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30분부터 6시3분까지…故 손정민과 친구의 타임라인

해군 군사경찰이 지난 16일 오후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잠수복을 입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 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한강 실종 의대생' 고(故) 손정민씨(22)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된 지 5일만이다.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밤 10시54분부터 친구 A씨와 술을 마셨고, 다음날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사라졌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정민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 실종 당일 오전 4시40분 7명의 목격자가 신원불상의 한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갔다는 제보도 나온 상황이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제보, CCTV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정민씨의 실종 당일 행적을 계속 추적 중이다.
4월24일 오후 10시30분... 친구 만나러 한강 갔다지난달 24일 오후 10시30분 정민씨는 친구 A씨의 연락을 받고 반포한강공원으로 나섰다. A씨와 정민씨는 해외여행도 2차례나 갈 정도로 각별한 관계였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술자리는 A씨가 먼저 제안했고, 정민씨는 한강공원에서 보자고 했다.


정민씨와 A씨는 이날 오후 10시54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3차례에 걸쳐 640ml 짜리 소주 2병, 360ml 짜리 소주 2병, 300ml 청주 2병, 750ml 막걸리 3병 등 총 9병을 구입했다. A씨는 정민씨를 만나기 다른 곳에서 청주 2병을 마신 상태였다. 이날 함께 구매한 술을 다 마셨는지,누가 더 많이 마셨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두 취할 정도로 마셨다.

이날 정민씨와 함께 있던 A씨 측은 "A씨가 구입한 술을 전부 마셨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50)도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경찰로부터 혈중알코올농도를 통보받았고 면허취소 수준이었다"고 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4월25일 오전 3시38분... 정민, A씨 돗자리 깔고 함께 있어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22)와 친구 A씨를 사고 당일 현장에서 보았다는 목격자 2명이 찍은 사진/사진=뉴스1

정민씨와 A씨는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동영상도 찍었다. 오전 1시45분부터 10분 후까지 정민씨와 A씨가 함께 나오는 동영상도 있었다. 동영상 내 분위기,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볼 때 둘 사이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또 이날 정민씨와 A씨가 함께 찍은 동영상 중 정민씨가 "골든 건은 봐주자"라는 내용의 얘기가 나온 것도 있었다. A씨는 이에 대해 "골든 건은 어쩔 수 없었어"라고 했다. A씨 측은 "해당 영상 전후 대화내용이 가수 '골든'의 소속사와 해당 소속사의 다른 가수들에 대한 얘기로 이뤄졌었다"고 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3시38분까지 정민씨는 돗자리에서 같이 누워있다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2시18분 정민씨와 친구 A씨가 함께 찍힌 사진도 있다. 이 시간 동안 A씨는 경사로 쪽으로 가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3시37분 A씨는 본인의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A씨 아버지가 받아 1분57초간 통화했다. 당시 A씨 발음은 술에 취해 꼬여 A씨 아버지가 알아듣기 어려웠다. A씨가 '고인이 술에 취해 깨우기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하자 아버지는'친구 잘 깨워서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택시 타고 돌아와라'고 말했다고 한다.
4월25일 오전 4시28분... 취한 A씨만 발견, 정민씨는?

지난 19일 반포한강공원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해군 군사경찰들이 손씨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장비를 이용해 수색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오전 4시28분쯤 A씨는 한강변 경사면 잔디 끝부분에서 가방을 메고 잠든 채 목격자에 의해 발견된다. 물과 가까운 쪽의 잔디면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해 A씨를 깨웠다고 목격자들은 경찰에 진술했다. 그들은 A씨가 일어난 뒤 한 두 마디 정도 대화도 나눴고 A씨의 인상착의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A씨 어머니는 A씨에게 전화했으나 휴대전화는 꺼진 상태였다. 목격자들이 깨워 일어난 A씨는 오전 4시33분 반포한강공원 토끼굴을 지나 택시를 잡아서 타고 귀가했다.

A씨가 한강공원을 떠난 뒤인 오전 4시40분쯤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낚시하던 일행 7명이 신원불상의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낚시를 하던 곳에서 8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입수자가 '어, 어' 소래를 내며 들어갔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남성이서서 한강 쪽으로 들어갔고 가슴까지 물이 차자 수영을 했다. 이들 중 한 명은 "남성이 수영하듯 양팔로 강물을 휘저으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들은 남성이 평영하는 것처럼 보여 응급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신원불상자가 강에서 나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정민씨의 실종 당일 오전 5시 쯤 한강에서 철수했다. 경찰은 "목격자 7명 모두 조사를 마쳤고 신빙성 확보를 위해 직접 현장 조사까지 실시했다"며 "추가 목격자 확보 및 주변 CCTV 분석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손현씨는 블로그를 통해 "경찰은 거의 정민이를 한강에 모든 옷을 입은 채 자연스레 걸어 들어간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기가 막힌 시간에 기가 막힌 증인이 다수 출연했다"며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4월25일 오전 4시50분... 집에 돌아온 A씨, 다시 한강으로

/사진제공=뉴시스

A씨는 오전 4시50분 쯤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A씨는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져놓고 침대에 누웠다. A씨의 부모는 정민씨가 집에 잘 들어갔냐고 물어봤으나 A씨는 만취 상태로 잘 모른다고만 답했다. 이에 A씨의 부모는 정민씨가 여전히 한강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오전 5시10분 A씨 가족은 정민씨를 찾으러 한강에 도착했다. A씨 아버지도 전날 밤 지방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셔 운전을 위해 A씨 어머니도 동행했다. A씨 가족은 정민씨를 찾았고 오전 5시30분 쯤 A씨 어머니는 정민씨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정민씨의 귀가 여부를 묻고, 찾아봐야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날 오전 5시50분부터 반포한강공원에서 찍힌 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갑자기 주저앉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A씨 측은 "이날 A씨가 공원에 도착할 때도 여전히 만취상태였기에 길에 혼자 눕거나 구토를 하는 등 제대로 정민씨를 찾는 일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했다.

오전 6시3분 정민씨의 어머니가 A씨의 어머니에게 "이제 경찰에 신고했고 우리(정민씨의 부모)가 찾고 있으니 집에 돌아가라"고 했고 A씨와 A씨의 부모는 집에 돌아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하지마 손현씨는 문자를 보내기 전에 이미 A씨의 가족이 한강공원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경찰, 입수자 신원 파악에 집중...정민씨 양말의 토양도 분석 경찰은 일행 중 한 명이 오전 4시33분 촬영한 사진도 확보한 상황이다. 경찰은 "다만 입수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추가 목격자 확보 및 주변 폐쇄(CCTV)회로 분석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당시 한강공원에 들어갔던 사람과 나온 사람을 일일이 대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25일 서울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건 총 63건으로, 그중 현재까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남성은 6명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들 중 한 명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목격된 남성과 정민씨와의 연관성도 확인중이다. 특히 정민씨 양말에 묻은 토양을 반포한강공원 일대의 토양 등과 비교해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민씨가 실종됐던 당시 인근 CCTV 54대와 154대 차량의 블랙박스를 모두 분석중"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은 친구 A씨의 노트북, A씨 어머니의 휴대전화, 실종 당일 A씨가 부모와 함께 반포 한강공원 현장에 타고 온 차량의 블랙박스의 디지털포렌식을 완료한 상태다. A씨 아버지의 휴대전화도 제출받아 디지털포렌식 했다. 또 지난 12일 A씨는 프로파일러와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