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자의 처음과 두 번째 글자인 알파와 베타를 합쳐 알파벳이라는 이름이 됐다는 설을 새삼 기억해본다. 또한 상징적으로 알파는 '처음'이며 오메가는 '끝'을 뜻하기도 한다. 그럼 베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인터뷰를 통해 스타의 처음과 끝을 다 알 수는 없다. 사실 영화 얘기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새로울 게 없기도 하다. 그래서 스타의 주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오해는 말자. 배타적이 아닌 베타적이다. 스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담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 이야기도 등장하긴 한다. - 편집자 주

두 눈을 바로 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간혹 드라마와 영화에서 마주했던 그 캐릭터가 생각나 밤잠을 설레기도 한다.

청춘스타란 이런 존재다. 그리고 배우 김래원은 이 '청춘스타' 반열에 충분히 묶을 수 있는 배우였고. 

그런 그가 한창 감기로 고생 중이었다. 병원에서 토하고 진을 아주 그냥 다 뺐다. '그래, 스타도 이렇게 감기에 걸리는구나'를 되뇌며 몽롱해진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렇다. 풀린 눈이 더 '매혹적'이었다.

김래원이 출연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30대 들어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었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대한 아쉬움이 영화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켰고, 마침 아이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설정인 시나리오를 소속사 대표에게 부탁해 구했다. 참여하기로 하자 일사천리였다. 한 달 간 피아노와 지휘 연습을 하고 바로 영화에 참여했다. 여기서 하나의 포인트를 짚어봤다. 바로 '청춘스타의 30대'.

"30대 들어 하는 첫 영화였고, 오랜만의 작업이었잖아요. 영화는 좋았지만 좀 아쉬운 것도 있어요. 이번 영화를 마치고 좀 쉬려고 했는데 하반기에 달려야 할 거 같아요. '아, 30대 김래원은 이런 모습이구나' 이 정도 얘기는 듣고 싶었거든요."

 영화<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삼류음악감독 유일한 역의 배우 김래원이 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삼류음악감독 유일한 역의 배우 김래원이 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마이 리틀 히어로' 청춘스타 관점으로 본다면?

캐릭터 적 임팩트는 살짝 아쉬웠어도 <마이 리틀 히어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영화였다. 혹시 다문화 설정 때문에? 꼭 그런 건 아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다뤄봄 직한 소재긴 하지만 더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영화, 어쩌면 불안한 우리네 젊은 청춘들의 심리를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대한이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천사 같이 잘 나왔어요. 제 처지에선 한 젊은 청년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죠. 유일한(극 중 김래원 배역)이라는 젊은 청년이 성공해서 행복을 얻으려고 하잖아요. 욕심도 부리고 말도 안 되는 억지도 쓰죠. 청년이 자기희생으로 지신을 힐링하고 거기서 참된 의미를 느껴요.

제 처지에선 이게 영화가 주는 메시지 같아요. 내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게 영화의 메시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아이의 성공기기도 해요. 이성민 선배가 역할을 떠나서 영화를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딸아이에게 추천해서 같이 본 영화가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영화에 대해 좋은 의미로 풀 수 있는 지점이 많았기에 김래원도 작업 자체가 즐거웠다. 밤샘 촬영도 즐거웠고 배우들과 스텝의 분위기도 좋았다. 영화의 기운이 좋다는 걸 느꼈던 김래원은 바쁜 일정으로 <마이 리틀 히어로>에 참여를 고민했던 이광수가 결정을 내리는데 이바지를 하기도 했다.

 <마이 리틀 히어로> 포스터

<마이 리틀 히어로> 포스터 ⓒ 초이스컷 픽쳐스, CJ 엔터테인먼트


김래원, 20대와는 다른 또 다른 의미의 열정이 생겼다

분명 김래원은 달변가는 아니었다.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는 요즘이 아닌 이상 인터뷰나 각종 공식 행사 자리에서 조리 있게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는 물 흐르듯 생각을 표현하고 정리하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보자. 청춘 드라마 <나> <남자의 향기> <학교2> <옥탑방 고양이> <...ing >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데뷔 초기를 보내는 동안 여러 배우가 김래원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배우 안재모, 허영란, 최강희, 이요원 등이 그와 함께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다.

평소 작업을 함께했던 배우와 연락을 꾸준히 하진 않는다는 김래원에게 데뷔 시절을 함께 보냈던 배우들에 대해 물었다. 서로 친분을 다지며 당시를 추억해도 꽤 좋을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강희 누나와 재모 형과는 연락을 하고 나머지 분들은 연락이 끊겼어요. 뭐 서로 다 좋았던 추억으로 각자의 기억으로 사는 거죠. 그러다 작품에서 보면 반갑고요. 예전에 공형진 형이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같이 했었어요. 질문이 인터넷으로 올라오잖아요. 저와 같이 출연했던 배우 친구가 오랜만이라고 글을 올렸더라고요. 지금은 연기를 안 하는 친군데 반가웠었죠."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초중반을 보내며 리즈시절을 보낸 김래원은 서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서른이라는 나이가 물론 젊은 시절이긴 하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 때문일까. 그래도 긴 인생에서 본다면 전환점이 되는 시기기도 하다.

"데뷔 땐 아무것도 모르고 했죠. 20대엔 열정과 패기를 갖고 앞만 보고 열심히 했는데 이젠 여유를 갖고, 생각하면서 해야죠. 여유와 초심을 함께 갖고 하면 되겠네요(웃음). 이젠 좀 연기를 즐겨도 좋을 거 같아요.

매번 느끼는 게 달랐지만 그래도 <해바라기>를 할 때가 가장 힘들면서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작품을 끝내고 나서도 가장 힘들었고요. 빠져나오는데 몇 달 걸렸죠. 등산하고 운동하고 술을 마셔도 힘들더라고요. 결국 성경을 보면서 이후에 싹 잊고 출발할 수 있었어요. 

뭐 계획이랄 게 있나요. 꾸준히 좋은 작품을 하는 게 중요하죠. 담배는 좀 줄일 생각이에요. 20대 땐 그냥 더 잘하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만 앞섰는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으로 열정이 생겨요. 그만큼 다른 의미로 작품을 채워나가며 달릴 수 있겠죠."

 영화<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삼류음악감독 유일한 역의 배우 김래원이 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삼류음악감독 유일한 역의 배우 김래원이 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김래원 마이 리틀 히어로 지대한 허영란 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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