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가 굶어요”…배낭 찢어질 듯 도토리 채취? ‘불법’입니다

입력 2022.09.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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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을철이 되면서 도토리, 밤 등 임산물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 등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다람쥐가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최근 가을철이 되면서 도토리, 밤 등 임산물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 등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다람쥐가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줍지 말라면 대답만 하고"…관리소 출퇴근 전후 노려

"오늘 보니 아주머니들이 벌써 도토리를 줍기 시작하네요. '줍지 마시라' 하면 '예' 하고 대답은 잘 하시는데, 사진 찍고 나서 '신고한다'고 하면 잠시 멈칫합니다. 아저씨, 아주머니 가릴 것 없이 도토리 엄청나게 주워 가세요. 배낭 밑이 찢어질 듯 보입니다.

북한산성 관리사무소 주변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밤·도토리 주워 가는데 직원분들은 단속에 크게 신경 안 쓰시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 출근 전, 퇴근 후를 노려 오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특히 북한산성 계곡 - 노적사 - 중흥사 쪽이 심한 것 같습니다. 벌금 얼마, 작년 몇 명에게 경고, 과태료 부과 몇 명 등의 내용들을 현수막에 표기해서 설치해주셨으면 합니다. 단속 좀 강력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8월 26일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시민의 글입니다. 아직 여름이 채 사그라지지 않은 한 달 전인데도, 북한산에서 도토리 등 임산물(林産物·꽃, 나무, 열매 등 산림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생산물)을 함부로 채취하는 일이 일어났던 모양인데요. 글쓴이는 "주워 가는 분들 배낭 밑이 찢어질 것 같다"며 "단속 좀 강력하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하늘이 맑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 본격적으로 가을철이 되면서 '산림 자원 보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관계 기관은 '임산물 불법 채취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임산물 불법 채취 실태와 처벌 규정 등을 알아봤습니다.

산림보호법과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산림의 산물(産物)을 절취하거나 허가받지 않고 채취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게 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산림보호법과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산림의 산물(産物)을 절취하거나 허가받지 않고 채취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게 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국립공원' '국·사유림' 무단 채취 시, 개수 관계없이 '법적 처분'

산림보호법과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산림의 산물(産物)을 절취하거나 허가받지 않고 채취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게 됩니다.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경승지(景勝地)의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 국유림은 산림청 소속 기관(국유림 관리소), 사유림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리합니다.

[관련 법령 요약]

- 산림보호법 제54조 벌칙 2항: 입목·죽의 벌채, 임산물의 굴취·채취, 입목·죽 또는 임산물을 손상하거나 말라 죽게 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자연공원법 제82조 벌칙 2항: 공원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허가 대상 행위(나무를 베거나 야생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산림 관리 기관 등에 따르면, 여기서 임산물 또는 야생식물이란 잣·밤·도토리 같은 일반 나무 열매부터 버섯과 산야초 등 나물류도 다 포함됩니다. 산에서 도구 등을 이용해 채취한 것은 물론, 떨어진 것을 단순히 주워오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개수와 상관없이 적발되면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유림은 특정 마을과 산림 보호 협약을 체결, 일부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임산물 채취가 금지돼 있다"며 "사유림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채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요즘 같은 가을철 현장에서는 단풍 구경을 왔다가 '견물생심'으로 어르신들이 비닐봉지에 도토리 등을 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 적발될 때는 계도 차원에서 '착한 탐방 안내장'을 발부하고, 하산하면서 투명 수거함에 도토리를 놓고 가도록 조치한다. 그 이후 1년 내에 동일한 건으로 두 번 적발될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임산물 무단 채취 현장 적발 영상.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KBS)과거 임산물 무단 채취 현장 적발 영상.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KBS)

