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수라' 주지훈, 그렇게 배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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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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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에서 문선모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시작은 왕자님(드라마 '궁')이었다. 늘씬하니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서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배우 주지훈은(34) 순식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숨에 높이, 밝게 빛난 남자인 만큼 그 불빛 역시 금세 사라질 거라 짐작했었는데. 아니었다. 왕자님은 변호사(드라마 ‘마왕’), 앤티크 사장(영화 ‘서양 골동양과자점’), 보험설계사(영화 ‘좋은 친구들’), 채홍사(영화 ‘간신’)까지 점점 더 자세를 낮추었고 종국에는 그 흔적까지 지웠다. 왕자님이 아닌 배우 주지훈은 그렇게, 또박또박 대중의 마음에 걸어왔다.

악인들의 생태계를 그린 영화 ‘아수라’(제작 ㈜사나이픽처스·제공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주지훈은 의리와 충성 사이에서 줄을 타는 후배 형사 문선모 역을 맡아 열연했다. 궁지에 몰린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의 절친한 동생이자, 극 중 가장 ‘평범한’ 인물이다. 가장 인간적인, 가장 평범한 남자가 점차 악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은 섬세했고 또 주지훈다웠다.

'아수라'에서 문선모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문선모의 첫인상은 어땠나?
- 대부분의 인간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쉽게 접근하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남자라고 이해했다. 생각해보면 하루하루가 어쩔 수 없음의 연속 아닌가. 세상사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아주 일상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 물론 이건 큰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했었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 또한 쉬웠다면 연기도 더 편안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 이해하기가 쉬웠던 거지, 구현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하하하. 어떤 식이었느냐면 어떤 씬을 찍고 나서 감독님도 저도 석연치 않은 기분을 느끼곤 했었다. 앵글도, 샷도, 연기도 딱히 흠잡을 건 없는데 뭔가 아쉬운 거지.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을 느끼곤 했었다.

극 중 가장 인간적인 역할이었다. 악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서서히 악인화가 되어가는 남자였는데
- 관점이 재밌다. 그 ‘인간적’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박성배(황정민 분)도 너무도 인간적이고, 한도경도 마찬가지다. 인간적이라는 게 가장 동물적인 건지, 문명화된 후의 모습인 건지 보는 이들마다 다르지 않겠나.

'아수라'에서 문선모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문선모를 완성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 전사 같은 건 늘 만든다. 형사니까 육체적인 위협도 많이 당했을 거고, 그런 과정에서 도경과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을 거로 생각했다. 분명 도경은 선모를 육체적으로 방어해주고 잘 돌봐줬을 거고. 우리나라 형사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 설정만으로도 여러 전사가 떠올랐다. 다만 이 전사를 만드는 과정을 쉽게 접근하려고 했다.

단순화시키는 작업이란 건?
- 첫 스타트를 심플하게 다가간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걸, 억지로 이해하는 게 힘들다. 시나리오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심플하게 다가가서 그것들을 여러 방식으로 굴리는 거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제법 심플하다. 워낙 디테일하고 세밀한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전사를 만드는 과정 역시 복잡할 거라 짐작했었는데
- 제 삶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다. 제 또래에 비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기도 하고, 가세가 기울었을 때 어머니가 저를 업고 파밭에서 일하기도 했었고. 그런 여러 경험이 연기에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신기하게도 액션 연기는 처음이다
- 그렇다! 제 이미지가 센가 보다. 액션을 즐겼을 것 같은가? 하하하. 정신적으로 힘든 역할들이 꽤 있어서 그런가.

예전에는 왕자님 같은 역할도 했었는데, 지금은 악착같은 캐릭터들을 더 많이 연기하는 것 같다
- 드라마 ‘궁’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이미지가 흐릿해져서 캐스팅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해온 작품들도 있었고, 또 다른 이미지가 쌓였고 나이도 30대를 넘겼고.

영화 '아수라'에서 문선모 역을 맡은 주지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수라’ 팀의 막내였다
- 처음 형들을 만날 때 정말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평소에 정말 좋아하던 배우들이니까. 흠모하던 사람들을 만나서 떨리는 마음이었다. 잘 보이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하하하. (정)우성이 형을 처음 만났을 땐 1시간 만에 소주 4병을 마셨다. 긴장돼서. 하하하.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하다 보면 주눅 들 수도 있을 텐데 주지훈은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다
- 사실 제가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라서. 어쩔 수 없으면 놔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실 사람들은 제가 밝고 낯도 안 가릴 거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되게 가린다. (낯선 사람들 만나면) 피로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 침묵이 싫고 낯설어서 그냥 제가 막 떠들어버린다. 낯섦을 극복하려는 나만의 방법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아닌 경우들이 있기도 하다.

‘아수라’ 팀도 사실 안 친한 거 아닌가?
- 아니다. 하하하. 아니면 형들이 날 그렇게 생각하나? 어쩐지…. 정민이 형에게 문자 하면 답장이 늦더라니.

형들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같다. 다들 귀여운 막내라고 하더라
- 형들도 귀엽다. 하하하. 제가 선배나 어른들을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어떤 후배가 날 어려워한다고 생각하면 거리감이 느껴지니까. 저는 선배들이랑 노는 게 너무 좋다! 그들의 은어와 말도 안 되는 텐션이 너무 웃기다.

영화 '아수라'에서 문선모 역을 맡은 주지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간적으로도 재밌는 형들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도 어떤 ‘재미’를 느꼈을 것 같다
- 다들 연기도 잘하고 배려심이 장난 아니다. 특히 우성이 형과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형이 어느 정도로 섬세하고 좋은 사람이냐면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신이 있었는데 제 몰입을 깰까 봐 스태프들에게 ‘만약 내가 목 졸려서 기절하면 얼른 와서 깨우라’고 몰래 지시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저는 액션 연기는 처음이니까. 서툴렀다. 넥타이로 목을 너무 졸라서 형이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다.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형들이나, 영화나.
- 너무 좋아서 찍으면서도 ‘너무 좋다! 너무 좋다!’ 했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가서 기웃거릴 정도로.

그런 ‘아수라’가 관객에게는 어떤 의미를 남기길 바라나?
-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마음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의 엔딩 내레이션이 ‘이럴 줄 알았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지 않나. 그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우리의 상황이기도 하고. 다들 목숨 걸고 살지만, 너무 힘들지 않나. 영화는 극적으로 표현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잘못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는 거칠지만, 이걸 보고 어떤 희망을 얻기를 바란다. 영화의 감정은 털어버리고 그 희망적인 기운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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