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배우 임수정이 변했다. 초심이 바뀌었다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더 단단해지고 분명해졌다는 뜻이다. 물론 그를 잘 아는 지인이 아닌 이상, 변화의 폭은 그가 참여해온 작품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2011년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후, 아니 그전인 <전우치>(2009년)부터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단다. 스스로 쌓아왔던 이미지가 자의든 타의든 만들어졌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젠 그 아성을 깨는 데에 도전하고 싶다며 임수정은 꽤 분명하게 말했다.

그의 신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마도 가장 분명하게 그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꺼리는 여성이자, 논리 정연한 독설가 아내를 맡았던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의 변화를 화장에 비유해보자. (그가 꼭 '스크2'의 모델이라 그런 건 아니다) 이제 임수정은 세안 후 토너로 피부결을 정리한 후, 기초화장 단계까지 마쳤다고 볼 수 있겠다. 음, 그러니까 이제 그 어떤 색조화장도 가능한 상태로 준비한 상태랄까. 휴일을 가장한 화창한 6일 오후, 배우 임수정에게 그 비법 내지는 '변화의 결'을 물었다.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TEP 1. 세안 단계: 임수정에 대한 오해 씻기, '임수정은 이미지를 먹고 사는 배우?'

혹시 임수정을 아직 달달하며 신비한 느낌을 지닌 배우로 알고 있는가. 아니면 숱한 광고를 찍은 '업계의 스타'로 인식하고 있는가.

"그러니까요. 장편 상업영화도 하고, 단편·독립영화도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CF퀸이라고요? 실은 한 가지를 오래 했거든요. 노트북이라든지 화장품이라든지…. 그런 걸 장기간 하니 그렇게 보이는데 CF에 주력하는 건 아니었어요.

지금도 그래요. 작품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광고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선택을 해요. 두 가지를 함께 잘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죠. 적절하게요. 그런데 이 밸런스를 맞추는 게 참 힘든 거 같아요. 이미지가 크게 각인되면 작품보다 CF 주력한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둘 다 균형을 잡으며 지키고 싶은데. 욕심이 많은 거라고 볼 수도 있고요(웃음)."

임수정이 택해온 작품들을 보면 장르적 성격이 강한, 서로 다른 개성의 작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나름의 변화에 대한 욕구와 그의 뚜렷한 주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20대엔 다양한 장르를 해보려고 했던 거 같아요. 함께 했던 감독님도 신인 감독님과도, 유명하신 감독님들과도 했고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작품들이 있는 거 같아요. 20대 때는 배우 임수정 하면 떠오를 수 있는 걸 쌓아오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쌓아왔던 그걸 깨뜨리는 작업? (웃음)"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TEP 2. 기초화장 단계: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다양한 연기의 시작점!

이미지를 깨는 게 스스로 성숙해지는 느낌이었단다. 쉬운 말로 풀면 다양함에 대한 도전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임수정에겐 보폭이 큰 변화였다. 우선 그의 멘붕(멘탈 붕괴)의 원인이기도 했던 방대한 대사 분량.

"모든 대사가 다 힘들었어요. 너무 많아서 편집하면서 덜어낸 부분도 있어요. 다시 이런 대사 많은 캐릭터 할 수 있을까요? 또 대사들이 나름 논리적이에요. 일상 언어가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것이다 보니 따지고 캐내는 논리 정연한 대사들이라 더 힘들었죠." 

임수정의 말대로 이번 캐릭터 참 강하다. 집 안에서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하의 실종 패션은 기본. 남편이 볼일을 보는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기어코 녹즙과 주스를 먹이기도 한다. 정인식의 내조인 셈이다. 또한, 집안에서 가리지 않고 방귀를 뀌어대고 온몸을 긁어댄다. 물론 임수정이기에 그마저도 매력 있게 보이긴 하지만.

