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배우 이선균, 48세 나이로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택 추정

배우 이선균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배우 이선균의 생전 모습
  • 기자, 켈리 응, 제이크 권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싱가포르, 서울

배우 이선균(48)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서울 한복판에서 극단적인 선택 끝에 숨진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씨는 국제 영화계에선 지난 2020년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 ‘기생충’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은 이씨가 서울의 와룡공원 근처에 주차된 차 안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메모를 남겨두고 집을 떠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씨는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이 이씨의 시신을 찾아낸 이후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경찰은 유족이 부검을 거부했으며, 발인은 29일로 예정됐다.

경찰은 이씨가 해당 주차장에 도착한 시점, 사망 시점 등 사망을 둘러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이씨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던 배우다. 해당 영화는 부잣집인 박 사장의 집에 가난한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 척 들어오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내용이다.

통렬한 사회 풍자극인 해당 영화는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서울의 한 술집의 여주인과 함께 대마초와 케타민 등의 마약을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그 여성이 건넨 것을 함께 투약하긴 했으나, 불법 마약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여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집에서 이씨와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씨는 거짓말이라며 부인하는 한편, 변호사를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마약 검사에서도 음성 혹은 결정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은 경찰 측이 이씨가 조사 과정 중 숨져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모든 조사는 “[이씨의]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3일 19시간에 걸친 조사를 포함해 총 3차례 조사받았다.

이씨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측은 성명서를 통해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이씨의 사망 소식은 온라인상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관련 보도의 어느 댓글엔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편히 쉬기를”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다른 댓글 사용자는 “연예인은 인간이 아닌가? 사람은 살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아울러 이씨의 생전 작품 활동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한 영화 팬은 X(구 ‘트위터’)를 통해 “당신의 연기를 보며 울고 웃었다. 고맙다”고 적었다.

배우 전혜진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둔 이씨는 20여 년간 배우로 활동하며 영화와 드라마 수십 편에 출연해 2010년대 유명 배우로 거듭났다.

그러다 아카데미 역사상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영어권 영화인 ‘기생충’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까지 얻게 됐다.

한편 한국 사회는 연예인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이씨 또한 마약 복용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바르고 깨끗한 가족적인 이미지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경찰 조사 중 드러난 보도를 통해 그의 명예는 크게 추락했다.

지난 10월 말경,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들어가기 이씨는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서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씨는 해당 의혹의 여파로 10월 촬영에 들어간 미스터리 장르 드라마 ‘노웨이 아웃’에서도 하차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이씨가 광고 모델로 나선 광고 포스터 등을 매장에서 내렸다고 한다.

대마초 등 마약 범죄는 한국에서 중범죄로 여겨진다. 대마초 복용 시 최대 징역 5년 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마약류 범죄 척결을 약속했다. 올해 한국 정부는 마약 수사 부서를 확장하는 한편 경찰청장은 “마약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최근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은 한국의 연예인은 이씨 말고도 더 있다. 이달 초 유명 케이팝 스타 지드래곤이 몇 주간 걸친 조사 끝에 마약 복용 혐의를 벗었으며, 배우 유아인이 현재 마약 복용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추가 보도: 판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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