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비주얼로 압도하는 아프리카 패션

아프리카 컬쳐 믹스 #01

multilocal
8 min readJan 10, 2019

BEAUTIFUL CELEBRATION OF AFRICANNESS

작년 2월, ‘블랙 팬떠ㄹ’ 라는 엄청난 영화가 나왔다.

제대로 취향 저격 포스터

왜 엄청나냐고??

마블Marvel 영화인데 부산에서 찍었으니까!!!
잘생기고 섹시한 남주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진지하게 엄청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아프리카는 거의 다 가난, 독재, 전쟁 등 부정적이고 불쌍한 이미지다.

하지만, 블랙팬서는 첫 흑인 히어로일 뿐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아프리카 국가 ‘Wakanda와칸다’는 비브라늄이라는 자원으로 엄청난 부와 기술의 발전을 이뤄내어 가장 강력한 나라로 묘사된다. 유럽의 식민지배가 남긴 영향이 전혀 없고, 자원으로 인한 착취의 흔적도 전혀 없다.

즉, 헐리웃 영화 처음으로 아프리카의 문화가 긍정적으로 그려졌다는 것

게다가, 그저 긍정적이고 멋지게만 꾸며낸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유토피아’ 적인 아프리카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낸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블랙팬서를 본 후 누구나 해봤다는 제스쳐

위 사진처럼, 실제로 나는 나이지리아에서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달려갔다.
나도 나름 Panter 팬서 무늬의 옷을 입고 갔지만, 내 옆 사람들을 보면 ‘블랙팬서’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볼 수 있다.

그만큼, ‘블랙팬서’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아프리카 후손) 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자긍심을 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다룰 예정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에게는 아프리카의 패션, 음악, 정치-사회적 이슈 등 폭넓은 주제로 아프리카를 이해할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영화라는 것!!

그래서!

그 시작으로 아프리카의 ‘패션’을 다뤄보려고 한다.

(패션이라고 하기엔 ‘전통적인 문화’에 대해 더 다룰 것이지만, 쉽게 패션이라고 하겠다)

‘블랙팬서’ 이후로 연예인들도 많이 입기 시작한 유명한 아프리카 스타일의 옷 = Dashiki (다시키)

그럼, 영화에 나오는 인물을 통해서 하나씩 살펴보자!!

1. 아프리카에서 담요가 필요해?

Border Tribe의 대장 W’Kabi (와카비)

영화를 보면서, 대체 ‘더운데 담요는 왜 두르는거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남아공 ‘안’에 위치한 나라인 ‘Lesotho’ (=발음, 레쓰~우투)의 Basotho(바쓰~우트) 사람들의 문화인데,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건 물론이고 눈이 내리기 때문에, 저 담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말이다! (실제 Basotho 사람들의 모습)

나라 전체가 해발 1400m가 넘는 산악지대이고, 아프리카에 얼마 없는 스키 리조트 까지 있어, 이 나라야말로 ‘아프리카의 냉장고’라고 할 수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아프리카에는 고산지대가 많아서 상황에 따라 밤이 되면 유니클로 다운패딩이 생각날 때가 많다)

또한, 영화에서 무지막지한 코뿔소를 타고 다니는 Border Tribe 로 묘사되는데, 그 이유는 Lesotho의 국가 동물?(national animal)이 검은 코뿔소black rhino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이 곳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다닌다. (말보단 코뿔소가 간지나니까 이해하자)

2. 저 엄청난 목걸이는 뭐지?

멋진 오코예Okoye 누나! 여전사들!

이 목걸이는 주인공 T’Challa(트찰라)의 옆을 지키는 여전사 Okoye(오코예)와 그 무리들의 중요한 특징이다.

Ndebele Choker , Ndebele Gold Ring 이라고도 불리는 이 액세서리는, 남아공의 Ndebele(은데벨레) 부족의 결혼한 여자들만 매고 다닐 수 있다. 물론, 요즘 패션트렌드이기도 해서 아래 사진처럼 꾸미기도 한다.

오른쪽은 목걸이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시는 ‘은데벨레’ 아주머니들

전통적으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집을 지을 때마다 아내에게 링ring을 하나씩 주게 되있어서, 링이 많을수록 남편이 부유하고 힘이 강한 것을 상징한다.

사진에서 보면 Okoye(오코예)는 9개 정도의 링을 가지고 있으니…!!

남편으로 나오는 이 겟아웃 형은 아주 돈이 많은거다…
(와칸다로 잘 왔다, 브라더)

담요맨 W’Kabi(와카비) 형은 ‘겟아웃’에서 아웃해서 인종차별 없는 ‘와칸다로 왔다’

3. 아프리카에도 붉은사람들이?

영화에서 큰 비중은 아니지만,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스타일의 소유자.

이는 꽃보다 청춘에 나와서 유명해진 나라 ‘나미비아Namibia’힘바Himba 부족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

진흙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 사진처럼, 붉은 피부색과 상의를 걸치지 않는 복장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직접 진흙을 만들어 온 몸에 바르는 이유는, 나미비아 북쪽의 극단적인 사막기후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멋지고 독특한 헤어 스타일 까지 가지게 되는데, 이런 헤어 스타일을 loc(락)이라고 부르고, 자마이카나 레게 하면 떠오르는 ‘드레드락’과 같은 스타일이다.

레게 머리론 따라갈 사람이 없는 밥말리 형님

우리에겐 그저 ‘특이한 흑인 머리’라고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깊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성경의 구약에서 삼손의 머리도 ‘locks’ 라고 묘사된다). 이는 다음 기회에 조금 더 깊게 다루면 좋겠다.

4. 깔맞춤이 보통이 아닌 이 패셔니스타 아저씨는 누구지!

영화에선 말보다 패션으로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아마 가장 눈에 띄었을 법한 비주얼을 다뤄보겠다.

이 원판Lip-plate은 에티오피아의 Mursi(무르씨) 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인데, 아랫입술 가운데에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크기의 판을 끼우는 것이다.

실제 무르시Mursi 족의 사진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영화에선 남자 아저씨가 정장 색깔과 맞춘 원판을 입술에 끼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자들의 액세서리로, 10대때부터 끼우기 시작하여 조금씩 원판의 크기를 키운다.

같은 부족의 남자들은 다른 액세서리 보다는, 아무것도 없이 나체로 생활하는 걸로 유명하다.
(궁금하면 구글에 ‘mursi man’ 이라고 검색해보길)

지금까지 간단히 살펴본 것처럼, 영화 ‘블랙팬서’는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와 부족의 고유한 문화를 잘 조합하여 아름다운 비주얼로 만들어냈다.

글에서 몇가지 지적한 것처럼, 실제 문화와는 다른 부분도 있긴 하지만, 깊이 있는 사전조사를 통해 다양한 아프리카의 모습을 담아낸 블랙팬서 제작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블랙팬서의 보는 재미는 화려한 액션이나 멋진 자연 풍경에도 있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물론, 나처럼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오 저건 어느 나라 스타일이네!

‘이건 우리 부족 복장인데!’

라고 말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한다.마치, 아프리카 빙고 게임을 하듯, 하나씩 발견하는데 아주 큰 재미가 있다.

아프리카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말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몇차례에 걸쳐, ‘블랙팬서’를 통해 볼 수 있는 컬러풀하고 풍성한 아프리카 문화를 폭넓게 다루려고 한다.

이 글을 쓰다보니, 언젠가 한국에서도 아프리카 패션이 멋있어 보이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긴다. 조만간 기회가 되면, 집에 있는 나이지리아 전통옷을 입고 돌아다녀야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