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미국·호주서 재배 성공해 가격 낮춰… 화학물질만 넣어 향 낸 오일도 있죠

입력 : 2019.06.12 03:00

송로버섯

트러플 짜장면, 트러플 삼겹살, 트러플 햄버거…. 트러플(truffle)이란 단어가 들어간 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 아이돌 그룹 소속 가수가 방송에서 트러플 오일을 넣은 짜장 라면을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외식업계가 얼른 올라탄 거예요.

트러플은 한국어로 송로버섯이라고 해요. 서양에서는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며 오래전부터 진미(珍味)로 대접받았죠. 나무뿌리 주변 땅속에서 자라는 송로버섯을 캐내면 영락없는 흙덩어리입니다. 맛도 설익은 감자와 비슷해 별 특징이 없습니다.

송로버섯
/게티이미지뱅크
생김새도, 맛도 별로지만 귀한 대접받는 건 독특한 냄새 때문입니다. 송로버섯 향은 버섯과 흙, 나무뿌리, 사향 등이 뒤섞인 듯 강렬합니다. 조금만 요리에 넣어도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인공 재배가 힘들어 대부분 자연산이고, 그래서 가격도 엄청나게 비쌉니다. 검은색 송로버섯〈사진〉은 대략 1㎏에 300만원, 풍미가 더 강렬한 흰 송로버섯은 1㎏에 600만원이에요. 마트에서 한우 등심이 1㎏에 15만원 정도 하니까 얼마나 비싼지 아시겠죠.

얼마 전까지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어렵게 맛볼 수 있던 송로버섯이 대중화된 건 우선 재배·채취 지역이 확장됐기 때문이에요.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여러 나라에서 송로버섯 재배를 시도했고,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성공했어요. 중국 남부 윈난(雲南) 지역에서 송로버섯 산지가 발견되기도 했죠. 윈난산 송로버섯은 1㎏에 1300위안(약 22만원·현지가) 수준입니다.

요즘 송로버섯을 넣었다는 음식은 대개 송로버섯이 아닌 트러플 오일로 만듭니다. 트러플 오일은 본래 유통기간이 짧은 송로버섯을 올리브오일·해바라기씨유 등 식용유에 담가 만든 향미유입니다. 하지만 송로버섯만으로 냄새가 충분하지 않아 대부분 2,4-디티아펜테인(dithiapentane)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하죠. 2,4-디티아펜테인은 송로버섯 향을 만드는 물질 중 하나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입니다. 심지어 송로버섯은 전혀 안 넣고 2,4-디티아펜테인만으로 만든 트러플 오일도 있어요.

이렇게 생산한 트러플 오일은 저렴하게는 1만원대에도 판매됩니다. 덕분에 송로버섯 냄새라도 맡아볼 수 있게 됐지만, 천연 송로버섯과 비교하면 트러플 오일은 풍미가 밋밋하면서 살짝 역하기까지 해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