■ 배낭에 집게, 마대도 챙겨…도토리에 송이까지

문제는 몇몇 시민들이 이 같은 금지 규정을 잘 모르거나, 알고서도 '소량이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채취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얼마 전 40대 김모 씨는 경기 의왕시 청계산을 오르던 중 불법 채취 광경을 목격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자락 곳곳에서 밤과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배낭은 물론 집게와 마대까지 들고 왔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통행로엔 '도토리 무단 채취 금지'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이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30대 박모 씨는 이웃 주민이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쒔다'고 하자, "산에서 도토리를 함부로 주우시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가 서로 얼굴을 붉힐 뻔했습니다. 박씨는 "밤이나 도토리 등 산에서 나는 열매를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알고 있다"며 "이웃은 '주우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내심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도토리 수준을 넘어서 고가에 팔리는 '능이·송이버섯'을 대량 채취하다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강원도 양구 소양호 상류 선착장에서 한 남성이 무단 채취한 능이-송이버섯. (사진 출처=KBS)지난 18일 강원도 양구 소양호 상류 선착장에서 한 남성이 무단 채취한 능이-송이버섯. (사진 출처=KBS)

지난 18일 강원도 양구군 소양호 상류의 선착장.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하선(下船)하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됩니다. 손에 쥔 노란색 자루를 열어 보니 능이·송이버섯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선착장 건너편 국유림에서 몰래 딴 버섯들로, 무게는 총 7.5㎏. 배에서 트럭으로 옮겨 싣는 과정에서 적발됐습니다.

■ '임산물 불법 채취' 증가세…"야생동물에 사람까지 피해"

이 같은 임산물 불법 채취 행위는 매년 전국에서 1,200건가량 적발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200명 정도는 형사처분까지 받고 있는데요. 산림청에 의하면, 불법 임산물 채취로 형사처분을 받은 사람은 2017년 138명(103건), 2018년 152명(104건), 2019년 220명(158건), 2020년 233명(170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셉니다.

특히 채취꾼들이 산세가 험한 곳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여운태 산림청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 팀장은 지난 21일 KBS 강원 보도에서 "전문 채취꾼들은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를 약속하고, 그곳에서 다시 차량이 와서 태워가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임산물을 무단 채취하는 행위는 야생동물 생존에 필요한 양식을 없애는 것으로 자연 보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도토리 등 열매는 야생동물의 중요 식량으로 무분별한 채취는 생태계 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종호 경기도동물구조관리협회 대표는 "땅에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을 가진 다람쥐에게 가을철 도토리는 중요한 식량"이라며 "야생동물의 겨울철 식량을 사람들이 다 주워간다면, 동물들은 결국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오고 농작물을 해치게 된다. 사람도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10월 연세대 학생단체 ‘연세 도토리 수호대’가 만든 도토리 저금통.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가을철을 맞아 학생들이 야생동물 먹이 보호에 나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작년 10월 연세대 학생단체 ‘연세 도토리 수호대’가 만든 도토리 저금통.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가을철을 맞아 학생들이 야생동물 먹이 보호에 나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임산물 단속반' 뜬다…먼저 자제하는 모범 보여야

현재 경기도를 비롯, 경상북도와 전라남·북도 지자체들이 임산물 불법 채취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반을 꾸린 상황입니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관계자는 "현재 연중으로 '임산물 불법 채취 단속'을 실시 중이다. 산림청 소속 기관인 지방 산림청, 국유림 관리소 등이 각 시·도청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가을철인 9~10월에는 더욱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유림 관리소 소속 '산림특별사법경찰' 등으로 편성된 단속반에 드론·액션캠 등 각종 장비를 활용,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신속한 적발만큼이나, 등산객 스스로 채취 행위를 자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두에 국립공원 홈페이지 게시글을 작성한 글쓴이는 "인간의 탐욕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계절이라, 이 시기에는 산에 오기가 무섭다"며 "생태계 파괴한다고 개, 고양이를 탓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정해나갔으면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무수히 흔들리는 손길들 / 떠남으로써 얻는 / 이 풍요한 결실의 의미. (유자효 - 이 가을에 우리는)' 비움으로써 풍요를 느끼는 '가을의 진정한 축복'을 노래한 시처럼, 모든 사람이 욕심을 버리고 자연 앞에 모범이 되는 계절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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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람쥐가 굶어요”…배낭 찢어질 듯 도토리 채취? ‘불법’입니다
    • 입력 2022-09-25 07:01:49
    취재K
최근 가을철이 되면서 도토리, 밤 등 임산물 불법 채취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 등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다람쥐가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줍지 말라면 대답만 하고"…관리소 출퇴근 전후 노려

