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로 접어들면서 신민아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부쩍 커졌다. 무엇보다 목마른 것은 연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였다. 예쁜 얼굴과 멋진 몸매로 대중의 선망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여배우로서의 가치를 확인 받는 것이었다.
브라운관을 떠나 스크린으로 넘어온 신민아는 지난 6월 작가주의 감독 장률의 '경주'를 내놓았다.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이미지가 아닌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본인에게는 숙제 같았다던 연기였다지만 신민아는 잘 수행해냈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주'에 이어 도전한 작품은 대선배 박중훈, 故 최진실의 대표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리메이크 영화.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영화에다 대체 불가한 매력을 선보인 최진실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지난 8일 개봉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전국 150만 명을 돌파하며 비수기 극장가를 접수했다. 지금 연애중인 커플과 갓 결혼한 신혼부부의 공감지수는 특히나 높았다.
"나 역시도 공감이 많이 됐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 하는 고민들, 유부녀가 된 이후의 변화 등이 이야기에 잘 녹아있지 않나. 무엇보다 리얼하게만 부부 이야기를 다룬 것도 아니고 판타지로만 다루는 것도 아니고 적절히 환상과 현실을 섞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파트너인 조정석은 신민아가 캐스팅 당시부터 원했던 배우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이 내는 시너지는 그 어떤 영화보다 좋았다.
"처음부터 잘 맞았다. 이 영화는 상대 배우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 삐그덕 거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빨리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점에서 조정석 씨와 통했다. 그래서 다른 영화 속 남자 배우보다 더 빨리 친해지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크다 보니 두 사람은 아이디어도 자진해서 냈다. 그 결과 짜장면 신과 집들이 신은 원작만큼 예쁘게 완성될 수 있었다.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장면들은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떻게 해야 더 재밌게 표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노래 부르는 신도 그렇고 짜장면 신도 그렇고, 조정석 오빠와 함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신민아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작품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법을 배웠다. 또 캐릭터 선택의 폭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도 하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했다.
"전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표현할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색깔이 분명하거나 아니면 신비로운 역할 위주로만 선택했던 것 같다. 이제는 길에서 지나가다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에 관심이 간다"
"많은 분이 서른이 돼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런 고민과 선택은 20대 초중반에도 있었다. 하지만 20대에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젠 30대가 됐으니 유부녀도,애엄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 말미 신민아는 "다작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여배우가 중심에 선 영화가 많지 않은 충무로 현실이지만, 좋은 작품이라면 배역의 크기나 경중에 상관없이 연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신이라 불리며 환타지의 영역에 있던 스타가 현실에 발을 딛고 제대로 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여배우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