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루저, 찌질이 그러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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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15년 1월 3주 선정
차례는 다소 주관적으로 저자의 선호에 따라 뽑혔으나 철학 하면 떠오를 철학자들을 한 편씩, 본편과 번외편으로 나누어 총 스물네 편에 소개한다. 각 사상이 철학사 전체에서 어떤 순서로 제기되어 발전되었는지 볼 수 있도록 ‘편년체’ 차례를 함께 실었다. 이 책은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줄 것이다. 물론 철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철학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저부제
저자 저부제哲不解는 ‘철학은 이해하기 어려워’라는 뜻의 필명
본명 장밍밍張明明. 1985년생으로 2007년 칭화 대학교 철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마르크스주의 기본 원리를 전공했으며, 2010년 같은 대학 박사 과정에 입학해 2014년 7월 졸업했다. 박사 과정 재학 중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하며 유명 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큰 인기를 끌어 2013년 칭화 대학교 캠퍼스 화제의 인물로 선정되었다. 가볍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사상적 깊이를 잃지 않은 이 책으로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번역 허유영
역자 허유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에서 수학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쉽게 쓰는 나의 중국어 일기장》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디테일의 힘》,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 《G2 전쟁》, 《저탄소의 음모》 등이 있다.
목차
- 들어가는 글
1부_12인의 철학자 본편
은둔형 외톨이 칸트
처녀자리의 철학자 헤겔
혼세마왕 마르크스
미녀, 재녀才女, 정부: 한나 아렌트
천재 반, 미치광이 반: 니체
렌즈 세공 기술자 스피노자
남녀 협객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거지파 철학자: 견유학파
훌륭한 가장 프로이트
독설남 쇼펜하우어
겁쟁이 데카르트
하이데거: 농부, 연못, 밭
2부_14인의 철학자 번외편
계몽의 별: 앙숙 볼테르와 루소
키 작은 천재 부자 비트겐슈타인
공공 지식인 러셀
도망친 신랑 키르케고르
마키아벨리: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에리히 프롬: 인간, 예술을 하듯 사랑하라
부정부패범 베이컨
고대 그리스의 3대 사상가 소크라테스: 우리 집에 무서운 아내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3대 사상가 플라톤: 죄수 굴에서 탈출하다
고대 그리스의 3대 사상가 아리스토텔레스: 소요파의 우두머리
기독교 철학의 쌍두마차: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
악의 꽃 미셸 푸코
책 속으로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철학은 인생의 보모다. 이 보모는 우리를 돌보아주지만 유모가 아니므로 젖을 먹여 우리를 기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키르케고르는 또 철학자들을 조소했다.
“철학자는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남들이 이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황당무계함, 틀에 박힌 엄숙함, 이론을 중시하는 태도 그리고 광적인 경력이 있다. 철학자들은 옛날 사람들을 동정하고 그들이 불완전하고 불공정하며 객관성 없는 이론 체계 안에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학자들에게 새로운 체계에 대해 물으면 언제나 새로운 핑계로 말을 가로막는다. ‘아니요. 아직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소. 새로운 체계가 거의 완성되었소. 다음 주면 될 거요.’” - 본문 6쪽
작곡가 멘델스존의 할아버지인 계몽철학자 모제스 멘델스존은 “칸트가 교수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다”라며 노발대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루저loser’ 칸트는 주변의 냉대와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기만 했다. “철학은 가르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다. 철학은 사상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학문에 열중하며 내실을 쌓겠노라.”