또한. 이번 캐릭터가 유부녀이긴하나 딱 임수정 나이대의 모습이었다. 실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는 처음이란다. 30대 중반으로 가는 여성의 감정, 상태를 영화로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다면서 말이다. 임수정에게 이왕이면 30대 초반으로 가자고 하니 기어코 자기는 중반이라며 우긴다. 이런 배우는 또 처음이다.

대사 분량과 함께 이번 영화를 통해 주어진 또 다른 과제는 바로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가 지닌 감정. 바로 외로움을 묵히고 묵혀서 영화 뒤에 표출하는 과정이었다. 실은 영화 속 정인이 끊임없이 남편에게 수다를 떨고 이웃 사람들에게 따지는 모습은 외로움에 대한 그만의 다른 표현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제 감정이 나타나잖아요. 실은 정인의 방대한 대사 속에 외로움이 숨겨져 있어요.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제가 왜 그렇게 말을 많이 했고, 집안에서 청소기와 믹서기를 쉬지 않고 돌려댔는지 나와요.

다행히도 남편 두현(이선균 분)과 정인을 유혹하던 성기(류승룡 분)를 겪은 후 그 부분을 촬영해서 감정이 잘 쌓일 수 있었어요. 제가 울면서 '거짓으로 접근하지 마세요. 다 죽여 버릴 거야!'라는 대사를 외치는데 촬영하던 스태프들도 움찔하고 그랬어요(웃음)."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정인 역의 배우 임수정이 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TEP 3. 색조화장 단계: 넓어진 틀에서 더욱 마음껏 연기하라!

스스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당당히 말하던 임수정이었다. 임수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깨는 재미가 있다나. 그래서일까. 임수정은 요즘 부쩍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다며 '대놓고' 자랑을 했다. 액션도, 로맨틱 코미디도, 스릴러 공포도 여전히 들어온단다. 그중에 진한 멜로도 꽤 많이 들어온다고. 꼭 해보라고 권하진 않겠지만 말리지도 않겠다니 한바탕 크게 웃는다.

"절 가까이서 보는 관계자분들이 제게 그런 걸 상상하나봐요. 계속 보고 있어요. 드라마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요. 하고싶은 게 생기면 할 것 같아요. 진한 멜로? 몸 만들어서 한번 해볼까요(웃음)!"   

참고로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단다. 전혀 생각이 없었지만 나름의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면서 말이다. 지금 당장 계획은 없다지만 좋은 내조가 무엇인지, 상대방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됐단다. 그렇다고 영화 속 정인처럼 화장실까지 쫓아 들어오는 임수정을 상상하진 말길. 상대의 은밀한 사적 부분은 지켜주고 싶다니까.

남성의 관점에서 본 이번 영화는 마치 가까운 존재일수록 소홀해지기에 십상인 남자, 혹은 인간의 못된 습성에 대한 반성문처럼 보였다. 임수정에게 그들을 향한 따끔한 조언을 부탁해 봤다.

"부부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자신의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자 분들은 상대를 더 사랑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여자는 또 다른 남성에게 더 사랑받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더 잘해주셨으면 해요. 지금 그분에게 더 잘하시길!"

인터뷰 말미 임수정에게 영화 <라 비 앙 로즈>(2007)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꼭 해보고 싶어 하는 소재의 영화였다. 매 인터뷰 때마다 나올 법한 '꼭 하고 싶은 캐릭터는?'이란 질문에 한결같이 답해왔던 것. 그에게 기원을 보탰다. 임수정이 할 수 있는 여자 혹은 여배우의 삶을 그린 작품을 말이다.

"그러니까요. <라 비 앙 로즈>처럼 여자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분장도 하고 그러면 10대부터 50대까지 두루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나요?"

데뷔 이후 어느덧 14년이라는 말은 이제 14년이라는 말로 대신하겠다. 이 여배우가 던질 또 다른 아름다움을 기대하려니 새삼 두근거린다. 마치 인터뷰를 위해 처음 대면했던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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