자를 보관한다. 여왕벌의 식민지에 있는 모든 후세대 꿀벌은 이 조합에서 나온다.

그런데 곤충을 사육할 때 이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킨다. 짝짓기를 위해 모여든 수벌 중에는 야생 개체와 인간이 사육하는 개체가 섞이고, 종종 여왕벌은 두 종 모두와 짝짓기를 한다. 이 때문에 꿀벌이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는다.

시드니 대학 행동유전한 교수인 벤자민 올드로이드는 "실험을 해봤더니 사육 개체군을 풀어줘도 야생 개체군과 똑같이 잘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벌을 완전히 사육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인간과의 관계를 시작한 포유류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오늘날 소 중에는 풀어놓으면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소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야생 종은 대담한 공격성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1세기 동안 양봉가들이 시도했던 가장 효과적인 교배는 데본에 있는 벅파스트 수도원 소속 수도사 아담 형제가 만든 것이다.

유전학에 관심이 있었던 또 다른 유명 수도사의 발자취를 따라, 아담은 20세기 초 서로 다른 지역에 서식하는 하위 종들 중에 바람직한 특성을 가진 것들을 교배시켰다. 이를 통해 질병에 강한 "벅페스트 벌"이 만들어졌다.

양봉가들은 보통 생산성이 떨어진 여왕벌을 교체한다. 하지만 새로운 여왕벌을 가져오려면, 일벌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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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양봉가들은 보통 생산성이 떨어진 여왕벌을 교체한다. 하지만 새로운 여왕벌을 가져오려면, 일벌들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야생 꿀벌과 양봉 꿀벌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벌은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르코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 생애 주기 대부분을 통제하는 일부 개체군이 있고, 선택적으로 번식된 벅페스트 같은 종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꿀벌은 현재 사육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야생 종이 사육 종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반대 현상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올드로이드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가장 흔한 야생 꿀벌인 브리티시 블랙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질병으로 거의 전멸하기 전까지 수천 년간 유럽에서도 지배적인 품종이었다. 최근 이 벌이 영국에서 다시 발견되기도 했지만, 주로 유럽 식민지 세력들을 통해 들어간 뒤 호주에서 계속 번성해왔다.

올드로이드는 이 꿀벌이 현재의 유럽 품종에 더 가까운 양봉 꿀벌과 계속 짝짓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양봉 개체군에서 야생종으로 많은 유전자가 전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한 일입니다."

새로운 물결

그럼에도 상황은 새로운 관행의 등장으로 곧 바뀔 지도 모른다.

요즘에는 인공 수정이 전 세계 양봉가들에게 점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인위적이면서도 복잡한 방법이다. 첫째, 여러 수벌을 죽인 뒤 배 부위를 눌러 정액을 짜낸다. 그리고 여왕벌을 이산화탄소로 마비시키고 정자 혼합물을 생식기에 주입한다. 한 기업은 이 과정을 쉽게 만들어주는 꿀벌 수정 기계를 만들기도 했다.

양봉 꿀벌은 양봉가들로부터 위치와 식단, 건강은 물론 번식까지 통제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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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동안 수컷이 아닌 암컷 계통을 통제한 후, 이제 양봉가들은 꿀벌 번식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손쉬운 통제를 위해 보다 온순한 여왕벌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변화를 앞둔 곤충은 꿀벌만은 아니다.

르코크는 "(곤충의) 사육화 대부분은 아주 최근에 생겨난 흐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인류가 식량 생산을 위해 곤충에 전례없이 의존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매년 전 세계에서 벌, 꽃등에, 나비, 딱정벌레 등이 꽃가루 수분에 참여하는 비율은 재배 작물의 84%에 달한다. 현재 이 곤충들 중 많은 수가 야생이다. 하지만 곤충들이 대량 멸종하는 세계적인 "인섹타게돈" 속에서 사육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가고 있다.

또한 무당벌레처럼 해충 방제에 도움이 되는 곤충 사육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무당벌레 한 마리는 평생 5000마리의 진딧물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이미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미로 자리잡은 식용 곤충이 있다. 식용 곤충은 세계 인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점점 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요가 올라가다 보니, 농부들은 사육이 불가능해 보이는 종들도 도전하고 있다.

호박벌이 그 예다. 1980년대까지는 이 종을 사육할 필요가 없었다. 꿀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박벌 헛간이나 긴 풀, 오래된 토끼 구멍 등 야생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 멸균 실험실의 밝은 불빛 아래에서 여왕 호박벌이 식민지를 키우고 있다. 통제된 조건에서 짝짓기 한 후, 알을 낳고 플라스틱 상자에서 일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호박벌은 작물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대량으로 사육되지만, 이로 인해 야생 종이 해를 입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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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호박벌은 작물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대량으로 사육되지만, 이로 인해 야생 종이 해를 입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험실 호박벌은 토마토와 같은 실내 작물에 수분을 공급할 준비가 될 때까지 휴대용 벌통에서 설탕 용액과 꽃가루를 먹으며 자란다.

이는 사육화의 어두운 면이다.

우선 최근 과학계에선 벌이 낙관과 비관을 포함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호박벌이 나무 공을 가지고 놀고, 굴리고, 밀어내는 영상을 공개한 과학자들도 있다. 호박벌이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 활동은 가장 어린 벌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또는 실내 사육실 안에서 호박벌은 축구 게임을 즉흥적으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채집 및 탐험과 같은 활동을 못한다. 이로 인해 사육되는 호박벌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연구도 이미 나왔다.

게다가 야생 종에도 문제가 생긴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사육된 유럽 호박벌이 1990년대 대륙에 들어온 직후 야생으로 탈출한 뒤, 그 개체수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아직은 이 외래종이 칠레에 국한되어 있지만, 인간의 국경을 곤충이 존중하는 게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험실에서 호박벌이 사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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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 확산이 멈춘다 하더라도, 르코크가 보기에는 또다른 우려가 남아 있다.

그는 "소나 양 등을 보면, 이 종의 야생종은 대부분 멸종됐다"고 말했다. 너무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육화가 전 세계의 야생 생태계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특정 종이 사육을 통해 변화하면 분명 야생 종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르코크는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양식 연어가 기생충에 감염된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떠 다니는 그물 상자 안에 있는 양식 연어는 야생 상태보다 훨씬 더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해충이 한 물고기에서 다른 물고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양식업자들은 이 문제를 양식 연어에게 구충제를 먹여 해결한다. 하지만 과거 야생 연어는 인간의 의료적 개입 없이도 기생충을 이겨냈다. 벌과 관련해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양봉 꿀벌은 치명적인 기생충과 바이러스를 옮기는 데, 벌이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이러한 것들이 꽃에 남게 된다. 이 경우 양봉 꿀벌은 수의학 치료와 항생제로 구할 수 있지만, 야생 종은 그렇지 않다.

르코크는 "사육화로 인한 이 측면은 현재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곤충 사육화는 인류세에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류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점점 더 통제해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리아 고베트는 'BBC 퓨처'의 선임 기자다. 트위터 계정 @ZariaGorv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