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진정 사랑한 배우 이은주

2월22일 인터넷을 켠 순간 영화배우 이은주 자살이라는 글귀가 쉼 없이 뜬다. 처음에는 영화의 한 장면의 내용인줄 알았다는 많은 사람들은 26살이란 꽃다운 나이로 요절한 한 여배우에 대해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쌓여있다. 여행을 좋아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도 산책을 할 만큼 꾸미지 않는 순수함을 갖는 배우. 관객은 물론 감독이 더 사랑하는 배우 이은주는 한 이미지만이 강한 여배우들이 많은 요즘 영화계에 단비를 뿌려준 촉망받는 배우였다.

“어떤 이미지에 제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아요. 그냥 관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은주가 출연했다고 하면 감독이 누구든, 함께 공연하는 사람들이 누구든 간에 신뢰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정형화된 연기 스타일이 없고 감정의 과잉을 앞세우기보다는 건조한 톤으로 캐릭터를 물 흐르듯이 소화하는 배우였다. 또한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래서 그녀가 출연하는 영화 속에는 항상 다른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삼각관계를 그린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에서 이은주는 흑백화면에서 절제된 연기력으로 사랑에 대한 냉소를 그려냈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총탄에 맞아 연인의 손을 놓치며 숨져가는 여인의 한스러운 눈빛으로 간한 인상을 남겼다.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역에 대해 감독의 미안함을 오히려 좋은 영화에 출연한 자체가 영광이라며 정말 영화를 사랑했던 이은주였다.

최근작 ‘주홍글씨’에서는 사랑을 갈구하며 죽음으로 치닫는 여인의 광기를 생생히 그려냈다. 특히 영화의 절정을 이루는 자동차 트렁크의 자살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변혁 감독이 “내 연출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참을수 있지만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그녀가 가장 즐겁게 찍은 ‘번지점프를 하다’등 많지 않은 그녀의 영화가 더욱 귀하게 생각되는 것은 출연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거름’같은 존재를 넘어 그 스스로 한국배우의 계보를 잇는 ‘거목’으로 성장할 배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도 영화를 사랑했던 그녀는 소위 잘 나가는 배우들의 겹치기 출현도 하지 않았다.

한 작품을 선정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작품에 몰입하는 성실한 자세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배우로 꼽혔었다.

우리들에게 보여준 진정한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로서 그녀를 영원히 기억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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