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해 계묘년에 알지 못하는 그 집 식구들 안부를 묻는다
해가 바뀔 무렵이면 늘상 십이지를 이루는 열두 동물 이야기가 항간에 낭자하다. 갑골문에 벌써 십이지가 나오고 있으니 실로 오래된 내력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 토끼도 마찬가지로 겨레붙이 설화나 전설, ‘토끼전’, ‘수궁가’ 같은 문학, 그에 따른 문양과 그림, 길흉화복 따위를 주로 언급하곤 한다. 이 토끼는 20세기 토끼가 겪은 운명과는 전혀 다르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토끼 또한 전통사회 토끼가 아니다. 토끼해를 맞아 집토끼 내력을 되짚어본 까닭이 여기에 있다. 토끼 한 마리도 역사를 피해 가지는 못한다.
신흥동에서 토끼를 대량 사육하던 식구들은 어찌 되었을까. 토끼를 길러서 상급학교에 올라가고, 새로 집을 장만하거나 했을까. 토끼처럼 다복하게 딸, 아들 낳아 살았을까. 어쩌다 물난리라도 겪지는 않았을까. 털이 촘촘한지라 물에 젖은 토끼는 볼썽사나울 뿐 아니라 체온이 떨어져 숨이 끊어지기도 한다. 아버지는 이미 아흔 살이 넘었을 것이고, 아들은 적어도 일흔, 딸은 일흔 살에 가까운 나이일 게다. 이름도 알 수 없어서 찾아볼 방도 같은 게 없다. 예순 해가 지나 다시 토끼해 계묘년에 알지 못하는 그 집 식구들 오손도손한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