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다들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절약이 미덕인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는 아마도 경차가 아닐까 한다. 차 값이 쌀 뿐 아니라 등록 유지비는 물론 세금까지도 아낄 수 있으니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경차가 고마운 존재다. 요즘 경차 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차, 기아 모닝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시승차는 모닝 SLX 블랙프리미엄 모델.

길이 3535mm, 너비 1595mm, 높이 1480mm다. 휠베이스는 2370mm이고 트레드는 앞이 1400, 뒤가 1385mm로 앞이 넓다. 최저지상고는 145mm, 자동변속기를 단 차의 공차중량은 897kg다.

엔진은 직렬 4기통 SOHC 12밸브, 배기량은 999cc다. 5600rpm에서 최고출력 64마력, 4500rpm에서 최대토크 8.8kg.m의 힘을 낸다. 보어 66 스트로크 73mm로 롱 스트로크 엔진이다.

앞바퀴굴림방식으로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일체형인 토션빔 타입의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앞에는 V디스크, 뒤에는 드럼 브레이크에 ABS가 네 바퀴에 적용됐다. 자동4단 변속기를 달았고, 연료탱크 용량은 35리터, 메이커 발표 연비는 16.6km다.

시승차의 가격은 기본가격 881만원에 자동변속기 125만원, MP3오디오 25만원, 풀오토에어컨 75만원, 15인치 알루미늄휠 28만원 등을 더해 1,134만원에 달한다.

모닝 이전에 현대 아토스 기아 비스토 라는 경차가 대우 마티즈에 밀린 이유는 바로 디자인 때문이었다. 작은 차이기 때문에 예쁘지 않으면 선택받기 힘든 게 경차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차 범위가 배기량 1리터까지로 넓어지면서 성능이 앞서는 모닝의 입지가 넓어졌다. 소비자들이 모닝을 선호하는 것은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배기량 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티즈는 800cc, 모닝은 1000cc다. 경차의 배기량 기준을 1리터로 확대하는 데에는 현대기아차의 끈질긴 로비가 있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모닝의 디자인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길이 너비는 작지만 높이는 다른 세단정도 수준이어서 전체적인 비례가 정통 세단의 비례와는 조금 다르다. 세로가 조금 더 길어서 껑충하다는 인상을 준다.

시승차는 모닝에서 최고급 모델답게 경차에게는 호화로운 옵션들이 장착됐다. 방향지시등이 내장된 사이드 미러, 15인치 휠, 운전석 에어백, 전자동 에어컨, 운전이팔걸이 시트, 등 중형 세단 기본 모델에서도 찾기 힘든 옵션들이 다수 적용됐다.

실내 공간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5명이 타면 조금 비좁겠지만 4명이 타면 Z딱 좋을 공간이다. 머리 윗 공간도 여유있어 공간의 협소함이 주는 심리적 압박이 크지 않다. 뒤로 낮아지는 루프라인, 단단하고 넓어보이는 C필러 등이 차의 인상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엔진 소리는 조용하지 않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실내로 파고 든다. 속도를 높여 시속 150km 가까이 올라가면 엔진이 깨질듯 울어댄다. 시속 80-100km 정도에서 최적으로 보인다. 이를 넘어서면 힘들어 한다.

일자형 변속레버에는 오버드라이브 버튼이 있다. 변속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버튼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신 자동차에는 거의 사라지는 것이어서 오히려 구식이라는 느낌을 준다.

주행중 슬라럼 테스트를 해봤다. 기대보다는 잘 움직였다. 특히 뒤가 잘 따라왔다. 노면 충격에 의한 쇼크는 어쩔 수 없지만 핸들 조작에 의한 흔들림은 의외로 적었다.피칭보다 롤링이 우수했다. 짧은 차의 특징이다. 길이가 짧으면 차 전체가 빠르게 응답하고 날렵하게 움직인다. 같은 이유로 조금 과한 속도로 회전을 시도해도 부담없이 운전할 수 있다.

가속을 하면 한 박자 쉬고 때로는 두박자까지 쉬고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시속 100km에서 3,000rpm 전후를 가르킨다. 엔진회전수가 높은 편이다. 엔진 소리는 크지만 속도는 나지 않아 답답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이 차가 경차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성능을 포기한 대신 많은 것을 얻는 차라는 것이다. 개별소비세 등록세 등을 감면받고 공용주차장, 유료도로 등에서도 우대를 받는다. 이런 혜택을 생각하면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그리 탓할 일이 못된다.

브레이크는 만족할만한 수준을 보인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마지막 작동하는 거친 느낌은 아쉽다.

경차는 자동차의 근본에 충실한 차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가장 큰 소임이 있는 차가 경차다. 이동하는 동안 실내의 편안함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금 거칠어도, 조금 힘이 약하고 느려도, 조금 춥거나 더워도, 이해할 수 있다. 경차이기 때문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연비가아쉽다. 이 차의 소유자에 따르면 연료탱크 35리터가 300km남짓 달리면 바닥난다고 한다. 메이커가 말하는 공인연비는 16.6km/l이지만 이 차 오너들이 말하는 실제 체감 연비는 10km 정도인 셈이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경차다. 물론 운전습관 등의 개인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차의 연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연비 문제는 짚어봐야 할 문제다. 특히나 이 차는 경제성이 가장 중요한 경차 아닌가. 경차의 가장 큰 덕목이 경제성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기름 먹는 경차는 못 생긴 미스 코리아 만큼이나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