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竹島(다케시마).com 소유자입니다” 독도.com 보도 이후…

입력 2022.04.20 (07:00) 수정 2022.04.2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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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실제로 해봤으면 하는 사항. '독도.com'을 검색하면 바로 (일본) 외무성의 '다케시마' 페이지로

며칠 전 우연히 본 SNS에는 일본어로 작성된 이런 내용의 글이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한글 '독도'를 사용한 도메인,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com' 도메인을 입력하면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의 '다케시마' 웹페이지(아래)로 연결된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넷 주소창에 ‘독도.com’을 입력하면 일본 외무성(일본의 영토-다케시마)의 웹페이지로 이동한다인터넷 주소창에 ‘독도.com’을 입력하면 일본 외무성(일본의 영토-다케시마)의 웹페이지로 이동한다

황당한 얘기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이 페이지는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때 사용하는 모든 억지 근거를 모아놓은 곳입니다.

해당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일본국의 일관된 입장'.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고, 법적인 정당성도 없지만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겠다

이곳의 모든 설명과 동영상, 문서 자료들은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포함해 12개 언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12개 언어로 정리돼 있다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12개 언어로 정리돼 있다

'독도.com' 도메인의 주인은 누구일까? 국내 도메인 업체인 '후이즈'를 통해 확인해봤더니, 약 18년 전인 2004년 누군가 미국에서 구입했고, 계약 만기는 5월입니다.

일본 외무성이 직접 소유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외무성의 다케시마 웹페이지로 연결되게끔 설정을 해놨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외무성에도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이메일로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질문했습니다.

-독도.com이 다케시마 웹페이지로 연결된 건 언제부터인가?

-이 한글 도메인을 언제부터 사용했는가?

-어떤 이유에서 이 도메인을 외무성의 웹페이지로 연결시켰는가?

그로부터 두 시간 뒤, 외무성으로부터 짧은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예상대로 '관련 없다'는 답이었습니다.

('독도.com' 도메인 건과 관련해) 외무성에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 입장에서는 독도를 '한글'로 표기한 도메인보다는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竹島(다케시마)나 獨島(독도) 같은 '일본어' 도메인이 더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두 도메인은 누가 소유하고 있을까?

보도 이후 사흘 만에 실제 소유자라는 한국인 A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A씨가 보내 온 메일에는 두 개의 이미지가 첨부돼 있었습니다. 일본의 도메인 업체인 '오나마에(お名前, 이름이라는 뜻).com'과의 계약 내용입니다.

‘竹島.com’의 전송처URL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페이지로 설정돼 있다‘竹島.com’의 전송처URL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페이지로 설정돼 있다

오나마에닷컴이 A씨의 요청에 따라 '竹島(다케시마).com'과 '獨島(독도).com' 도메인의 'URL전송의 설정'을 변경했다는 통지입니다.

위쪽 빨간 박스(転送元URL)가 A씨가 소유하고 있는 도메인, 아래쪽 빨간 박스(転送先URL)가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설정해 놓은 웹페이지입니다.

‘獨島(독도).com’의 전송처URL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설정돼 있다‘獨島(독도).com’의 전송처URL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설정돼 있다

인터넷 주소창에 '竹島.com'이나 '獨島.com'을 입력하면 한국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연결되도록 설정해 놓은 겁니다.

일본이 '독도.com'을 선점했다는 보도를 본 A씨는 곧바로 이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설정을 변경한 날짜도 4월 18일로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주소창에 두 도메인을 입력하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의 ‘독도’ 웹페이지(일본어)외교부의 ‘독도’ 웹페이지(일본어)

과거 일본에 거주했던 A씨는 일본의 독도 야욕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것을 보고, 2018년 두 도메인을 구입했습니다. 일본어 도메인을 한국에서 구입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해 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의 독도 도발과 관련해 대응이 필요할 경우, 두 도메인을 외교부에 대가 없이 넘겨드리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두 도메인을 '독도' 웹페이지로 연결한 이유를 묻자 A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일본이 한글로 된 독도.com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진짜는 '竹島.com'과 '獨島.com' 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예전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데 (일본에 보여주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도 관련 도메인을 선점하려는 네티즌 간 쟁탈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지만, 정작 가장 상징적인 '독도.com'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외교부는 '竹島.com'과 '獨島.com'이 자신들의 '독도' 페이지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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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竹島(다케시마).com 소유자입니다” 독도.com 보도 이후…
    • 입력 2022-04-20 07:00:17
    • 수정2022-04-20 07:04:14
    특파원 리포트