과연 교수가 된 지 11년 만인 1781년, 10년 넘게 침묵하고 있던 칸트가 단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불과 몇 달 만에 완성한 철학의 거작 《순수이성비판》이 발표되자마자 철학계 전체가 충격과 환호에 휩싸였다. 서양철학사 책을 한 번이라도 들추어본 사람이라면 칸트 이전에 인류의 인식에 관해 이성주의와 경험주의가 시끄럽게 갑론을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 본문 19~20쪽
베를린 대학교에 재직하던 시기에 헤겔은 툭하면 동료 교수들과 언쟁을 벌였다. 중국 옛말에 “군자는 말싸움은 해도 몸싸움은 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헤겔은 말싸움은 물론이고 육탄전도 불사할 기세로 싸웠다. 한번은 한 논리학 교수를 향해 그의 강의가 “깊이가 얕고 우둔하고 평범하다”라고 악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던가. 얼마 못 가서 헤겔은 타고난 독설가 쇼펜하우어와 맞닥뜨렸고 그때부터 두 사람의 ‘독설 배틀’이 시작되었다. 쇼펜하우어는 헤겔을 “역겹고 천박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야바위꾼”, “오만하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쇼펜어하우어의 독설은 언제나 어휘가 풍부하고 중복됨이 없다. 학술적인 공격에서 시작된 쇼펜하우어의 독설은 곧장 인신공격으로 발전했다. 그는 “헤겔은 맥줏집 주인처럼 딱한 정신적 괴물”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쇼펜하우어는 맥줏집 주인들과도 심심치 않게 다툼을 벌였을 듯싶다. - 본문 38쪽
제2차 세계대전 후 하이데거는 나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세상의 비난과 멸시를 받게 된다. 1950년 아렌트가 독일로 건너가 그를 만났다. 17년 만에 재회한 아렌트는 또다시 하이데거에게 매료되고 만다. 그때부터 그녀는 하이데거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직접 예일 대학교에서 하이데거의 철학 사상을 강의하고, 하이데거의 저서가 미국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힘썼으며, 하이데거의 행동을 변호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하이데거를 도와 《존재와 시간》 친필 원고를 경매로 팔 수 있도록 애썼다. 심지어 그녀는 하이데거의 기분을 고려해 하이데거를 위해 추천사를 써주는 일도 거절했고 자신의 책 《인간의 조건》을 발표했을 때도 하이데거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자기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하던 열여덟 살 소녀가 어느새 자신보다 더 유명해진 현실에 하이데거가 자괴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염려한 아렌트의 세심한 배려였다. 1967년부터 아렌트는 해마다 하이데거를 보러 갔다. - 본문 62~63쪽
출판사 서평
골방에 처박힌 은둔형 외톨이 칸트는 어떻게 《순수이성비판》을 썼을까?
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쇼펜하우어는 왜 하루 종일 독설을 해댔을까?
지성과 미모를 갖춘 한나 아렌트는 왜 평생 가난한 유부남 하이데거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비트겐슈타인은 왜 러셀을 찾아가 자신이 바보냐고 물었을까?
자식을 버린 루소는 어떻게 교육학 경전 《에밀》을 쓸 수 있었을까?
철학자 가운데 가장 인격자인 스피노자는 왜 생전에 두 권의 책밖에 발표하지 않았을까?
철학이 어렵다고 말하기 전에 읽어야 할 단 한 권의 책!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다.” 한 친구의 푸념을 듣고,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펜을 들었다. ‘철학은 이해하기 어려워’라는 뜻의 저부제哲不解라는 필명으로 쓰기 시작한 〈12인의 철학자〉는 중국의 도우반*과 런런왕** 게시판을 순식간에 뜨겁게 달구었고 그녀는 칭화 대학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이렇게 쓴 글들이 책으로 묶였고, 2016년 시대의창에서 《미치광이, 루저, 찌질이 그러나 철학자》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책은 철학에 관심 있지만 심오하고 난삽한 철학서들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 이들을 위한 철학 에세이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철학자지만 그들의 책은 두껍거나 난해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사람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을 알고 싶은 사람들, 좀 더 재미난 방법으로 즐겁게 철학을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차례는 다소 주관적으로 저자의 선호에 따라 뽑혔으나 철학 하면 떠오를 철학자들을 한 편씩, 본편과 번외편으로 나누어 총 스물네 편에 소개한다. 각 사상이 철학사 전체에서 어떤 순서로 제기되어 발전되었는지 볼 수 있도록 ‘편년체’ 차례를 함께 실었다. 이 책은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줄 것이다. 물론 철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철학책이다. 그런데 진짜 재미있다.
* 도우반: www.douban.com, 주로 20대 대학생들이 책, 영화, 음악에 관한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교류하는 사이트.
