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明) 깨치는 태양을 낳는 꽃’…4개국 國花 연꽃[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7. 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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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베트남·스리랑카·몽골의 國花…연꽃 자생 않는 몽골은 종교적 이유
인도 고대 종교서 연꽃은 산스크리트어로‘무명(無明)을 깨치는 태양을 낳는 꽃’
연꽃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향기·고결·맑음·깨끗함의 4가지 덕을 상징
연꽃은 꽃이 필 때 씨방도 함께 여물어,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2021년 8월22일 경기 양평 세미원

<겸손으로 내려 앉아/고요히 위로 오르며/피어나게 하소서//신령한 물 위에서/문을 닫고/여는 법을 알게 하소서//언제라도/자비심 잃지 않고/온 세상을 끌어 안는/둥근 빛이 되게 하소서//죽음을 넘어서는 신비로/온 우주에 향기를 퍼트리는/넓은 빛 고운빛 되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의 ‘연꽃의 기도’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자비로운’ 꽃이다. 천주교 수녀인 이해인 수녀에게 연꽃은 어느 한 종교의 꽃이 아닌 ‘인류에 대한 사랑’‘자비’‘희망’의 보편성을 지닌 모두의 꽃이다. 타 종교를 배격하고 종교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세태에 이해인 수녀는 연꽃을 통해 종교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예수 그리스도, 기독교를 상징하는 꽃은 ‘시계꽃’ ‘무궁화’‘꽃기린’ 등 많다. ‘시계꽃’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수난을 상징한다. 꽃의 5개 꽃잎과 5개 꽃받침은 십자가 처형에 참석한 열명의 사도(유다와 베드로 제외)를 상징한다. 무궁화는 영어로,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고 하는데, 축복받은 땅 샤론에 피는 장미라며 기독교인들이 무궁화를 찬미했다. 꽃기린은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을 상징하는 기독교의 꽃이다.

그럼에도 ‘국민 이모’ 이해인 수녀는 ‘작은 노래’라는 시에서도 ‘연꽃’을 ‘희망의 꽃’으로 언급하는 등 연꽃을 시어로 자주 등장시킨다.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변 화랑 뜨락에 관상용으로 피운 연꽃. 2022년 8월 중순

<마음은 고요하게 / 눈길은 온유하게 / 생활은 단순하게 // 날마다 새롭게 / 다짐을 해 보지만 / 쉽게 방향을 잃은 내 마음이 / 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습니다. // 그래도 눈을 크게 뜨고 / 열심히 길을 가면 / 감사의 노래를 멈추지 않으면 / 하얀 연꽃을 닮은 희망 한 송이 / 어느 날 살며시 피어오릅니다. / 삶이 다시 예뻐지기 시작합니다.>

연꽃은 쌍떡잎식물로 프로아테아목 연꽃과 여러해살이 초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련과’로 분류됐는데 최근에는 수련에서 분리돼 ‘연꽃과’로 지정됐다고 한다. 연꽃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련과 구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연꽃의 ‘연’은 중국어 ‘연(蓮·리엔)’보다는 인도 산스크리트어 ‘요니(yoni)’에 가깝다는 학설이 설득력이 있다. 인도 고대 종교에서 연꽃은 ‘무명(無明)을 깨치는 태양을 낳는 꽃’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연이(여니, 요니)’는 ‘태양을 낳는 존재’‘생명을 낳는 존재’를 뜻한다.

소설가 이외수는 ‘연꽃’을 두고 “흐린 세상을 욕하지 마라. 진흙탕에 온 가슴을 적시면서대낮에도 밝아 있는 저 등불 하나”라고 했다. 연꽃은 사바세계를 상징하는 진흙탕에 뿌리를 두고도 고고하고 고결한 꽃을 피워 세상에 희망을 밝히는 등불과도 같은 꽃이다. 2021년 8월22일 경기 양평 세미원의 연꽃.

연꽃은 아시아 남부와 호주 북부가 원산지이다. 오욕으로 점철된 속세, 사바세계를 상징하는 진흙 탕속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하고 고귀한 식물이다.

연못에서 자라고 논밭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뿌리줄기는 굵고 옆으로 뻗어가며 마디가 많고 가을에는 특히 끝부분이 굵어진다. 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와서 높이 1∼2m로 자란 잎자루 끝에 달리고 둥글다. 또한 지름 40cm 내외로서 물에 젖지 않으며 잎맥이 방사상으로 퍼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자루는 겉에 가시가 있고 안에 있는 구멍은 땅속줄기의 구멍과 통한다.

꽃은 7∼8월에 피고 홍색 또는 백색이며 꽃줄기 끝에 1개씩 달리고 지름 15∼20cm이며 꽃줄기에 가시가 있다.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수술은 여러 개이다. 꽃받침은 크고 편평하며 지름 10cm 정도이고 열매는 견과이다. 종자가 꽃받침의 구멍에 들어 있다. 종자의 수명은 길다.

