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크리스마스때 겨우살이 아래서 입맞춤하는 이유는?

입력 : 2018.12.21 03:05

겨우살이

"크리스마스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눈이 올 것을 기대하지도 않죠. 나는 그저 겨우살이 아래서 기다릴 뿐이에요."

머라이어 케리가 1994년 부른 '내가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것은 당신이 전부(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노래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문화이지만 서양에서는 겨우살이 묶음 또는 겨우살이로 만든 크리스마스 화환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는 전통이 있답니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연인이 키스하면 마녀와 악마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다가 18세기 크리스마스 풍습으로 자리매김했대요. 입맞춤을 한 연인은 행복해진다는 말도 있어요. 크리스마스면 TV에서 재방송을 해주는 '러브 액츄얼리' 같은 영화에서도 겨우살이 아래서 키스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어요. 영어로는 '미슬토(mistletoe)'라고 합니다. '잔가지'라는 어원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겨우살이
/게티이미지뱅크
겨우살이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이유는 겨우내 알알이 맺힌 열매와 잎사귀를 생기 있게 유지하기 때문이에요. 추운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살아낸다고 하여 '겨울살이'가 겨우살이가 됐다는 설명도 있지요. 한겨울 숲에서는 낙엽이 모두 진 회갈빛 참나무나 밤나무와 같은 나무들 사이에서 마르지 않고 초록빛을 띠는 겨우살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큰 나무의 가지나 줄기에서 두껍고 짤막하게 Y자를 만들며 마디마디 꺾인 듯한 가지를 키워 둥글고 넓게 새 둥지와 같이 발달하죠. 추운 날씨에도 짧은 가지는 생생한 황록색을 띠고, 가지 끝에서 솟아난 잎은 잎끝에서 잎자루로 둥글게 좁아지는 형태로 옆이 약간 불룩해 잠자리 날개처럼 풍성하지요. 또 10월부터 노랗게 익는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열매는 크리스마스까지도 가지에 다닥다닥 생기 있게 붙어 전구를 켜 놓은 것 같답니다.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입니다. 반기생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다른 식물에 붙어서 양분을 빼앗으며 살아가요. 겨우살이는 광합성량이 적은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나무줄기나 가지에 붙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빨아먹어요. 보통 나무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낙엽을 떨구고 두꺼운 나무껍질 안쪽에 물과 지방산, 효소 등을 꼭꼭 숨겨 놓거든요. 예쁘게만 보인 열매도 사실은 새의 눈에 잘 띄기 위한 전략이래요. 겨우살이 열매는 끈적끈적해서 새가 배설물을 배출할 때 항문에 달라붙어요. 새는 몸을 나무에 비벼 겨우살이 열매를 떼어내야 하죠. 덕분에 손쉽게 다른 나무에 달라붙어 싹을 틔우고 기생하게 돼요.

이런 겨우살이의 기생이 생태계에 해롭지만은 않대요. 겨우살이가 참나무의 수명을 약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겨우살이 열매를 먹으며 새들은 살고, 양분을 빼앗겨 말라 죽은 나뭇가지는 썩으면서 다양한 생물의 새로운 서식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새미·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