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을 먹었길래?…‘마술 버섯’ 제동 걸리나?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0.26 (13:38) 수정 2023.10.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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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명 살인 미수 항공사 기장

비행기 기내에서 연행되는 이 사람. 다름 아닌 비행기 조종사 44살 조셉 에머슨입니다.
그는 지난 22일, 83명의 살인미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비번을 맞아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중이던 그는 조종석 뒷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비행기 엔진을 끄려 했습니다.
항공업계는 관행적으로, 비번인 조종사들이 이동할 때 조종실 뒷자리에 앉아서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이날도 에머슨은 조종석 뒷자리에 앉아서 이동 중이었는데 이륙 후 얼마 뒤 "나는 괜찮지 않아!"라고 외치며 비행기 엔진을 끄려고 했다는 겁니다.
결국, 여객기의 기장과 부기장이 에머슨과 몸싸움을 벌였고 90초 만에 그를 제압한 후 인근 포틀랜드 공항에 비상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경찰에 넘겨져 살인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에머슨은 공소장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 '마술버섯'(magic mushrooms)을 복용했고 이후 40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면서 "사건 당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해 빨리 깨어나고 싶어서 엔진을 끄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그가 먹었다는 '마술버섯'은 무엇?

이같이 '마술버섯'을 먹고 범행을 저지른 사건은 넉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열린 비욘드 원더랜드(Beyond Wonderland) 축제장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는데요.
용의자 제임스 켈리도 축제장에 '마술버섯'을 가져갔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는 검찰 조서에서 "나는 여행을 하고 있고 세상에 종말이 오고 있다고 믿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두 사건 모두 환각 상태에서 벌인 범행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각효과를 가진 버섯이 어떻게 버젓이 유통되는 걸까요?
'마술버섯'은 올해 오리건 주에서 처음으로 합법화됐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에 약효가 있고 섭식장애도 완화시켜준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입니다.

마술 버섯의 성분 중에는 실로사이빈(psilocybi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성분이 우울증을 완화시켜준다는 결과가 '네이처 의학'지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가 활동 패턴이 경직되고 제한되는데 실로사이빈이 그러한 뇌를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신경세포 간 연결성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 버섯에 '획기적 치료법'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초기 임상시험이 매우 유망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오리건주는 '주 정부의 감독하에 성인이 마술버섯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최초의 주가 됐습니다.


■ 마술버섯 제동 걸리나?

캘리포니아에서도 지난달 마술버섯을 합법화하는 조례안이 찬성 41대, 반대 11로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SB58로 불리는 이 법안은 스콧 와이너 주 상원의원이 발의했는데 21살 이상 성인에 대해 소량의 환각제를 소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빈 뉴섬 주시사가 서명하지 않아서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에 발생한 조종사 사건이 과연 어떤 영향을 줄까요?
그리고 마술 버섯의 합법화를 추진하는 다른 주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질까요?
버섯의 포자가 퍼지듯 '마술버섯'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미국에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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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대체 무엇을 먹었길래?…‘마술 버섯’ 제동 걸리나?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3-10-26 13:38:30
    • 수정2023-10-26 14: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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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명 살인 미수 항공사 기장

비행기 기내에서 연행되는 이 사람. 다름 아닌 비행기 조종사 44살 조셉 에머슨입니다.
그는 지난 22일, 83명의 살인미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비번을 맞아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중이던 그는 조종석 뒷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비행기 엔진을 끄려 했습니다.
항공업계는 관행적으로, 비번인 조종사들이 이동할 때 조종실 뒷자리에 앉아서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요.
이날도 에머슨은 조종석 뒷자리에 앉아서 이동 중이었는데 이륙 후 얼마 뒤 "나는 괜찮지 않아!"라고 외치며 비행기 엔진을 끄려고 했다는 겁니다.
결국, 여객기의 기장과 부기장이 에머슨과 몸싸움을 벌였고 90초 만에 그를 제압한 후 인근 포틀랜드 공항에 비상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경찰에 넘겨져 살인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에머슨은 공소장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 '마술버섯'(magic mushrooms)을 복용했고 이후 40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면서 "사건 당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해 빨리 깨어나고 싶어서 엔진을 끄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그가 먹었다는 '마술버섯'은 무엇?

이같이 '마술버섯'을 먹고 범행을 저지른 사건은 넉 달 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열린 비욘드 원더랜드(Beyond Wonderland) 축제장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는데요.
용의자 제임스 켈리도 축제장에 '마술버섯'을 가져갔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는 검찰 조서에서 "나는 여행을 하고 있고 세상에 종말이 오고 있다고 믿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두 사건 모두 환각 상태에서 벌인 범행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각효과를 가진 버섯이 어떻게 버젓이 유통되는 걸까요?
'마술버섯'은 올해 오리건 주에서 처음으로 합법화됐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에 약효가 있고 섭식장애도 완화시켜준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입니다.

마술 버섯의 성분 중에는 실로사이빈(psilocybi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성분이 우울증을 완화시켜준다는 결과가 '네이처 의학'지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원리는 이렇습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뇌가 활동 패턴이 경직되고 제한되는데 실로사이빈이 그러한 뇌를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신경세포 간 연결성을 강화시켜준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 버섯에 '획기적 치료법'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초기 임상시험이 매우 유망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오리건주는 '주 정부의 감독하에 성인이 마술버섯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최초의 주가 됐습니다.


■ 마술버섯 제동 걸리나?

캘리포니아에서도 지난달 마술버섯을 합법화하는 조례안이 찬성 41대, 반대 11로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SB58로 불리는 이 법안은 스콧 와이너 주 상원의원이 발의했는데 21살 이상 성인에 대해 소량의 환각제를 소지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빈 뉴섬 주시사가 서명하지 않아서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요.
이번에 발생한 조종사 사건이 과연 어떤 영향을 줄까요?
그리고 마술 버섯의 합법화를 추진하는 다른 주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질까요?
버섯의 포자가 퍼지듯 '마술버섯'에 대한 논란이 당분간 미국에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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