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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인들이 사랑하는 못생긴 집

어글리 벨지언 하우스 프로젝트

Text | Anna Gye
Photos | Kevin Faingnaert

디지털 콘텐츠 기획자 하네스 카우데니스와 포토그래퍼 케빈 파잉나르트는 10년째 벨기에 곳곳의 못생긴 집을 찾고 있다. ‘어글리 벨지언 하우스’란 이름의 유쾌한 프로젝트에는 지루하고 평범한 집보다 이상하고 유별난 건축물이 낫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상한 집을 살펴봄으로써 이상적인 집으로 다가가는 여정이라 하겠다.







벨기에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지털 콘텐츠 기획자 하네스 카우데니스Hannes Coudenys. 2011년부터 벨기에 곳곳의 못생긴 집을 발굴하고 있다. 시작은 자신의 집이었다. 1960년대에 지은 세모 지붕의 붉은 벽돌 건물. 건물 앞뒤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창이 작은 이 집은 가난한 부부에게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주인의 의도에 따라 건축한 비정상적인 형태의 집을 어글리 벨지언 하우스Ugly Belgian Houses’란 제목 아래 소개하기로 했다.

 

못생긴 집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집주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전형적인 형태에서 탈피한 집뿐만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집이 의외로 많았다. 현관문이 3개라든가 창문을 모두 벽돌로 막았다든가, 건축 상식을 무시한 형태도 있었다. 그는 주말마다 브뤼셀을 떠나 다른 도시를 찾아가 집주인 몰래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업로드했다. ‘개 말고 집 조심같은 얄미운 문구와 함께 말이다.

 



고문이라 여길 만큼 끔찍한 모양의 집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프랑스에서 평야를 따라 벨기에 국경 지대에 이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그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로 갔지?’ 만약 네덜란드에서 벨기에로 진입한다면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도대체 레고처럼 대책 없이 쌓은 벽돌 건물은 뭐지?’ 어느 경로로 오더라도 남다른 풍경 때문에 놀라게 되죠. 고문이라 여길 만큼 끔찍한 모양의 집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그의 어글리 벨지언 하우스 프로젝트는 금방 입소문이 났다.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고 포토그래퍼 케빈 파잉나르트Kevin Faingnaert도 합류했다. 2015년에는 단행본 <어글리벨지언 하우스>(Borgerhoff & Lamberigts)를 출간했다.









그들은 냉정한 어조로 벨기에만큼 못생긴 집이 있는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건물의 반쪽이 잘렸거나 지붕만 불쑥 솟아 있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 비좁은 틈에 자리한 집. 벨기에에서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집은 집에 대한 인식을 깨뜨리고 주거 건축물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유도한다. 사실 그러한 비판의 근저에는 세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루한 집보다 못생긴 집이 났다는 의도가 깔려 있.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을지언정 자신이 원하는 집에 살기를 원하는 벨기에인의 철학인 것이다.









벨기에 속담 중 “벨기에인은 벽돌을 입에 문 채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벨기에인은 태어날 때부터 건축,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직접 지어서 산다. 공동주택이나 건축가가 지은 주택에는 관심이 없다. 타인이 꾸민 집을 구입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설계하기를 원한다. 집뿐만 아니라 가구도 직접 만든다. 일률적인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벨기에인. 사방 100m 안에서 고딕, 아르누보, 컨템퍼러리 양식의 건축물을 고루 볼 수 있는 곳이 벨기에다. 이는 건축법과도 연관 있다. 주변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해 건축물 형태, 높이, 각도까지 제한하는 프랑스와 달리 벨기에는 집주인의 권리에 방점을 둔다. 건축 규제도 거의 없고 용도 변경도 자유롭다.



 

앞으로 집은 개인의 바람에 맞춰

변할 것이고, 집에 대한 고민은 부동산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 케인 파잉나르트, 포토그래퍼 -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축물의 기준은 무엇일까? 개성과 혁신의 기운이 넘치는 벨기에 건축물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아름다운 집에 대해 좀 더 객관적 이유를 살펴보려 애쓰게 된다. 어느 집도 이렇게 저렇게 지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건축과 삶을 잇는 지점이 기능이나 비용이 아닌 개인이 될 필요가 있다. 좋은 건축은 예술적으로 잘 지은 집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공간이다. 집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바를 떠올리고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집 말이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인스타그램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흥미로운 집을 소개하고 있다. 또 벨기에에서 유럽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 어글리 하우스 프로젝트의 단행본도 준비 중이다. 삶의 깊숙한 곳에서 세상의 별난 삶을 발굴 중인 한편, 번외판으로 타임머신프로젝트도 기획했다. 100년 전 유럽의 건축물 이미지와 그림 등을 찾아내 2021년 현재의 장소에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하는 것으로 건축, 역사, 문화, 인문학 등이 뒤섞인 프로젝트다. “우리가 말하는 집은 건축 카테고리에 속하는 일이 아니에요.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는 일이죠. 앞으로 집은 개인의 바람에 맞춰 변할 것이고, 집에 대한 고민은 부동산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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