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76 / 애기찹쌀떡버섯

풀빛세상 2014. 8. 27. 13:02

 

 

 

 

옛날 어릴적 이야기이지요.

일반벼를 심은 한 귀퉁이에는 찹쌀벼를 꼭 심어 거두었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소중히 간직하여 요긴하게 사용했었지요.

명절이나 생일 혹은 특별한 날이 되면 어머니는

한 됫박, 두 됫박 넉넉하게 퍼서 찹쌀떡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솥에 시루를 놓고, 그 위에 무명천을 깔아 새하얗게 빛나는 찹쌀을 올려 찐 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는 찹쌀밥을 집 한켠에 있는 돌절구에 넣고 방아찧기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방아를 찧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어린 아들도 한 번씩 거들었습니다.

연약한 아들은 팔이 아파 오래 거들지는 못했지요.

어느 정도 진행되면 찐득거리며 방아에 들어붙기 때문에

어머니는 손에 물을 뭍여 잽싸게 찹쌀뭉치를 뒤집어 주었습니다.

꼭 방아에 손이 상할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

이때 어머니의 재빠른 손놀림은 예술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떡판 위에 옮겨진 떡뭉치를 펀펀하게 넓게 편 후 팥고물을 고르게 바른 후

어머니는 부엌칼을 사용하여 먹기 좋게 잘랐지요.

 

요즘은 이렇게 만들지 않습니다.

방앗간에 재료를 가지고 가면 깔끔하게 만들어 줍니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옛날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에서 갓 만들어진 찹쌀떡은 따뜻하고 쫄깃쫄깃하며

가끔씩은 덜 찧어진 쌀알들이 있어 꼭꼭 씹으면서 먹었지요. 

그때의 그 맛....

 

애기찹쌀떡버섯이라고 합니다.

애기말불버섯이라고도 하는데, 아마 이것이 정명이 되겠지요.

그러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대부분 애기찹쌀떡버섯으로 나옵니다.

누가 이렇게 고운 이름을 붙여주었을까요?

여름의 풀밭에서 1-4cm 정도의 작은 크기로 자라며, 만져보면 말랑말랑합니다.

식용으로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버섯채취가 업은 아니니까 사진으로만 찍어봅니다.

 

민달팽이가 맛나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도 먹는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맛난 별미일까요? 아니면 배가 고팠을까요?

얼굴을 작은 버섯에 파묻고 정신없이 먹고 있습니다.

 

 

 

먹을만큼 먹었는지, 아니면 위에서 나는 셔트 소리를 들었는지 몸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잔디밭으로 들어가서 흔적을 감추어버렸습니다.

아마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들면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겠지요

맛난 찹쌀떡을 맘껏 먹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안에 있는 포자가 위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아마 그 모습은 푸우 하면서 하얀 먼지와 같이 흩어지겠지요.

몇 알은 달팽이에게 주고, 나머지는 번식을 위하여 포자를 바람에 실어보내게 됩니다.

 

어머니 찹쌀떡 만들게요.

하지만 어머니는 너무 늙어버렸습니다.

이제 인간의 나이로 아흔 셋, 언제 하늘나라로 가실지....

그나마 못난 아들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기에 어머니를 곁에 모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향 생각, 어머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