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 정상의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제시카의 탈퇴 혹은 퇴출 소식은 지난 주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언론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소녀시대란 이름값이 각별했던 게 첫 번째 이유고, ‘방출’이냐 ‘탈퇴’냐의 논란 때문이 두 번째 배경이었다. 여기에 자진탈퇴냐, 소속사의 퇴출이냐 여부를 떠나 제시카가 소녀시대와 분리돼야 했던 원인 역시 대중의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팀은 현재 누가 뭐래도 국내 걸그룹 중 정상이고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팀이나 소속사 입장에서 봤을 때, 또 제시카 개인으로 봤을 때 분리는 이득보다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제시카는 지난 달 30일 오전 자신의 웨이보에 “다가오는 공식 스케줄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었으나, 회사와 (나머지 멤버) 8명으로부터 오늘부로 저는 더 이상 소녀시대의 멤버가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팀에서 ‘해고’됐다고 알리며 이 ‘사건’이 시작됐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날 오전 소녀시대는 제시카를 제외한 8명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팬미팅 ‘2014 걸스 제너레이션 퍼스트 팬 파티 - 미스터 미스터 인 선전’ 참석차 출국했다.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했던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올 봄 제시카가 개인적 사정으로 당사에 앞으로 한 장의 앨범활동을 끝으로 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알렸지만 당사와 소녀시대 멤버들은 소녀시대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고민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소녀시대 활동에 대한 우선순위 및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내용들에 대한 정확한 조율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시카가 패션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지속적인 논의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제시카가 자연스럽게 탈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이에 당사는 8인 체제의 소녀시대 활동을 당초보다 앞당기는 것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발표 시점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시카 본인의 시각으로 오늘 새벽에 글이 게재됐다. 향후 당사는 8인 체제의 소녀시대 및 제시카의 개인 활동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과 매니지먼트를 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이며 소녀시대가 아닌, 제시카의 솔로 활동이 향후 펼쳐질 것임을 강력하게 확인했다. 하지만 제시카의 입장은 다시 한 번 다르게 펼쳐졌다. 그는 지난 1일 “9월 29일 소속사로부터 소녀시대를 나가달라는 퇴출 통보를 받게 됐고, 매우 당혹스럽고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퇴출되는 입장을 밝히며 “전부터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사업을 계획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와 멤버들에게 사업 준비 단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사업에 관해 충분히 논의하고 이해를 구해왔다”며 SM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초에 블랑(BLANC) 사업 론칭 때까지 SM으로부터 사업 병행에 대한 동의와 허락을 받았고 멤버들로부터도 축하를 받으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론칭 한 달 만인 9월 초에 멤버들은 돌연 입장을 바꾸고,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을 그만두든지 소녀시대를 떠나든지 양자택일하라는 요구를 해왔다”며 “(그럼에도 나는) 소속사로부터 허락을 받았고, 소녀시대 멤버가 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일이었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SM과 사뭇 다른 주장을 펼쳤다. 물론 강제퇴출이냐, 자진탈퇴냐는 소속사와 제시카 혹은 소녀시대와 제시카의 국지적인 문제일 뿐 9인체재의 소녀시대가 8인체재로 바뀐 작은 변화 자체의 충격이나 손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팬들의 실망과 안타까움 역시 존재하지만 그게 소녀시대의 존폐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거나 수익발생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다. 제시카의 팀내 비중을 떠나 소녀시대는 SM이라는 거대조직이 만든 하나의 기획성 상품에서 출발했지 소녀시대 멤버 9명 개개인의 힘을 기반으로 완성된 ‘뮤지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의 이번 멤버 변화는 팬들에겐 적잖은 충격을 주겠지만 이것은 아이돌의 정체성과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뿐 소녀시대라고 피해갈 수 있는 아이돌 공통의 고민과 숙제는 아니다. 이전에도 이와 같거나 비슷한 케이스는 존재했고 향후에도 충분하게 예고된 아이돌의 ‘유통기한’을 증명하는 현상이다. 아이돌의 원조 제작사인 SM은 많은 인기 아이돌그룹을 만들어냈지만 그들의 생명력은 영원하지 못했다. HOT와 SES는 1996년과 1997년에 각각 데뷔해 똑같이 5년 만에 해체됐다. ‘됐다’는 표현이 조금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 이전에 우리나라 원조 아이돌그룹 1호인 소방차는 1987년 데뷔해 1996년 전격 해체됐다. 세 명의 멤버들은 언론을 통해 팀의 해체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아이돌그룹의 정체성과 생명력을 아주 간편하고 가장 쉽게 설명하는 사례다. 아이돌그룹은 각 멤버의 음악적 방향이나 음악성과는 별 상관없이 기획사의 제작 의도에 의해 어차피 한시적인 생명력을 기초로 탄생하고 소멸이 예고된 퍼포먼스 그룹이다. 