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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Y리뷰] '대행사' 익숙한 듯 새로운 이보영의 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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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사' 첫 회는 배우 이보영 씨의 카리스마가 이끌었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선, 뻔한 '성공 스토리'라는 인상을 지울 파격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7일 포문을 연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 / 극본 송수한 / 제공 SLL / 제작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첫 회에서는 오로지 실력만으로 광고계를 평정한 VC기획의 제작2팀 CD(Creative Director) 고아인(이보영)이 보수적인 VC그룹 내 최초로 여성 임원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전개됐다. 첫 회는 수도권 5.5%, 전국 4.8%(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고아인은 PT 성공률, 연봉상승률, 성과급, TVCF 평가점수, 판매 상승률 모두 업계 1위라는 압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내에서 입지가 불안했다. 보수적인 VC그룹 내에선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한 사례가 없었기에 남자 동기나 후배들은 자신만만한 고아인 뒤에서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비웃었다. 더구나 남자 동기나 후배가 임원이 되면 회사를 나가는 게 그간의 암묵적 관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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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인의 고고한 표정 뒤에는 유리 천장을 뚫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 그는 늘 제일 먼저 출근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밤샘도 불사하고, 비딩 직전까지 카피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약과 술 없이는 불안장애, 공황,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던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동기인 권우철(김대곤) CD가 기획본부장 최창수 상무(조성하)의 학연 직계 라인이라는 이유로 사내에서 가장 예산이 큰 통신사 광고를 독점해 온 것과 달리, 고아인이 걸어온 길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증명해야 하는 고군분투였다.

그런 고아인의 커리어에 있어 최대 갈림길이 될 임원 승진의 기회가 던져졌다. 최상무가 임원 자리까지 내걸 통신사 광고 내부 비딩을 제안한 것. 그간 통신사 광고를 도맡아왔던 권우철을 승진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의 절차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고아인에게는 벼랑 끝의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 고아인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치려는 권우철의 술수를 역이용, 그가 베낀 아이디어와 정반대되는 주제를 들고 나와 승부수를 띄웠다. 광고주는 고아인의 PT에 만족감을 보였고 최상무조차 그녀의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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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불가한 프레젠테이션 결과 덕에 고아인은 그룹 내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됐다. 상무 승진을 알리는 인사 발령 후 팀원들의 축하를 받는 고아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속시원한 뒤집기인 줄 알았던 그녀의 승진이 알고보니 모두 최상무의 설계에 의한 것이었다. 스펙도 없이 밑에서부터 올라왔다는 스토리와 실력이 있고, 영웅이 필요한 시대 정신에도 부합하며, 여기에 몽타주까지 받쳐줄 고아인을 언론의 관심을 유발할 홍보 모델로서 승진시킨 것.

방송 말미에는 VC그룹 강회장(송영창)의 지시에 따른 비서실장 김태완(정승길)과 통화를 하며 모종의 계략을 꾸미는 최상무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예고편에서는 1년짜리 시한부 임원임을 알게 된 고아인이 분노에 떠는 모습이 그려져 이들의 본격적인 싸움을 알렸다.

첫 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독한 변신을 예고했던 이보영 씨다.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 캐릭터였지만 이보영 씨의 담백한 목소리 톤과 절제된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이보영 씨는 업계에서 '주님'으로 불리는 광고주 앞에서도 "이기는 게 습관"이라고 말할 정도의 뻔뻔한 자신감, 경쟁자들 앞에서 촌철살인으로 일갈하는 팩트 폭행, 실력으로 쌓아 올린 카리스마를 표현하며 고아인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런 완벽함 뒤에 약과 외로움에 찌든 이면을 드러내며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끌어내려 애썼다. 담담해서 더 차갑게 파고드는 이보영 씨의 눈빛이, 성공을 갈망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와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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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인의 승진이 실은 독이 든 성배였다는 반전이었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았다. 첫 회 고아인과 맞서는 권우철이 행동과 속이 너무 훤히 들여다보여 긴장감이 반감됐다. 조성하 씨는 매너 좋고 공정한 상사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서 권모술수를 꾀하는 최상무의 두 얼굴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해내며 진짜 맞수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신의 안위 때문에 고아인을 굴욕적인 위치로 끌어내는 최상무의 전략은 두려움을 주기보다 비겁함으로 느껴져 긴장감을 크게 유발하진 못했다. 회장 비서와 통화해서 "내 얘기 꼭 해달라"고 당부하는 장면 등에서 악역인 최상무 캐릭터의 무게감이 아쉬웠다. 결국, 익숙한 성격의 캐릭터와 뻔한 대결 구도, 예측 가능한 성공 스토리에 대한 예측을 깨지 못한 첫 회였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서막을 올렸기에 속단하긴 이르다. 오프닝을 장식한 RPG 게임 광고의 소녀 전사 메타포에서 왕자가 타고 온 백마의 목을 베어버리는 장면을 통해 클리셰를 깨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대행사'가 뻔한 영웅 서사를 흥미로운 반전들로 채워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사진 = JTBC '대행사' 스틸 이미지]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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