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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 철학사 36 : 레비스트로스(1908~2009)
    서양철학사 2022. 2. 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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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비스트로스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구조주의의 대표 사상가로, 문명의 구조적인 이해와 관계성에 주목함으로써 서구 중심주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며 구조주의적 사유 방식이라는 새로운 사상의 지평을 열었다.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세기 인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세계적 석학으로 추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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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주의 : 왜 전체에 주목해야 하는가?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조언을 들을 때가 있다. 자잘한 세부보다는 넓은 안목으로 전체를 조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사상은 이런 의문점에 답을 준다.

      1960년대, 문화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의 기틀을 확립했다. 그는 현상의 드러나는 부분에서 근거를 찾지 말고, 전체를 '구조'로 파악하자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구조'란 요소와 요소의 관계로 이루어진 전체를 이르는 말로써, 구조주의란 사물의 전체 구조에 주목해서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상을 일컫는다. 즉 하나의 사물을 놓고 그 사물만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물과의 관련성을 고찰하고자 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가 전체 구조에 착안해서 박힌 사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교차사촌혼'이다. 교차사촌은 부모와 성별이 다른, 어머니의 남자형제나 아버지의 여자형제가 낳은 자식을 말한다. 원시 부족 사회에서는 이 교차사촌들이 결혼하는 풍습이 흔하다. 바로 '교차사촌혼'이다. 

      서양 학자들은 '교차사촌혼'이 미개 사회의 풍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레비스트로스는 이 결혼 제도의 전체 구조에 주목함으로써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발견이란, 같은 사촌이라도 남자 쪽에서 보면  어머니 쪽 외삼촌의 딸은 자신과 다른 가족 집단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관계에 있는 남녀가 결혼한다면 서로 다른 공동체 사이에 사람의 교환이 이루어지며 교류가 증대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부족의 존속에 도움이 된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시 부족사회의 풍습을 전체 구조에서 파악하자, 뜻박에 고도의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현상만을 보고 미개하다고 폄하한 풍습이, 전체 구조로 파악했을 때 사회 체제를 형성하는 중요한 혼인 제도였음을 새롭게 규명한 셈이다. 여기에서 핵심 사항은 일부 요소의 변화에만 시선을 빼앗기면 변하지 않는 전체 구조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체에 주목함으로써 전체의 틀 자체가 불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구조를 포착할 수 있다.

      우리는 사물의 일부만 보고 오해할 때가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도 전체 구조를 보는 넓은 안목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사고법이다. 구조주의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하는 관점이자. 올바른 사고의 방법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가 주장한 구조주의는 철학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학문으로 파급되었다. 나아가 기존의 편협한 서구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서구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야생의 사고 : 문명은 항상 우월한가?

     

      문명은 항상 우월하고 뛰어나며, 문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개는 열등하고 모자란 것일까? 문명의 상징인 도시가 천재지변으로 하루아침에 폐허가 될 때도 있는 것처럼, 문명이 언제나 우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당연시하는 문명과 미개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때 적절한 균형 감각을 잡게 해 주는 개념이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다. 

      우선 레비스트로스는, 우리가 흔히 미개인이라고 부르는 원시 부족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법에 주목했다. 그 결과 원시인의 사고는 조악하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 도시인과 발상이 다를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동식물의 분류를 예로 든다면, 도시인은 구조나 성질 등의 차이에 주목하지만, 원시인은 토템 분류라고 해서 겉모습의 차이를 비교한다. 또한 원시인의 지식욕은 도시인보다 균형과 조화를 휠씬 중시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문명사회는 항상 과도한 변화를 쫓는 '뜨거운 사회'인데 비해, 미개사회는 거의 변화가 없는 '차가운 사회'라고 지적했다. 달리 표현하면 차가운 사회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찾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가운 사회가 잘 사는 비결을 '브리콜라주(bricolage)'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설명한다. 브리콜라주란 '손으로 하는 간단한 작업'을 뜻하는 프랑스어인데, 당장 눈에 보이는 재료를 이용해 적당히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의미다. 잡동사니로 여러 가지 일을 척척 해내고 만들어 내는 '손 재주꾼'이라고 할까? 반면에 근대 과학의 사고는 미리 정해진 전체 계획을 바탕으로 기능이 정의되어 있는 획일적인 부품을 이용해 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상생활에서는 논리적인 절차도 밟지 않고 적당히 필요한 것을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손 재주꾼이 더 편리하고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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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컨대 레비스트로스는 미개사회의 유치한 발상에 불과하다며 문명 밖으로 내몰았던 '야생의 사고'가 실은 근대 과학처럼 합리적인 발상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 점에서 레비스트로스 발상의 혁신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더욱이 그는 근대 과학이 특정 시대와 문화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야생의 사고는 근대 과학보다 훨씬 보편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가 더 보편적이나까 근대 과학을 대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야생의 사고'는 구체적이고 감성적이라면, 근대 과학은 추상적이고 이성적이다. 즉 야생의 사고와 근대 과학은 단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을 따름이기에, 그는 그저 감성의 사고와 이성의 사고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통합되어야 마땅하다 말하고 싶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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