"오늘 보니 아주머니들이 벌써 도토리를 줍기 시작하네요. '줍지 마시라' 하면 '예' 하고 대답은 잘 하시는데, 사진 찍고 나서 '신고한다'고 하면 잠시 멈칫합니다. 아저씨, 아주머니 가릴 것 없이 도토리 엄청나게 주워 가세요. 배낭 밑이 찢어질 듯 보입니다.

북한산성 관리사무소 주변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밤·도토리 주워 가는데 직원분들은 단속에 크게 신경 안 쓰시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 출근 전, 퇴근 후를 노려 오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특히 북한산성 계곡 - 노적사 - 중흥사 쪽이 심한 것 같습니다. 벌금 얼마, 작년 몇 명에게 경고, 과태료 부과 몇 명 등의 내용들을 현수막에 표기해서 설치해주셨으면 합니다. 단속 좀 강력하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8월 26일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시민의 글입니다. 아직 여름이 채 사그라지지 않은 한 달 전인데도, 북한산에서 도토리 등 임산물(林産物·꽃, 나무, 열매 등 산림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생산물)을 함부로 채취하는 일이 일어났던 모양인데요. 글쓴이는 "주워 가는 분들 배낭 밑이 찢어질 것 같다"며 "단속 좀 강력하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하늘이 맑고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 본격적으로 가을철이 되면서 '산림 자원 보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관계 기관은 '임산물 불법 채취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임산물 불법 채취 실태와 처벌 규정 등을 알아봤습니다.

산림보호법과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산림의 산물(産物)을 절취하거나 허가받지 않고 채취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게 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국립공원' '국·사유림' 무단 채취 시, 개수 관계없이 '법적 처분'

산림보호법과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산림의 산물(産物)을 절취하거나 허가받지 않고 채취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게 됩니다. 국립공원에 해당하는 경승지(景勝地)의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 국유림은 산림청 소속 기관(국유림 관리소), 사유림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리합니다.

[관련 법령 요약]

- 산림보호법 제54조 벌칙 2항: 입목·죽의 벌채, 임산물의 굴취·채취, 입목·죽 또는 임산물을 손상하거나 말라 죽게 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자연공원법 제82조 벌칙 2항: 공원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허가 대상 행위(나무를 베거나 야생식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산림 관리 기관 등에 따르면, 여기서 임산물 또는 야생식물이란 잣·밤·도토리 같은 일반 나무 열매부터 버섯과 산야초 등 나물류도 다 포함됩니다. 산에서 도구 등을 이용해 채취한 것은 물론, 떨어진 것을 단순히 주워오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개수와 상관없이 적발되면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유림은 특정 마을과 산림 보호 협약을 체결, 일부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임산물 채취가 금지돼 있다"며 "사유림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채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요즘 같은 가을철 현장에서는 단풍 구경을 왔다가 '견물생심'으로 어르신들이 비닐봉지에 도토리 등을 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 적발될 때는 계도 차원에서 '착한 탐방 안내장'을 발부하고, 하산하면서 투명 수거함에 도토리를 놓고 가도록 조치한다. 그 이후 1년 내에 동일한 건으로 두 번 적발될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임산물 무단 채취 현장 적발 영상.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KBS)
■ 배낭에 집게, 마대도 챙겨…도토리에 송이까지

