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종이, 과일 폐기물로?..요즘 뜨는 비건가죽

조회수 2022. 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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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가죽에 투자하는 기업들
균사체 가죽부터 사과 가죽까지
탄소 배출 및 물 사용량 90% 감축

국내 기업 SK네트웍스는 2022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친환경 대체 가죽 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에 2000만달러(약 238억2000만원)를 투자했습니다. SK네트웍스가 진행한 전략적 투자 중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마이코웍스는 버섯균사체로 가죽을 만드는 기업인데요, SK네트웍스가 버섯가죽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르메스 버섯 가죽 가방. /에르메스 제공
버섯균사체로 만든 가죽. /마이코웍스 제공

식물성 대체 가죽이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비윤리적인 동물성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코웍스는 버섯균사체 가죽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천연 가죽과 비슷한 인조가죽을 만들어 냅니다. 이에 다양한 기업 및 벤처투자사의 관심을 받으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마이코웍스는 곰팡이 종류 가운데 하나인 버섯의 몸체를 구성하는 균사체(섬세한 실 구조)를 활용해 가죽을 만듭니다. 일명 ‘버섯 가죽’은 기존의 가죽과 비교해도 촉감이나 내구성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2021년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함께 버섯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을 선보이기도 했죠.

이런 버섯 가죽으로 제품을 만들면 살아있는 동물의 털을 뽑거나 가죽을 벗겨내는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가죽을 얻지 않아도 됩니다. 또 가죽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가죽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심각했고, 탄소 배출 문제도 항상 대두됐습니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United Nations Industrial Development Organization)는 버섯균사체로 만든 가죽은 동물 가죽에 비해 탄소 배출 및 물 사용량이 90% 이상 적다고 밝혔습니다. 유엔공업개발기구는 개발도상국의 공업화 촉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 전문기구입니다.

기존에 해결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이코웍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상용화 단계의 균사체 가죽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전 세계에서 마이코웍스와 미국의 볼트 스레드(Bolt Threads) 단 2곳뿐입니다. 그래서 더 주목을 받고 있죠. 특히 마이코웍스는 뛰어난 가죽 품질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공정에 대한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를 주목한 존 레전드(John Legend),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 등 비건에 관심있는 연예인들은 직접 출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이코웍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버섯 가죽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짓습니다. 그동안 파일럿 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것이 그 바탕이 됐습니다. 이들이 공장 설립을 위해 받은 투자 규모는 1억700만달러입니다. 한화로 따지면 약 1278억1000만원입니다. 마이코웍스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유니온 카운티를 공장 부지를 정했습니다. 앞으로 12개월 내에 완전 가동을 하고 생산 능력은 연 수백만 평방피트에 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이코웍스 외에도 기존 가죽을 대체할 비건 가죽을 만드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요, 어떤 곳에서 비건 가죽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파인애플 가죽으로 만든 제품. /마리스 파인애플 제공

◇버섯에 이어 선인장으로도?

마이코웍스의 경쟁사 미국의 볼트 스레드(Bolt Threads) 역시 버섯균사체를 활용한 비건 가죽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구찌,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등이 속한 케링(Kering)그룹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볼트 스레드가 개발한 버섯 기반의 식물성 가죽 '마일로(MYLO)'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볼트 스레드의 마일로로 만든 한정판 핸드백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버섯균사체 외에도 선인장과 과일에서 추출한 소재로 가죽을 만들기도 합니다. 멕시코 회사 데세르토(Desserto)는 선인장으로 가죽을 만들고 있습니다. 멕시코 출신 사업가가 만든 회사입니다. 멕시코에서는 선인장이 잡초처럼 잘 자라는데, 이를 활용해 가죽 소재를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넓은 손바닥 모양을 한 ‘노팔 선인장’이 주원료입니다. 이를 채취해 잘 말린 뒤 분말로 만들어 인조 가죽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와 배합해 가공하면 선인장 가죽이 완성됩니다.

선인장 가죽은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과 신축성이 뛰어나고 관리도 편리하다고 합니다. 멕시코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선인장으로 만든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일로 만드는 가죽

과일 폐기물로도 가죽을 만듭니다. 영국 디자이너 카르멘 히요사가 개발한 피냐텍스(Piñatex)가 대표적입니다. 피냐텍스는 파인애플 잎사귀로 만든 식물성 가죽입니다. 카르멘 히요사는 가죽을 만들기 위해 동물이 희생당하는 것을 본 뒤 동물 가죽을 대체할 소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파인애플 수출국인 필리핀에서 버려지는 파인애플 잎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먼저 수확 후 버려지는 파인애플 잎사귀와 줄기에서 섬유질을 추출합니다. 이를 말린 뒤 왁스로 가공하면 비건 가죽으로 재탄생하는 것이죠. 피냐텍스는 기존 동물 가죽보다 가격이 저렴해 단가 부담이 적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피냐텍스로 만든 신발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국내 브랜드 마르헨제이는 사과로 가죽을 만들었습니다. 잼이나 주스 등을 만들고 난 후 버려지는 사과 껍질의 섬유질에서 순수 펄프를 추출해 직조화해 가죽을 만듭니다. 이렇게 완성한 소재는 70% 이상 사과가 함유된 식물성 가죽이라고 합니다. 동물 가죽 못지않은 내구성을 지녀 마르헨제이가 다양한 제품을 사과 가죽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하운지로 만든 가방. /한원물산 제공

◇종이인 줄 알았는데, 가죽으로도…한지 가죽

원단 제조회사 한원물산은 2015년 한지 가죽 ‘하운지’를 출시했습니다. 하운지는 닥나무 인피로 제작한 한지와 자연 섬유인 면을 적절히 배합해 가죽을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도 한지는 가죽으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송나라 손목의 기행문 ‘계림유사’에 보면 고려인이 가죽 대신 닥종이로 만든 의혁지를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닥종이를 여러 겹 붙인 후 옻칠을 하면 가죽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하죠. 이걸 의혁지(擬革紙)라고 불렀는데, 갑옷이나 화약통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합니다.

의류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재킷과 셔츠 등을 하운지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정우한 한원물산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소비자와 기업이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국내외 업체들의 러브콜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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