소방차가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쇼넨다이(소년대)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1986년 데뷔해 전 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을 훔친 미국의 5인조 아이돌그룹 뉴키즈온더블록 역시 그 생명력은 인기도에 비해 형편없이 짧았다. 일부 아이돌그룹은 ‘아이돌’에 머물지 않고 ‘뮤지션’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음악공부를 하고 그래서 소속사의 기획능력으로 음악을 만들던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 자작곡으로 ‘앨범’을 꾸미는 능동적 뮤지션의 자세로 탈바꿈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돌그룹들은 퍼포먼스그룹의 형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것은 아이돌그룹의 유통기한을 결정짓는다. 그들의 절대적인 신봉자였던 청소년 팬들이 나이를 먹어 더 이상 판타지에 머무르려 하지 않게 되는 시점에서 아이돌그룹의 멤버들 역시 ‘늙어서’ 아이돌의 이미지에 머물 수 없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유통기한의 끝을 맞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인기를 얻고 난 후 각 멤버들의 생각이 동상이몽으로 바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팀의 유통기한을 규정짓는다. 연습생부터 데뷔 초 각 멤버들의 생각은 오로지 ‘성공’을 위한 ‘노력’으로 일치한다. 하지만 스타덤에 오르고 나면 각 멤버들의 활동내용과 인기도 그리고 이와 필수적으로 연계된 수익차이로 서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아이돌의 구조다. 얼마 전 미쓰에이의 수지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수익분배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미쓰에이가 초반에는 활동량을 떠나 ‘N분의 1’로 수익을 균등하게 분배했던 것과 달리 현재 각자의 활동내용에 따라 수익배분을 하고 있다는 발표내용 등이 이를 입증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성공이라는 공통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겠지만 연예인의 경우 그 욕구가 더 강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한 팀의 멤버는 처음에는 ‘전우’지만 어느 정도 성공에 근접해선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구조 속에서 영원한 오리지널 멤버가 아이돌과 생명력을 함께 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소녀시대보다 한 발 앞섰던 원더걸스의 선예가 연예인으로서의 더 큰 성공을 욕심 내지 않고 일찌감치 ‘여자의 길’을 선택한 점이나 소희가 역시 원더걸스나 JYP라는 거대한 우산 아래서 벗어나 배우의 경지를 개척하고자 비포장도로를 선택한 점 역시 아이돌의 한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카라 역시 지나친 성공 앞에서 각자의 생각이 달라져 강지영과 니콜이 계약 만료와 함께 소속사 DSP를 떠나며 위기를 맞아 새 멤버 영지를 합류해 4인조 체재로 재정비했지만 예전에 비해 그 무게감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아이돌로 활동 중이거나 준비 중인 당사자와 아이돌을 보유했거나 데뷔를 준비 중인 기획사 측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제시카의 결혼설과 사업 내용이다. 소녀시대의 원래 9명의 멤버 중 인기도를 떠나 제시카는 비교적 활동 폭이 좁고 활동량이 적은 편이다. 그게 그가 사업과 연애를 병행하고 있어 바쁘기 때문이거나 소속사 측에서 배려해주지 않은 것을 떠나 모든 정황은 제시카가 소녀시대의 한계 즉 유통기한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 의미다. 소녀시대는 2007년 데뷔해 곧 만 8년을 맞는다. 멤버 중 제시카를 포함해 무려 6명이 1989년생 26살로 내년이면 27살이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니란 증거다. 9명 중 제시카를 포함해 무려 5명이 공개 연애중이다. 이 역시 그들이 더 이상 소녀가 아니란 얘기다. 이젠 소속사가 사생활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이 ‘머리’가 컸고 나이도 먹었단 현실이다. 멤버 중 윤아와 수영은 연기자로서 서서히 자리매김해 가는 과정이지만 제시카는 그렇지 못한 멤버 군에 끼어 있다. 그렇다면 제시카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일찌감치-소녀시대일 때-사업에 손을 뻗쳐 ‘노후대책’을 세우는 한편 ‘여자’로서 괜찮은 남자친구를 저변에 확보해두는 것도 나름대로 ‘생활의 발견’일 수 있다. SM 입장에선 소녀시대에 충실하거나 SM 소속 연예인으로서 개별 활동도 병행하는 나머지 멤버들과 사뭇 다른 행보를 걷는 제시카가 눈엣가시일 수 있다. 왜냐하면 SM 입장에선 유통기한 내에 최대한의 매출을 올리는 게 정답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시카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퇴출이냐, 탈퇴냐’나 ‘SM이 잘 못 했나, 제시카가 잘 못 했나’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돌은 기획사의 힘이 클수록, 결국 음악적인 바탕 없인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무려 16년째 멤버교체 하나 없이 롱런하고 있는 신화나 최근 재결합을 성공으로 이끈 god가 각 멤버 간 갈등으로 위기를 맞았거나 해체했지만 이를 이겨내고 긴 생명력을 지키거나 최근 부활했다는 점을 아이돌과 기획사는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DB] [주요기사] ▶ ‘나쁜녀석들’ 김상중, 첫회부터 카리스마 ‘그런데 말입니다, 너무 멋집니다’ ▶ [TD현장+] 신세경 '타짜의 비광 패션? 난해한 올레드 의상' ▶ 예은 "솔로 준비하며 박진영과 전쟁, 편지 11장 써서 설득" [인터뷰] ▶ 써니데이즈, 평범함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개성 강한 보컬돌 [인터뷰] ▶ 톱밥, 설리-최자 추측 사진 공개 '설리 뒷모습+최자 차량 완벽 일치' ▶ 최민식, '루시·명량'으로 韓美 극장 동시 '올킬'… 새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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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의 소녀시대 '하차'와 아이돌의 유통기한
티브이데일리 원문 기사전송 2014-10-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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