연꽃은 인도와 베트남,스리랑카·몽골의 국화(國花)이다. 연꽃이 한 포기도 자생하지 않는 몽골은 종교적 이유로 국화로 삼았다. 베트남의 국화는 ‘붉은 연꽃’이다. 베트남 국민은 꽃을 무척 사랑해 일상 생활에서도 꽃을 즐겨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붉은 연꽃은 베트남 국민의 삶 일부를 함께하는 상징적인 꽃이다. 진흙 속에서도 지조를 잃지 않고 피어나는 자태와 순수함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대표도시 콜롬보에는 연꽃 모양을 형상화한 아시아 최대 높이의 ‘로터스타워’가 있다. 인도와 몽골은 종교적인 이유로 연꽃이 국화다. 인도의 경우 연꽃이 창조 신화의 중심적인 식물이기 때문이다. 몽골은 불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연꽃의 사촌격인 수련이 국화인 나라는 이집트, 카메룬, 캄보디아까지 합쳐 연꽃·수련이 국화인 나라는 7군데 이상이다. 물에 둥둥 떠 있는 수련과 달리 연 잎은 물을 튕겨내는 특성이 있다. 커다란 연 잎에 어느 정도 물이 차면 밖으로 물을 떨어뜨린다. 흙탕물에 잎이 더럽혀지지 않는다.

중국 충칭(重慶) 도심에서 섭씨 30도가 넘는 한여름 리어카에서 복숭아등 과일과 함께 연밥을 파는 모습. 연꽃의 열매는 연밥, 연자(蓮子),석련자(石蓮子)라고 불린다. 2015년 7월14일

불교에서 연꽃을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더러운 진흙밭이라 해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둘째, 꽃이 필 때 씨방도 함께 여무는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끝으로 그 씨앗이 떨어져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으며 인고의 세월을 지나 다시 꽃을 피우는 게 불교 철학과 맞닿는다.

연꽃의 열매는 연밥, 연자(蓮子),석련자(石蓮子)라고 불리는데 한약재로 이용돼 왔다. 열매가 진흙에 묻히게 되면 타임캡슐이 돼 수천년 시간 여행을 한다. 중국에서는 1000년 묵은 씨앗이 , 일본에서는 2000년 묵은 씨앗이 발아됐다는 기록이 있다. 2009년 5월 경남 함안구에서는 700년 된 연꽃을 발아하는 데 성공했다. 아라가야 지역 이름을 따 ‘아라홍련’이라고 부른다.

연꽃의 열매를 연밥이라고 하는데 겉껍데기가 엄청 딱딱하고 강한 껍데기로 싸여있고 진흙까지 감싸주면 1000∼2000년 전 묵은 씨앗도 발아한다. 2021년 8월22일 경기 양평 세미원

연꽃의 꽃말은 순결, 청순한 마음이다.‘화엄경탐현기’는 연꽃의 덕을 향(香·향기), 결(潔·고결),청(淸·맑음), 정(淨·깨끗함)이라고 했다. 연꽃 봉오리는 청정, 활짝 핀 꽃은 기쁨,연밥이 드러난 꽃은 진리를 싱징한다고 한다.

잎은 수렴제·지혈제로 사용하거나 민간에서 오줌싸개 치료에 이용한다. 땅속줄기는 연근(蓮根)이라고 하며,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이 비교적 높아 생채나 그 밖의 요리에 많이 이용한다. 뿌리줄기와 열매는 약용으로 하고 부인병에 쓴다.

연꽃의 영어명 로터스(lotus)는 연과 수련을 함께 취급한다. 나일강가에서 피는 이집트인의 신성한 로터스는 수련이고 그리스 신화에서 ‘식연인(lotus eater)’이 먹은 로터스는 벌노랑 종류다. ‘인디안 로터스(Indian lotus)’는 연이며 인도의 고대 민속에서 여성의 생식을 상징하고 다산(多産), 힘과 생명의 창조를 나타낸다. 또 풍요·행운·번영·장수·건강 및 명예의 상징 또는 대지와 그 창조력, 신성 및 영원불사의 상징으로도 삼았다. 인도에서는 BC 3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연꽃의 여신상(女神像)이 발굴됐고, 바라문교(婆羅門敎)의 경전에는 이 여신이 연꽃 위에 서서 연꽃을 쓰고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연꽃 잎은 물에 젖지 않는다. 물방울이 모이면 밖으로 배출한다. 2021년 8월22일 경기 양평 세미원의 연꽃.

불교의 출현에 따라 연꽃은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 꽃이 피었다고 전한다. 불교에서의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신자가 연꽃 위에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었다. 인도에서는 여러 신에게 연꽃을 바치며 신을 연꽃 위에 앉히거나 손에 쥐어준다. 불교에서도 부처상이나 스님이 연꽃 대좌에 앉는 풍습이 생겼다. 중국에서는 불교 전파 이전부터 연꽃이 진흙 속에서 깨끗한 꽃이 달리는 모습을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으로 표현했다. 종자가 많이 달리는 현실을 다산의 징표로 삼았다. 중국에 들어온 불교에서는 극락세계를 신성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라고 생각해 사찰 경내에 연못을 만들기 시작했다.

<슬프고/괴롭고/어두워도//법구경 만한/하늘 한 장/열어 놓고//할!//세상에서/가장 큰 소리/물 밖으로/내걸었다>

조승래 시인의 시 ‘연꽃’에 대해 문태준 시인은 " 연꽃을 노래한 시편으로 절창으로 짧지만 여운이 길고 길다"고 이 시를 찬미했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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