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에서 나는 시스템을 만들 뿐, 
물리적인 규칙들이나 시스템화 된 기계들이 작업의 과정들을 수행하게 되고, 
이로써 작품의 사물들은 수동적인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인 주체들로 묘사된다.”




작품소개
 작가는 시카고 유학 생활 동안 모은 중고 스피커들과 직접 제작한 키네틱 조명에 입력과 출력이 연결되는 피드백(feedback) 기술을 적용했다. 결괏값이 다시 입력값으로 이어지는 피드백으로 인해 금속 막대에 연결된 스피커의 전원(power)이 꺼졌다 켜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입력값(input)’인 중력, 바람, 진자운동으로 ‘결괏값(output)’인 소리와 빛의 점멸이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며 전시 공간을 무한의 영역으로 만든다. 아는 혼돈 속에도 질서가 있고 그 질서 속 어느 부분이 전체의 패턴을 무한 반복한다는 자연 현상(카오스와 프랙털 이론)과 결을 같이 한다.
 작품은 일상 오브제(스피커)들로 인공적인 자연 현상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무한의 반복 속에서 펼쳐지는 변칙적인 발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관객이 별자리를 닮은 스파크들을 이어보고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려볼 수 있도록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한재석
한재석은 디지털 상호작용 중에서도 비디오 피드백(Video Feedback)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 작가다. 발생 예술(Generative Art)의 기계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예술 방식과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강조하는 모노하(物波)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피드백(feedback) 기술을 이용하여 물리적 규칙화, 시스템화된 일상 속 오브제들의 ‘있는 그대로’의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설치작업을 주로 해왔다. 지난 2018, 2019년에 시카고에서 열린 사운드 퍼포먼스 사운드 퍼포먼스 행사 웨이브폼(waveforms)과 지하극장에서 열린 연합운동 공연에 참여하면서부터 작업의 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작가노트
 피드백(Feedback)과 모호한 경계자(Ambiguous Borderer) Generative Art(발생 예술)과 모노하(物波)에 대한 관심과 영향으로 나의 작업에서 나는 시스템을 만들 뿐, 물리적인 규칙들이나 시스템화 된 기계들이 작업의 과정들을 수행하게 되고, 이로써 작품의 사물들은 수동적인 기존의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인 주체들로 묘사된다. 이러한 능동적인 역할로서 사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시스템 속에서 나는 모호한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가상의 디지털 정보 범람 속에서 직접 보고 만져야 뇌의 각성이 이루어지는 밀레니엄 그림자 세대로서, 나는 디지털 상호작용 특히 비디오 피드백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브제들의 물리적 상호작용에도 관심이 있다. 그것이 기계 장치들 안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프로세스이든, 물체들의 아날로그적인 움직임 이든, 실제 공간에 위치한 그 물체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애매한 경계 위에 위치해 있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때, 작가의 본능적인 선택 등 작가의 영향을 최소화 하고, 의사결정이나 작가의 권한을 시스템이나 관객들에게 맡기는 시도들은 이전 1960 년 Generative Art 에서 수 많은 작가들이 선택해온 방법일 것이다. 특히, 예술에서 컴퓨터의 등장은 이러한 의사결정을 작가로부터 떠나 기계에게 맡기는 일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로써 작가는 시스템 혹은 특정한 규칙을 만들 뿐, 나머지를 ‘작업’ 이 작가를 대신해 실행해 나간다. 반면, 물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모노파는 인공을 추구하지 않고,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강조하였다. 돌, 철판, 고무, 유리, 흙 등 일상에서 보이는 흔한 소재를 사용하여, 사물에 근본적인 존재성을 부여하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나의 작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오브제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 사물들이다. 다만, 이 사물들은 카메라, 스피커 등 인간의 감각기관을 복사하며, 입력에 따른 출력을 생산하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이 오브제들을 어떠한 것을 매개해 주는 기존의 사회적 관습을 뒤집으면서, 피드백(feedback)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스로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작품의 나머지를 수행해 나가는 능동적인 역할로 전이 시킨다. 이러한 ‘탈 권한’ 적인 현상은 작가가 이에 대한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작가의 권한을 일정부분 작업(작품)에게 넘기게 된다. 이곳에서 ‘나’는 오히려 ‘작업’ 을 중개하는 중개 소(agency) 로 비춰질 수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작가의 최소한의 개입 (시스템을 창조하는 행위)을 통해, 작가를 떠나 작품 자체의 있는 그대로를 감상하게 된다. 나의 작업에서 사물들은 결정되어 있는 시스템 안에서 변칙적인 움직임과 소리를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 시키는 것이다. ‘피드백(feedback)이란 ‘되먹임’, ‘되 알림’, ‘환류’ 등으로 해석 될 수 있으며, 이는 두 개 이상의 주체에서, 한 쪽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적 활동을 의미한다. 또한 해양에서 ‘환류’는 연속적으로 되돌아 흐르는 해수의 순환을 말하기도 하며, 화학적으로는 가열시킨 증기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뜻도 있다. 더 나아가 공학에서 피드백은 초기 입력 값에 대한 출력 값을 입력 값에 넣고 반복하여 최종적으로 원하는 목표 값에 도달하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하며 프로세스 제어, 서보(servo) 기구, 자동 조정 같은 자동화의 대부분이 피드백 원리를 사용한다. 생물학, 공학, 직업, 관계 등 에서 광범위 하게 사용되는 피드백은 주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뜻으로 통상 사용된다. 내 작업에서 ‘피드백’은 ‘모호함’ 이라는 개념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 될 수 있다. 동사 ‘모호하다’는 ‘말이나 태도가 흐리터분하 여 분명하지 않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피드백은 입력과 출력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두개의 상태가 서로 혼재되어 있어 어떤 상태라고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위상이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철학 때 부 터 존재했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오랜 물음으로 부터, 최근 양자 역학에 이르기 까지, 피드백은 ‘불확정 인과관계 순서’로 존재한다. 즉, 피드백 시스템안에서는 사건의 발생 순서가 무의미하며, 그것의 상태 또한모호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호함은 매개체와 객체, 입력과 출력, 작가와 작품, 일상 사물과 미술작품, 자연과 비자연, 음악과 소음 등 서로 대비되는 존재가 무의미한 것이다. 나의 작업에서 오브제들은 더이상 기존의 매개체로써 역할이 아닌, 스스로의 메커니즘에 의해 매개체 자체가 되어, 끊임없는 반복을 이어나간다.
CV

