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독립

in #kr5 years ago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독립

"이스라엘 땅은 유대인이 태어난 곳이다. 여기서 유대인은 나라를 세웠고 그들의 영적인, 종교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곳에서 그들은 처음으로 나라를 만들었으며 세계적으로 가치 드높은 문화를 만들었고 이 세상에 성경을 전했다.......우리는 이제 이 땅에 이스라엘이라는 유대인의 국가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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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초대 수상 다비드 벤구리온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촉박한 일정 탓에 제대로 완성된 독립선언서를 읽은 것이 아니라 메모지에 적힌 글귀를 읽어내리는 조악한 현실이었으나 독립선언의 현장이 된 텔아비브의 한 미술관은 긴장과 기쁨, 솟아오르는 함성과 전투의 비명이 엇갈리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심포티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하티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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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속에 유대인의 영혼은 갈망하리 /그리고 동방의 끝에서 모두의 시선이 시온을 향하리 / 2천 년 동안의 희망이 있기에 /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리 /우리의 땅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시온과 예루살렘의 땅으로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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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시작되기도 전, 국제시오니스트 회의에서 언젠가는 돌아갈 땅에 대한 찬가로 정해진 뒤 유태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불리웠던 이 노래는 우리에게 과거 MBC 주말의 명화 시그널로 유명한 <영광의 탈출>에서도 감동적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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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들 스스로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우기는 것은 된장찌개에 스파게티 소스 뿌린 것 같은 밥맛이지만 디아스포라 이후 그들의 역사는 눈물겹다고 해도 무방한 고통의 역사였다. 그 오랜 동안 짓밟히고 섞이고 살해당하고 그 정체성을 부인당하면서도 그들은 유태인으로 살아남았고 바야흐로 자신의 땅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한때 자신들의 딱지로 붙이고 다녀야 했던 다윗의 별을 국기로 삼은 나라를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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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날을 일컬어 아랍인들은 나크바(재앙)라 일컫거니와 이 날은 20세기 중반과 후반, 오늘날까지 관통하는 재앙이 그 탯줄을 자른 날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임시정부 요인으로 독립선언서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던 37명 가운데 12명은 그 자리에 있지도 못했다. 이미 각지에서 벌어지던 아랍인과의 전투에 참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독립기념식 자체가 비밀리에 행해졌다. 철수를 앞둔 영국군이나 아랍인들이 무슨 행동에 나설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미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지도에 쓰여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알라에게 맹세하고 있던 이집트부터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등의 아랍 국가들의 정규군은 물론 이스라엘인들에게 자신들 조상 대대로의 터전을 잃은 아랍인들은 복수를 다짐하며 막 독립선언을 한 이스라엘로 쳐들어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미 전쟁은 시작되고 있었고, 대놓고 광기를 부리기 시작한 건 이스라엘이었다. 후일 이스라엘의 수상까지 지내고 이후로도 인간도살자로서의 악명을 떨친 메나햄 베긴은 독립기념일 한 달 전, 4월 9일에 시오니스트들의 무장 조직 이르군을 지휘하여 아랍인들의 데이르 야신 마을을 공격한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는 경고를 한 지 단 15분만에 그야말로 남녀노소로 구성됐던 혼성군단 이르군은 공격을 개시하여 아랍 사람들 수백 명을 총으로 쏘고 칼로 베고 몽둥이로 때려 죽여 버렸다. 하이파 등 항구 도시에서도 시오니스트 무장 조직들이 아랍인들을 무차별로 공격했고 일종의 인종 청소를 벌였다. 말할 것도 없는 범죄 행위였지만 유태인들에게는 가장 큰 무기 ‘절박함’의 과시이기도 했다. “여기서 쫓겨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이에 비해 아랍 군단은 분노했으나 비조직적이었고 일부는 절박했으나 나머지는 그 절박함을 공유하지 못했다. 이라크군의 경우 상부에서는 전투에 참여하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일반 병사들이 유태인들의 만행에 격노하여 총을 들었다. 이집트부터 요르단, 레바논까지 아랍 각국들은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것은 같았으되 전쟁의 목적은 가지각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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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절박함은 분노를 누른다. 박물관 전시품에 맞먹는 골동품 대포를 끌어내서 대포를 쏘아대고 소년부터 여자들까지 소총을 잡고 악착같이 달려드는 이스라엘인들을 이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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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님의 글을 스팀짱에서 보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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