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김정일 아나운서, 내가 '원조' 김정일

기사등록 2011/12/20 07:21:00

최종수정 2016/12/27 23:12:52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69세로 사망한 북의 김정일을 바라보는 SBS 아나운서 김정일(48) 차장은 만감이 교교하다.

 "휴가라 집에서 쉬다가 보도를 접했다. 국민들이 동요하지 말고 차분하게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측 발표로 보면 과로사다. 한편으로는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정일은 반공교육을 받은 486세대인 김 차장에게는 어쩌면 스트레스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답변이 의외다. "살아오는 동안 김정일이라는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 도리어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는데 이름이 도움이 됐다."

 김 차장은 자신이 '김정일(金正日)'의 원조라고 자부한다. "내가 김 위원장보다 먼저 김정일이었다. 나는 1963년 태어날 때부터 김정일이었지만, 김 위원장은 원래 러시아식 이름(김유라)을 쓰다가 1970년대 들어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일'자도 원래는 '一(한 일)'자를 쓰다가 김일성 주석의 공식 후계자가 되면서 1980년에 김 주석의 '日'(날 일)자로 바꾼 것으로 안다."

 김 차장이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평안북도 출신 실향민인 부친이 당초 내 이름을 '김일'로 지었다. 그런데 북한에 김일이라는 장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김남일'로 다시 변경했다. 그런데 남일은 한국전쟁 휴전회담 당시 북한군 수석대표였다. 그래서 고심 끝에 지은 이름이 김정일이다. 김 위원장이 이름을 김정일로 바꾸면서 오히려 같아져 버렸다."

 방송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북한 관련기사가 첫 기사로 나가는 일이 많은데 내가 뉴스 앵커를 맡던 날 김정일 위원장 기사가 나가게 되면 사진은 김 위원장 사진이 나가고, 그 옆에 내 얼굴과 자막으로 내 이름 ‘김정일’이 딱 박히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특히, 몇 년 전 북의 기자들이 SBS를 방문했을 때의 일은 잊혀지지 않는다. "북한 기자들에게 내 동료가 '이 사람이 김정일 아나운서'라며 농을 던지자 북한 기자가 "그럼 남한에서 인기가 아주 높겠군요"라고 받아넘기더라."

 김 차장은 "그 동안 뉴스를 진행하면서 김 위원장과 관련한 여러 가지 소식들을 전해왔다. 가끔은 왜 이름이 나와 똑같은지 화가 나는 일도 있었지만 개인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다뤘다."

 그는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 지난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논문도 북한 방송이 아닌 북한 미사일과 관련된 내용이다. 월~금요일 오후 5시35분 방송되는 '생방송 투데이' MC와 뉴스 앵커로 활동 중이고 2006 독일월드컵 캐스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캐스터 등으로 활약한 경력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도 있다.

 "보통 언론인들은 대학원에서 언론홍보학을 전공하는데 나는 어차피 아나운서이니 다른 무기를 장착하고 싶어 북한학을 택했다"면서 "북한은 동포이기도 하고, 적이기도 하다. 북한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영향을 미칠 블랙홀 같은 존재라는데 주목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박사과정에 진학해 더욱 깊이있게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학 전공자다운 판단도 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면서 중·미·일·러 등 주변 4강이 주시하고 있는 북한에서 같은 민족이라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앞으로 얼마만큼 자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경제학에서는 '투자 없는 곳에 지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이 국면에서 우리가 그 동안 북한에 얼마나 투자를 해왔고, 선의와 후의를 갖고 대해왔는지를 생각해 보게 될 듯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으니 우려할 필요는 없다."

 김 차장은 20일 오후 회사에 복귀, '생방송 투데이'를 진행한다. 김 위원장 사망소식은 당분간 국내뉴스를 도배할 전망이다. 그리고, 김 차장은 20일 동명이인의 사망관련 뉴스를 직접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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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김정일 아나운서, 내가 '원조'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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