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오 사진 글쓴이

 

특산식물 - 세계에서 우리만 가진 진짜 토종식물
 
 

 

글/사진 현진오      
 

 

 


 
    ㅣ 바늘엉겅퀴. 한라산 고지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으며, 모인꽃싸개가 크게 발달 한다.
 
  일정한 지역에만 자라는 식물을 그 지역의 고유식물(endemic plant) 또는 특산식물이라 한다. 이들은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성격이 까다로운 식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은 특산속 6개를 비롯하여 특산종이 400여 종류에 이른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식물자원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희귀한 것이 대부분이므로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험이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의 멸종이 곧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뜻하므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식물은 몇 종류나 될까? 고사리 종류들, 소나무은행나무 같은 겉씨식물들, 그리고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이 속하는 꽃식물들을 모두 포함하여 28만 가지쯤 된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식물들은 지구에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곳을 골라서 살아가기 때문에 큰 혼란 없이 모두들 잘 살아갈 수 있다.
 

 
    ㅣ 금강초롱꽃.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10월에 푸른 보라색으로 피며, 초롱 모양이고 아래를 향한다.
 
    식물들 중에는 넓은 지역에 걸쳐서 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또 매우 좁은 지역에만 국한되어 분포하는 것도 있다. 넓게 퍼져서 사는 종은 여러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것으로서 그 숫자가 많고, 좁은 지역에만 사는 종은 그 지역의 특별한 환경에서만 살아갈 수 있으며 숫자도 적은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지구에 살고 있는 식물들 중에는 특별한 장소에서만 사는 것들이 있다. 이들은 어떤 지역의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성격이 까다로운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가리켜 특산(特産)식물 또는 고유(固有)식물이라 부른다. ‘그 지방의 특별한 식물’ 또는 ‘특별히 어떤 지방에서만 나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ㅣ 산솜다리. 설악산과 금강산 일대의 높은 산 바위지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5-7월에 피며, 에델바이스라 불린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식물을 한국특산식물 또는 한국고유식물이라 한다. 같은 원리로 한라산에서만 사는 식물을 한라산특산식물, 설악산에서만 사는 식물을 설악산특산식물이라 부를 수 있다.

    식물을 포함하여 생물을 구분할 때는 종(種)이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다. 민들레, 호랑이, 개구리 등이 바로 종이다. 비슷한 종들이 모이면 속(屬)이 되고 속들이 여럿 모여서 과(科)가 된다. 예를 들면, 민들레, 흰민들레, 서양민들레, 좀민들레, 산민들레 등은 각각이 서로 다른 종이고, 이들이 모여서 민들레속이 된다. 민들레속은 씀바귀속, 엉겅퀴속, 해바라기속 등 여러 개의 속과 함께 국화과를 이루게 된다. 종이 모여서 속이 되고, 속이 모여서 과가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ㅣ 개느삼. 숲 속에서 자라는 떨기나무로 남한에서는 강원도 양구와 인제, 북한에서는 평안도와 함경도 자라며, 꽃은 5월에 핀다.
 

    한국특산식물이 종 수준이면 한국특산종이라 하고, 속 수준이면 한국특산속이라 하며, 과 수준이면 한국특산과라고 한다. 생물을 나누는 기본단위인 종 수준에서 말하는 특산종이 특산속이나 특산과보다 숫자가 많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특산과는 없으며, 그보다 낮은 수준인 한국특산속이 6개쯤 있다. 한국특산종은 400여 종류로 알려져 있다.

    한국특산속에는 제주고사리삼속, 모데미풀속, 금강인가목속, 개느삼속, 미선나무속, 금강초롱꽃속 등이 있다. 하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이밖에도 두잎감자난초속, 부전바디속, 매미꽃속 등을 한국특산속으로 보기도 한다.

 


 

    ㅣ 미선나무.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떨기나무로 꽃은 보통 흰색이지만 연분홍이나 상아색, 푸른색을 띠기도 한다. 
 

    제주고사리삼속은 몇 해 전에야 비소로 사람들 눈에 띄어 2001년에 한국특산속으로 전 세계에 발표된 고사리 종류다. 이 속에는 제주고사리삼이라는 식물 한 종이 포함된다. 이 식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주도에서 발견되었으며,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다. 이 식물의 학명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학자로서 고사리 종류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던 박만규 박사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고사리 종류를 연구한 업적을 높이 생각하는 후배 식물학자들이 그의 이름을 학명에 속이름으로 쓴 것이다.

    모데미풀속에는 모데미풀 한 종이 있는데, 모데미풀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 강원도에 자란다.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소백산, 덕유산 등의 높은 곳 숲 속에서 많이 자라고 있다.

    금강인가목속에는 금강인가목이 포함되는데, 이 떨기나무는 강원도 금강산에만 분포하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만날 수 없는 식물이다. 6-7월에 하얗게 피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가치가 높은 떨기나무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여러 식물원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이 식물을 키우고 있는 식물원이나 연구소가 없는 실정이다.

 


 

    ㅣ 백양더부살이. 전라남도와 제주도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 기생식물로 쑥 뿌리에 기생하며, 꽃은 5-6월에 핀다.
 

    개느삼속에는 개느삼 한 종이 있는데, 남한에서는 강원도 양구군 및 인제군에서만 발견된다. 북한에서는 ‘느삼나무’라고 부르며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작은 떨기나무이며 노란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관상가치가 매우 높은 원예자원이다. 미선나무속의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떨기나무로서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기도, 황해도, 함경남도 등지에 자란다.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꽃이 희고, 열매가 넓은 날개를 가진 부채 모양으로 되어 다르다. 꽃 색깔에 따라 분홍미선, 푸른미선, 상아미선 등의 품종을 나누기도 한다. 미선나무라는 이름은 열매 모양이 ‘둥그스름한 부채’를 뜻하는 미선을 닮았기 때문이다.