문제는 몇몇 시민들이 이 같은 금지 규정을 잘 모르거나, 알고서도 '소량이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채취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얼마 전 40대 김모 씨는 경기 의왕시 청계산을 오르던 중 불법 채취 광경을 목격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자락 곳곳에서 밤과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배낭은 물론 집게와 마대까지 들고 왔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통행로엔 '도토리 무단 채취 금지' 현수막이 내걸렸지만, 이들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30대 박모 씨는 이웃 주민이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쒔다'고 하자, "산에서 도토리를 함부로 주우시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가 서로 얼굴을 붉힐 뻔했습니다. 박씨는 "밤이나 도토리 등 산에서 나는 열매를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알고 있다"며 "이웃은 '주우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내심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도토리 수준을 넘어서 고가에 팔리는 '능이·송이버섯'을 대량 채취하다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강원도 양구 소양호 상류 선착장에서 한 남성이 무단 채취한 능이-송이버섯. (사진 출처=KBS)
지난 18일 강원도 양구군 소양호 상류의 선착장.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하선(下船)하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됩니다. 손에 쥔 노란색 자루를 열어 보니 능이·송이버섯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선착장 건너편 국유림에서 몰래 딴 버섯들로, 무게는 총 7.5㎏. 배에서 트럭으로 옮겨 싣는 과정에서 적발됐습니다.

■ '임산물 불법 채취' 증가세…"야생동물에 사람까지 피해"

이 같은 임산물 불법 채취 행위는 매년 전국에서 1,200건가량 적발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200명 정도는 형사처분까지 받고 있는데요. 산림청에 의하면, 불법 임산물 채취로 형사처분을 받은 사람은 2017년 138명(103건), 2018년 152명(104건), 2019년 220명(158건), 2020년 233명(170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셉니다.

특히 채취꾼들이 산세가 험한 곳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에는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여운태 산림청 민북지역국유림관리소 팀장은 지난 21일 KBS 강원 보도에서 "전문 채취꾼들은 어느 장소에서 만나기를 약속하고, 그곳에서 다시 차량이 와서 태워가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임산물을 무단 채취하는 행위는 야생동물 생존에 필요한 양식을 없애는 것으로 자연 보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도토리 등 열매는 야생동물의 중요 식량으로 무분별한 채취는 생태계 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종호 경기도동물구조관리협회 대표는 "땅에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을 가진 다람쥐에게 가을철 도토리는 중요한 식량"이라며 "야생동물의 겨울철 식량을 사람들이 다 주워간다면, 동물들은 결국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오고 농작물을 해치게 된다. 사람도 피해를 보게 되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작년 10월 연세대 학생단체 ‘연세 도토리 수호대’가 만든 도토리 저금통. 밤과 도토리가 떨어지는 가을철을 맞아 학생들이 야생동물 먹이 보호에 나섰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임산물 단속반' 뜬다…먼저 자제하는 모범 보여야

현재 경기도를 비롯, 경상북도와 전라남·북도 지자체들이 임산물 불법 채취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반을 꾸린 상황입니다.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관계자는 "현재 연중으로 '임산물 불법 채취 단속'을 실시 중이다. 산림청 소속 기관인 지방 산림청, 국유림 관리소 등이 각 시·도청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가을철인 9~10월에는 더욱 집중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유림 관리소 소속 '산림특별사법경찰' 등으로 편성된 단속반에 드론·액션캠 등 각종 장비를 활용,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신속한 적발만큼이나, 등산객 스스로 채취 행위를 자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두에 국립공원 홈페이지 게시글을 작성한 글쓴이는 "인간의 탐욕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는 계절이라, 이 시기에는 산에 오기가 무섭다"며 "생태계 파괴한다고 개, 고양이를 탓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정해나갔으면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무수히 흔들리는 손길들 / 떠남으로써 얻는 / 이 풍요한 결실의 의미. (유자효 - 이 가을에 우리는)' 비움으로써 풍요를 느끼는 '가을의 진정한 축복'을 노래한 시처럼, 모든 사람이 욕심을 버리고 자연 앞에 모범이 되는 계절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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