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잡아야 산다’ 김승우, 뜨겁게 치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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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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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잘나가는 CEO 쌍칼 승주 역을 열연한 배우 김승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이를테면 “숙제를 검사받는 기분”이다. 작품을 즐겁게, 열심히 만든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소풍과는 다른 기다림”인데도 불구하고 배우 김승우(46)는 매번 다른 숙제를 내놓고 상대의 평가를 기다린다. “늘 초조하고 긴장된 시간”이지만 작품에 대한, 영화에 대한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최근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제작 더퀸D&M·제공 배급 오퍼스픽쳐스) 개봉 전 아주경제와 만난 김승우는 ‘숙제 검사’를 앞둔 아이처럼 초조하고 긴장된 모습이었다.

영화는 잘 나가는 CEO이자 일명 ‘쌍칼’ 승주(김승우 분)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김정태 분)이 겁 없는 꽃고딩 4인방에게 중요한 ‘그것’을 빼앗기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심야 추격전을 담은 추격 코미디다. 극 중 김승우는 조직폭력배 출신 CEO 쌍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잘나가는 CEO 쌍칼 승주 역을 열연한 배우 김승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개봉 전이라 긴장이 많이 돼요. 작품에 대한 애정도 그렇고 기자회견 때 터진 일도 그렇고(웃음). 죄인 같은 기분이라고 한 게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거기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인데 친절하게 설명을 못 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아요.”

그의 말마따나 ‘잡아야 산다’의 언론시사회에서는 김승우의 발언으로 작은 논란(?)이 있었다. 영화를 본 직후 “죄인 같은 기분이다. 작품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솔직한 소감을 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영화의 주연배우가 개봉 전에 너무도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며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

“제작보고회 당시는 제가 영화를 못 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영화 진짜 재밌다’고 떵떵 거려놓은 거지(웃음). 오랜만에 복귀작이기도 하고 저도 많이 흥분된 상태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가 신나서 떠든 것보다는 아니었던 것 같고 ‘부풀려서 말한 거 미안하다, 거짓말한 것 같아서 죄지은 기분이다’라고 한 게 제가 친절하게 설명을 못 한 거죠.”

“누구보다 이 영화가 잘 되길 바란다”는 김승우는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곤 했다. “회사가 제작한 첫 작품인 데다가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작품이니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악플은 잘 안 보는 편이지만 무책임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섭섭하다”면서 멋쩍은 듯 웃었다.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던 거죠. 제작단계부터 살폈던 작품이고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 부분도 많으니까. 그래도 한 해를 웃음으로 열기에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잘나가는 CEO 쌍칼 승주 역을 열연한 배우 김승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뛰고 또 뛰는 두 중년의 코믹액션 극. 김승우는 “초지일관하는 태도가 ‘잡아야 산다’의 매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웃을 일 없는 요즘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실컷 웃다 갔으면”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다행히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얘기들 해주시더라고요. 런닝타임 자체가 짧고 메시지나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니니까. 즐기는 오락영화로서 좋았던 것 같아요. 다들 신나게 즐기다 갔으면 좋겠어요.”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듯 ‘잡아야 산다’의 오인천 감독은 배우 김승우의 열렬한 팬이다. 김승우는 “감독이 팬이라 좋기도 하고 부담이기도 했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분명 시나리오에는 액션 장면이 없었는데 촬영장에 와보니 액션신이 나와있더라”면서. 섹시한 중년 남성인 쌍칼 역이 “다소 오그라들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다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감독도 네 편이고 제작사도 너희 회사니 네가 이렇게 멋있게 나오지’하는 거야(웃음). 어휴 너무 싫어. 저 등장하는데 슬로우를 걸더라니까요. 저는 그 멋진 액션을 보면서 ‘나 가지고 이게 되겠느냐’고 그냥 코미디로 몰자고 했는데 감독은 쫓고 쫓기기만 하는 게 지루하다며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넣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일리 있는 말이죠.”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액션신 만큼은 재미있었다”는 그는 오인천 감독이 ‘테이큰’의 리암 니슨, ‘킹스맨’의 콜린퍼스가 자신보다 많은 나이에 액션을 했다는 말에 홀딱 넘어갔다고 덧붙인다.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잘나가는 CEO 쌍칼 승주 역을 열연한 배우 김승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우리 영화의 액션 신은 음악 앨범으로 따지면 보너스 트랙 같은 거죠.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를 이용한 액션인데 너무 생소하니까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액션스쿨에 갔더니 ‘장군의 아들’ 당시 함께 했던 액션배우들이 다 있는 거예요(웃음). 물론 그들은 감독님이 되어있었지만…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합을 맞췄죠.”

1990년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올해 27년 차를 맞은 김승우는 ‘잡아야 산다’를 통해 데뷔하게 된 네 명의 소년과 만나게 된다. 극 중 겁 없는 고딩 4인방을 연기한 한상혁,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과의 호흡에 대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는 그는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며 기분 좋은 내색을 했다.

“오랜만에 빛나는 눈망울을 본 것 같아요. 나도 그땐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들과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신선했고 즐거웠어요. 어차피 배우라는 직업이 연기라는 것에 대한 가르침을 줄 수 없어요. 각자의 색깔이 분명한 거니까요. 대신 현장에 대한 자세나 작품에 대한 자세 같은 것은 알려줄 수 있죠. 한 번은 그런 일이 있었어요. 숙소에 가면서 이 친구들이 장문의 카톡을 보내온 거예요. 인사치레일 수도 있지만, 후배들의 그런 예쁜 태도가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후배들이나 제자에 대한 얘기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연기에 대한 태도, 작품에 대한 태도는 데뷔 27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경건하고 깍듯했다. 스스로 “옛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배우들과의 호흡과 감독과 배우와의 경계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신뢰가 있으므로 가능한 일이었다.

“배우는 연기를 잘하면 돼요. 스크린에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상관없어. 관객들도 배우의 감정이 좋으면 얼굴에 흉터가 있든,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든 신경 안 쓴다는 거예요. 제가 외모로 승부하는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가(웃음). 저는 감정과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연기를 할 거고요.”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잘나가는 CEO 쌍칼 승주 역을 열연한 배우 김승우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치열한 배우의 삶. 끊임없이 작품을 연구하고 선택하며 감독에 대한 열정까지 잃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에게 “그 정도면 됐다”며 “왜 아직 치열하게 사느냐”고 달랬다. 빠듯한 삶도 그렇지만 자신을 몰아붙이는 태도 때문이었다.

“저는 늘 제가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인간적으로나 배우로나. 그래서 늘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이게 습관화가 되더라고요.”

치열한 그의 태도는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하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평소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두고 제작의 꿈을 꾸던 김승우는 신인 후배들과 함께 단편영화 ‘언체인드 러브’ 작업에 나섰다.

“감독에 대한 꿈을 꾸는 것도 영화를 계속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요즘 작품들은 20대 배우들이 주를 이루고 중년 배우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참여하고 싶은 작품에 제가 설 자리가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고 싶어요. 그게 제작이든 연출이든 상관없이요. 계속, 계속하고 싶어서 영화를 공부하고 참여하고 찍어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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