    금강초롱꽃속에는 금강초롱꽃검산초롱꽃이 있는데, 금강초롱꽃은 경기도, 강원도 및 함경남도에, 검산초롱꽃은 함경남도와 평안북도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에 자라는 금강초롱꽃은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여러 높은 산과 경기도의 명지산, 유명산 등지에서 자라고 있다.

 


 

    ㅣ 섬노루귀. 울릉도를 대표하는 울릉도특산식물로 겨울철에도 남아 있는 상록성 잎이 특징이며, 이른 봄에 피는 꽃은 크고 아름답다.
 

  한국특산종은 우리나라에 자라는 전체 식물의 10퍼센트쯤인 400여 종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를 더 하게 되면 그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꽃이 피는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에 피는 특산식물로는 갈퀴현호색, 금강봄맞이, 금강제비꽃, 노랑무늬붓꽃, 동강할미꽃, 만리화, 백양더부살이, 변산바람꽃, 섬현호색, 점현호색, 홀아비바람꽃 등을 들 수 있다. 여름에는 광릉골무꽃, 구실바위취, 국화방망이, 금마타리, 노랑갈퀴, 누른종덩굴, 산솜다리, 자란초, 줄댕강나무, 참배암차즈기 등의 특산식물이 꽃을 피운다. 가을에 꽃 피는 특산식물은 거제물봉선, 고려엉겅퀴, 깔끔좁쌀풀, 둥근잎꿩의비름, 바늘엉겅퀴, 울릉국화, 정령엉겅퀴, 한라고들빼기, 한라송이풀 등이다.

 


 

    ㅣ 금마타리. 높은 산의 바위 겉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6-7월에 피며, 뿌리에서 난 잎은 손바닥 모양으로 둥글다.
 

    특산식물은 특별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특산식물이 만들어지기 쉬운 특별한 환경으로는 겨울이 짧고 기온이 낮은 높은 산, 바다로 둘러싸인 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특산식물은 어떤 곳에는 많이 있지만 어떤 곳에는 거의 없다. 즉, 장소에 따라서 그곳에 자라는 특산식물의 숫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남한에서는 설악산에 가장 많은 특산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약 65종류의 특산식물이 발견된다. 한라산에는 50여 종류가 자라고 있고, 울릉도에는 40여 종류가 자라고 있다.
 


    ㅣ 변산바람꽃. 남부지방에서 2월이면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풀로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전국의 여러 해안가 산에서 발견되었다.
 

    한라산이나 제주도에 자라는 특산식물은 한국특산식물인 동시에 울릉도특산식물 또는 한라산특산식물이라는 특징을 가진 경우가 많다. 설악산에 자라고 있는 한국특산식물은 설악산뿐만 아니라 금강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지에도 자라는 게 보통이지만, 제주도나 울릉도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은 오직 그곳에서만 발견되는 게 많다. 이것은 육지에 자라는 특산식물보다 울릉도나 한라산에 자라는 특산식물은 더욱 좁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고, 결국 이들은 더욱 귀중한 식물들이라는 것이다.
    
    두 곳에 사는 특산식물은 우리말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울릉도특산식물에는 ‘우산’, ‘울릉’, ‘섬’ 등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산제비꽃, 울릉장구채, 섬말나리, 섬백리향, 섬꼬리풀, 섬기린초, 섬장대, 섬현호색, 섬시호, 섬현삼 등이 그 예다. 한라산특산식물에는 ‘한라’, ‘섬’, ‘제주’ 등이 붙어 있는데 한라장구채, 한라송이풀, 한라돌창포, 섬바위장대, 제주달구지풀, 제주황기 등이 있다.

 

 
 
    ㅣ 동강할미꽃. 동강을 비롯한 강원도 석회암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근래에 발견되어 한국특산식물로  발표되었다.
 
    한라산이나 울릉도는 매우 특별한 환경을 가진 곳이다. 한라산은 따뜻한 남쪽 지방에 자리잡고 있지만 높이가 1950미터나 되는 정상 부근은 북부지방처럼 추운 기온을 나타내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특별한 식물이 살아가게 되는데 이런 것들 중에서 특산식물이 많다. 한라산 특산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한라산 해발 1000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울릉도는 더욱 특별한 경우인데, 200만년 전쯤에 동해바다에서 불쑥 솟아났기 때문이다. 육지와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으므로 울릉도의 식물들은 모두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 들어온 것이다. 울릉도의 환경은 육지와 매우 다른데, 동해바다에 있어 해양성기후를 보이기 때문에 같은 위도의 인천이나 서울보다 기온이 따뜻하다. 또한 겨울에 눈이 매우 많이 내리고, 바다이기 때문에 습기가 매우 높다. 울릉도에 도착한 식물들은 이처럼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았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울릉도에만 있는 특별한 식물들이 생겨났다.

 


 
    ㅣ 깔끔좁쌀풀. 한라산 고지대 풀밭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꽃은 8-9월에 피며, 키가 5-10센티미터로 매우 작다.
 
    특산식물 중에는 원예식물로서 가치가 큰 것도 많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만약 이런 식물들이 아무렇게나 외국으로 유출되어 그곳에서 원예종으로 개발된다면, 비싼 돈을 주고 우리가 다시 역수입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산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보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또한, 특산식물은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식물자원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희귀한 식물이 대부분이므로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험이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의 멸종이 곧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뜻하므로 사람들의 관심과 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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