** 런런망: www.renren.com, 중국판 ‘페이스북’.
미쳤거나 천재이거나, 괴짜이거나 찌질하거나, 혼자이거나 바람둥이거나... 그러나 철학자
철학 공부로 돈을 벌고 승진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철학자가 철학을 하다 우울증을 앓았다. 루소는 철학을 하기 위해 자식 다섯 명을 모두 고아원에 보냈다(164~165쪽). 심지어 마르크스는 자식 일곱 중 넷이 어려서 죽었는데 모두 병원에 가보지도 못했고, 돈이 없어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했다(40쪽). 플라톤,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볼테르, 칸트, 파스칼, 키르케고르, 스펜서, 니체, 쇼펜하우어 등은 독신주의를 고집하며 평생 외롭게 살았다(197쪽). 물론 애정주의자 러셀은 일생 네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으며 애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188쪽). 사르트르와 동거한 보부아르는 ‘성욕 장애 환자’라는 비난을 달고 살았고(95쪽), 평생 작은 스캔들 하나 없이 가정에 충실했던 프로이트는 ‘저질’, ‘색마’, ‘카사노바’ 등 온갖 수식어로 비난받았다(109쪽).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아테네의 신을 부정했다”라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고(243쪽), 베이컨은 어느 추운 날 밖에서 냉동법을 실험하다 몸져 누워 결국 세상을 떠났으며(233쪽), 스피노자는 “육체의 호흡이 정지되면 영혼도 함께 사라진다”고 했다가 유대 교회에서 보낸 킬러에게 암살당할 뻔했다(77쪽).
이들을 이토록 미치게 한 철학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저자는 “철학은 인류의 안식처이며, 인간의 존엄성은 바로 인간의 사상에서 나온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각종 상품을 생산해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훗날 인간마저 도구와 상품의 노예로 전락하는, 인류의 몰락을 피하기 위해 철학은 지칠 줄 모르는 비판 정신으로 인류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어느 날 유토피아처럼 인류 사회가 완벽해진다 해도 “철학자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찾고 비판할 것이다. 철학은 초월이다. 시대의 단점과 부족함을 초월하고 인류의 고통과 고독을 초월하며, 인간이 쉼 없는 열정으로 극한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도록 이끌어준다”(본문 7쪽).
고독한 천재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한복판으로 걸어오다
이 책은 서양철학자 26인과 견유학파를 다루고 있지만, 《논어》, 《홍루몽》 등 중국 고전이나 공자, 노자의 어록에 빗대어 설명하는 구절은 매우 인상적이다. 거침 없는 상상력과 뛰어난 글재주를 녹여낸 볼테르의 공상과학소설 《미크로메가스》를 소개하는 부분이나,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로맨스 소설 《보보경심》, 우리나라에 ‘황제의 딸’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알려진 대만 소설가 충야요의 《환주격격》뿐만 아니라 최근의 인터넷 소설까지, 저자는 문학 작품을 인용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이 밖에도 〈인셉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타이타닉〉,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까지 SF에서 코미디에 이르는 영화 속에서도 철학의 줄기를 찾아내고 있다.
또 저자는 중국의 현실도 돌아보는데,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실 벽에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베이컨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228쪽)고 한다. 또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에는 멋대로 ‘꼬리표’를 붙여 철학자들을 정의했는데, 이는 단편적이고 폭력적인 만행(132~133쪽)이라고 비난한다. 요즘의 중국 아이들은 스펙 쌓기의 시작으로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고(245쪽), 혼인 신고만 하는 경우, 결혼하고도 미혼인 척하는 경우 등 결혼 풍속도도 변하였다.
이처럼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영화와 문학과 드라마 등을 오가면서, 적재적소에 놓인 인용과 비유, 비교 등 저자의 기지 넘치고 발랄한 글이 책장을 자꾸 넘기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 책은 철학에 관한 책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현실로 돌아와도 머릿속에, 마음속에 여러 철학자들이 살아 숨 쉬며 활보할 것이다.
