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일국, 60대에도 섹시 할 '배우'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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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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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 장영실 역을 열연한 배우 송일국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꽤 오랜만이다. ‘배우’라는 온전한 이름으로 대중들과 만난 시간이. 그동안 ‘삼둥이 아빠’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송일국이 ‘사극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를 오랜만에 마주하게 됐다. 약 3년만에 다시 그를 브라운관 속 배우로 내세운 ‘장영실’이 그저 고맙다.

송일국은 지난달 26일 종영한 KBS 1TV 대하사극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 / 연출 김영조)을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온전히 ‘송일국’ 이름 석자만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30%의 시청률을 넘긴 경쟁작과 견주어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배우 송일국으로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다소 홀가분하면서도 시원섭섭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많이 아쉬워요. 24부작이 참 짧더라고요. 50부작은 했어야 하는데.. 이제 좀 할 만하니까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CG 들어가는 부분이 많아서 사전 제작을 많이 했어야 하는데, 감독님께서 밤 새는 걸 싫어하시다 보니 제가 했던 작품 중에서는 그래도 체력적으로 가장 쉬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사량이 너무 많아 생각 외로 꽤 고생을 했죠. 그래서 NG도 좀 냈고요.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어요.(웃음) 시청률도 두 자릿수 유지 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해요. 오히려 첫 방 시청률은 기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드라마 수준은 너무 높았는데 두 자릿수를 넘은 건 대단하잖아요.”

송일국은 유달리 사극에 어울리는 배우다. ‘해신’에 이어 ‘주몽’까지. 그가 맡았던 사극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역시 그가 가장 잘하는 사극이었다. 그러나 뭔가 달랐다. 그간 무술에 능했던 왕을 맡아왔다면 이번엔 문과에 능한 과학자 역할을 맡았던 그다. 남다른 고충도 있었다고.

“소품 때문에 애를 먹었어요. 장영실이 만든 발명품들이 정교하게 움직여줘야 하는데 소품팀에서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복원하기는 쉽지 않았나봐요. 이 작품처럼 소품 때문에 고생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 장영실 역을 열연한 배우 송일국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송일국은 현대극보다 사극에서 얼굴을 많이 내비쳤다. 본인의 얼굴이 “클래식해서 시대극이나 사극이 잘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사실 사극 속 주인공을 연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송일국은 능숙하게 연기한다. 3년이란 드라마 공백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사실 ‘해신’ 촬영 때는 너무 힘들어서 ‘주몽’은 안 할려고 했어요. 그런데 운명이었는지 또 하게 되더라고요. 제 작품은 확실히 현대극보다 더 성공을 한 건 맞아요.(웃음) 현대극을 많이 했음에도 제가 사극 한 것만 기억해주시더라고요.(웃음)”

송일국의 ‘장영실’은 처음부터 그에게 맞는 옷이었다. 작가와 PD 모두 처음부터 송일국을 염두해뒀던 작품이었기 때문. 송일국은 “저도 참 신기해요”라고 의아해했다.

“오죽하면 제가 감독님을 만났을 때 ‘어떻게 저를 캐스팅 하셨냐’고 여쭤볼 정도였어요. 아마 제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지 않았으면 저를 생각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슈퍼맨이 돌아왔다’ 때문에 제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죠. 모두 아이들 덕분인 것 같아요.”

그렇다. 앞서 언급했듯 송일국은 ‘삼둥이 아빠’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다 보니 높은 연령대의 대중들에게는 그가 익숙하겠지만 젊은 층의 시청자들은 송일국이 배우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꽤 있었을 터. 그러나 그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그의 세 아들 대한-민국-만세와 출연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슈퍼맨’에 출연하기 전까진 꽤 오랜기간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었다.

“아이들 때문은 아니었지만 안 들어오더라고요. 덕분에 육아는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게 보통 아내가 아이를 임신할 때 남편들이 ‘돌 될 때까지 같이 키우자’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정말 육아만 할 줄은 몰랐어요. 돌 될 때까지 인터뷰 조차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육아의 신은 된 것 같아요. 하하하. 그게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빛을 발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삼둥이들이 돌 될 때까지는 정말 죽다 살아났어요. 작은 세탁기가 두 대 있는데, 그 두 대가 24시간 풀가동이었을 정도니까요. 젖병 씻다가 하루가 다 갔던 것 같아요.(웃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 장영실 역을 열연한 배우 송일국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그의 세 아들은 이제 만인이 사랑하는 아이들로 성장했다. 덕분에 송일국은 ‘삼둥이 아빠’라는 수식어에 가려져있었지만 그 수식어마저도 좋다고 너털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는 최근 SNS를 시작해 삼둥이의 성장기를 공개하며 많은 대중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있다.

배우 송일국은 독립운동가 김좌진의 증손자이자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손자, 그리고 배우이자 현 국회의원인 김을동의 아들이다. 그의 화려한 배경은 늘 그를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송일국도 단순히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배우였다.

“사실 공채에 합격하고 전속 계약 2년이 끝난 뒤 정확히 1년 동안 일이 없어서 계속 놀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은 제가 공채 출신인 줄 모르시더라고요.(웃음) 다들 오해하시는 게 후광으로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셔요. 물론 운이 좋았던 건 맞아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운이 좋았다는 것보다 전 늘 기본에 충실히 살았스비다. 제 인생의 목표가 ‘아내에게 좋은 남편,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자’에요. 사실 기본이지만 요즘엔 기본도 잘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됐잖아요. 저는 늘 바르게 살려고 노력 중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조상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그렇기에 송일국은 남들보다 더욱 올 곧을 수밖에 없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때문에 이런 환경들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 길 거리를 다니면 송일국이라는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삼둥이 아버지’라고 많이 부르세요. 기분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혹시,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일을 저질렀을 때 제 아이들까지 욕을 먹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늘 조심하게 돼요. 전 늘 바르게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송일국이 바른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김을동의 남다른 교육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주연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들이 올곧을 수 있게 김을동은 어머니이자 선배 배우로 송일국을 늘 채찍질하고 다독였다. 이 때문에 송일국 역시 무너지고 싶을 때에 단단한 어머니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

“‘해신’ 촬영 할 때 였어요. 완도를 가려면 5~6시간은 가야하는데 촬영이 끝나고 새벽 늦게 녹초가 돼 집에 왔었는데 어머니가 깨어 있으셨죠. 당시 제게 어떤 말씀을 하시려고 하길래, 순간적으로 너무 짜증이 나서 새벽에 폭발해버렸어요. (너무 힘들어)눈물이 다 날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보통의 어머니라면 자라며 아들을 다독일텐데, 저희 어머니는 그 큰 목소리로 새벽에 저를 크게 꾸짖으셨어요. ‘보조 출연자들, 단역들, 스탭들은 단 하루라도 너처럼 살고자 하는데 어디서 불평 불만이냐’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늘 제게 배우가 되기보다 인간이 먼저 되라고 하셨거든요. 그 점이 너무 감사하죠.”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자신의 소신을 밝힌 송일국. 그는 “관 속에 들어갈 때까지 촬영하고 싶다”는 말로 올곧은 목표를 대신했다.

“60대에도 섹시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송일국이 가진 이름은 참 많다. ‘누군가의 아들’ 혹은 ‘누군가의 아빠’. 그러나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그는 60대에도 섹시할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 송일국’이라는 것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에서 장영실 역을 열연한 배우 송일국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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