꼭 실제로 해봤으면 하는 사항. '독도.com'을 검색하면 바로 (일본) 외무성의 '다케시마' 페이지로

며칠 전 우연히 본 SNS에는 일본어로 작성된 이런 내용의 글이 공유되고 있었습니다. 한글 '독도'를 사용한 도메인,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com' 도메인을 입력하면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의 '다케시마' 웹페이지(아래)로 연결된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넷 주소창에 ‘독도.com’을 입력하면 일본 외무성(일본의 영토-다케시마)의 웹페이지로 이동한다
황당한 얘기지만 사실이었습니다. 이 페이지는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때 사용하는 모든 억지 근거를 모아놓은 곳입니다.

해당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일본국의 일관된 입장'.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고, 법적인 정당성도 없지만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겠다

이곳의 모든 설명과 동영상, 문서 자료들은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포함해 12개 언어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12개 언어로 정리돼 있다
'독도.com' 도메인의 주인은 누구일까? 국내 도메인 업체인 '후이즈'를 통해 확인해봤더니, 약 18년 전인 2004년 누군가 미국에서 구입했고, 계약 만기는 5월입니다.

일본 외무성이 직접 소유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외무성의 다케시마 웹페이지로 연결되게끔 설정을 해놨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외무성에도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이메일로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질문했습니다.

-독도.com이 다케시마 웹페이지로 연결된 건 언제부터인가?

-이 한글 도메인을 언제부터 사용했는가?

-어떤 이유에서 이 도메인을 외무성의 웹페이지로 연결시켰는가?

그로부터 두 시간 뒤, 외무성으로부터 짧은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예상대로 '관련 없다'는 답이었습니다.

('독도.com' 도메인 건과 관련해) 외무성에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일본 입장에서는 독도를 '한글'로 표기한 도메인보다는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竹島(다케시마)나 獨島(독도) 같은 '일본어' 도메인이 더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두 도메인은 누가 소유하고 있을까?

보도 이후 사흘 만에 실제 소유자라는 한국인 A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A씨가 보내 온 메일에는 두 개의 이미지가 첨부돼 있었습니다. 일본의 도메인 업체인 '오나마에(お名前, 이름이라는 뜻).com'과의 계약 내용입니다.

‘竹島.com’의 전송처URL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페이지로 설정돼 있다
오나마에닷컴이 A씨의 요청에 따라 '竹島(다케시마).com'과 '獨島(독도).com' 도메인의 'URL전송의 설정'을 변경했다는 통지입니다.

위쪽 빨간 박스(転送元URL)가 A씨가 소유하고 있는 도메인, 아래쪽 빨간 박스(転送先URL)가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설정해 놓은 웹페이지입니다.

‘獨島(독도).com’의 전송처URL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설정돼 있다
인터넷 주소창에 '竹島.com'이나 '獨島.com'을 입력하면 한국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연결되도록 설정해 놓은 겁니다.

일본이 '독도.com'을 선점했다는 보도를 본 A씨는 곧바로 이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설정을 변경한 날짜도 4월 18일로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주소창에 두 도메인을 입력하면 외교부의 '독도' 일본어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의 ‘독도’ 웹페이지(일본어)
과거 일본에 거주했던 A씨는 일본의 독도 야욕이 갈수록 노골화하는 것을 보고, 2018년 두 도메인을 구입했습니다. 일본어 도메인을 한국에서 구입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해 전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의 독도 도발과 관련해 대응이 필요할 경우, 두 도메인을 외교부에 대가 없이 넘겨드리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두 도메인을 '독도' 웹페이지로 연결한 이유를 묻자 A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일본이 한글로 된 독도.com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진짜는 '竹島.com'과 '獨島.com' 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예전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데 (일본에 보여주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독도 관련 도메인을 선점하려는 네티즌 간 쟁탈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지만, 정작 가장 상징적인 '독도.com'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외교부는 '竹島.com'과 '獨島.com'이 자신들의 '독도' 페이지로 연결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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