“철학자들은 모두 세계를 해석하고 자신의 지식과 견해를 체계화시키려 하며 다른 철학자들을 배척한다. 철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모두 제각각이어서 칸트는 ‘스스로 존재하는 세계’, 헤겔은 ‘이성적인 세계’,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세계’,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세계’, 사르트르는 ‘황당한 세계’라고 했다. 플라톤은 세상을 ‘이상의 세계’로 바라보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이런 기분이 든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은막 속 인물과 이야기에 푹 빠져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현실 세계의 빛과 소음에 순간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은막 속 세상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분 말이다.”(247~248쪽)
[ 책속으로 추가 ]
그렇다. 철학자들은 대부분 괴짜지만 스피노자는 괴짜 중의 괴짜다. 한마디로 칸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아무리 은둔형 외톨이인 칸트도 매일 오후 4시에는 어김없이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며 광합성을 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감자 몇 광주리만 있으면 석 달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는 것도 가능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외출했을 때 거리의 아가씨들이 두꺼운 바지를 입고 있었다면 그다음 외출했을 때는 아가씨들이 다리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거리를 활보했다. 칸트는 청렴하고 고고했지만 아쉽게도 초기 논문인 《천계의 일반자연사와 이론》의 책날개에 “프리드리히 왕자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달랐다. 그는 감자 살 돈조차 없었을 때 저서에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에게 바칩니다”라고 한 줄만 쓰면 거금을 주겠다는 루이 14세의 제안을 의연하게 거절했다. 또 칸트는 평생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철학을 연구했지만 스피노자는 집에서 철학과 렌즈를 가지고 놀았다. 칸트가 왕이었다면 스피노자는 신이었다! - 본문 76~77쪽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철학자가 바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다. 이 둘은 공통점이 많다. 첫째 둘 다 죽었고, 둘째 둘 다 유대인 남자이며, 셋째 그들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비난과 찬사로 엇갈린다. 물론 철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어떤 철학자의 이론이든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칠수록 추종자와 비난자도 거의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철학자는 문외한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설고 가끔씩 남의 철학 논문에서 몇 줄 인용될 뿐이지만, 어떤 철학자는 수많은 적으로부터 공격과 비난을 받아도 언제나 적들보다 훨씬 위대하다. 그러므로 내 눈에는 영웅인 마르크스가 남들 눈에는 악마로 보일 수도 있고, 프로이트를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하는 이들도 있지만 돌팔이 의사라고 깎아내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프로이트Freud와 사기꾼을 뜻하는 프라우드Fraud가 한 글자 차이니까 말이다. - 본문 114쪽
사람들이 쇼펜하우어를 좋아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때문이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철학서다. 쇼펜하우어는 칸트처럼 세상과 담을 쌓은 채 머리 싸매고 학문에만 몰두하지도 않았고, 헤겔처럼 난삽한 문장으로 사람들을 오리무중에 빠뜨리지도 않았으며, 스피노자처럼 심오한 기하학적 방법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을 엉킨 실타래처럼 만들어놓지도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은 똑 부러질 만큼 명확했으며 군데군데 유머를 잃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주제만을 야무지게 파고들었다.
“세계의 본질은 의지이고 인생은 투쟁이자 비극적인 고난의 역사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 본문 121쪽
만약 루소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면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릴 것이다.
칸트(은둔형 외톨이): 1빠. 제 성공은 님 덕분이에요. 님이 쓴 《에밀》을 읽다가 오후 4시에 산책하러 나가는 것도 잊었답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머저리들은 교회당의 종이 고장 났다고 생각했다지요.
쇼펜하우어(우리 집 개 ‘세계정신’은 털갈이 중): 2빠. 나의 우상 칸트의 말이 맞아요. 님은 철학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위인이에요. 헤겔, 철학의 쓰레기들은 그만 정리하고 어서 와서 위인을 숭배해라.
바이런(시인이 되고 싶다): 님 위풍당당하군요. 님을 위해 시를 쓰고 싶소!
셸리(키츠가 죽었다. 나의 마음도 죽었다): 나도 쓰겠어. 나도 쓸 거야.
로베스피에르(자코뱅파 만세): 원글님의 QQ(중국의 인스턴트메신저-옮긴이) 아이디를 아는 사람 있어? 원글님을 실제로 보고 싶어! - 본문 156~157쪽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내게 있어서 철학 계몽서와 같다. 철학에 처음 입문해 겁도 많고 부끄러움도 많았던 내게 그 책은 신선하고 박력 넘치고 흥미진진한 철학사를 통해 시야를 활짝 열어주었다. 러셀은 철학자들을 가지고 농담을 하면서 철학은 이렇게 싹트고 자라온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중략)
물론 누구나 다 철학자가 될 수는 없다. 인류 역사는 세속적이고 거친 물질생활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철학은 일반인들이 다가갈 수 없을 만큼 고고하지도 않고 철학자들이 주고받는 언어놀이도 아니다. 철학은 다양한 형식으로 각 시대의 문제를 표출하고 그 시대의 의문에 해답을 찾으며 시대의 모순을 보여주는 학문이다. 철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꿈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과 비슷해서 단도직입적이거나 명쾌하지 않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의지론이 큰 인기를 끈 것은 1848년 유럽 혁명의 실패로 인해 이성주의가 몰락했기 때문이고,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가 일세를 풍미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사람들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철학은 시대정신의 정수다! - 본문 194쪽
기본정보
ISBN | 9788959405916 |
---|---|
발행(출시)일자 | 2016년 01월 11일 |
쪽수 | 296쪽 |
크기 |
152 * 225
* 20
mm
/ 416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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