한재석 (b.1990)
시카고 예술 대학교 사운드과 석사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영상매체 예술 연합 전공 이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1 《피드백커: 무한의 경계자》, OCI 미술관, 서울, 한국 (전시예정)
2020 《Constellation》, 사이트 콜럼버스 갤러리, 시카고, 한국

주요 기획전
2020 《와리가리 프로젝트》, 공간 저쪽, 부산, 한국
2020 《리플링:물결치다》, 지하극장, 서울, 한국
2020 《Launch》, SAIC Gallery, 시카고, 미국
2020 《내가 사는 피드》, 아르코 미술관, 서울, 한국
2019 《발견된 정원》 2인전, 사이트 샤프 갤러리, 시카고, 미국
2019 《디지털과 유사한》, 아트스페이스 형, 서울, 한국
2018 《서핑인류》, 쇼앤텔, 서울, 한국
2018 《뉴드로잉 프로젝트》, 장욱진 미술관, 양주, 한국
2017 《기획전》, 행화탕, 서울, 한국

사운드 퍼포먼스
2020 《리플링:물결치다》, 지하극장, 서울, 한국
2019 《Wave Form 2019》, ESS, 시카고, 미국
2018 《Wave Form 2018》, 디자인 뮤지엄, 시카고, 미국

수상/ 선정 / 레지던시
2020 2021 OCI YOUNG CREATIVES 선정, 한국
2020 와리가리 프로젝트 공모 선정,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