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 곁을 지키던 상서로운 나무가 우리 곁으로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4.09.16. 15:41

수정일 2014.09.16. 15:41

조회 2,609

[서울톡톡] "이 나무 이거 아카시나무잖아? 그런데 왜 이제야 꽃을 피우지"
"아니야, 꽃 모양이 다르고, 가시도 없는데 혹시 가시 없는 아카시나무?"
"아카시나무 같은데... 우리 시골에선 선비나무, 출세하는 나무라고 했는데,
귀신도 쫓아버리는 나무라고 했거든"

회화나무 꽃이 피어있는 숲

아카시나무로 오해 받는 회화나무 이야기

지난 8월 하순, 꽃이 흐드러진 한 가로수를 바라보며 일행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뜻 보면 아카시나무처럼 보이는 이 나무를 그들은 정말 아카시나무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나무의 진짜 정체는 회화나무다. 잎 모양과 줄기가 비슷하다 보니 오해를 많이 받는데, 실은 바로 요즘이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는 시절이다.

매끈하게 쭉 뻗는 가지가 특징, 둥근 씨앗이 줄줄이 맺히는 회화나무 열매

회화나무는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이다. 키는 25미터까지 자란다. 줄기는 진한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지며, 가지가 넓게 퍼지는 나무다. 어린가지는 녹색으로, 자르면 진한 냄새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깃꼴겹잎이다. 잎 모양은 타원형이며 뒷면에는 작은 잎자루와 누운 털이 있다. 꽃은 8월에 약간 노란색을 띈 흰색으로 피고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꽃이 진 후 열매가 열리는데 꼬투리모양의 둥근 씨앗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아카시나무와는 다른 회화나무 꽃

꽃봉오리를 괴화(槐花) 또는 괴미(槐米)라 하고, 열매를 괴실(槐實)이라 부른다. 꽃과 열매는 한약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비옥한 산지에서 잘 자란다. 요즘은 정원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으며 목재는 가구재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와·일본,·중국에 분포하며 영문명으로는 스칼라 트리(scholar tree)라고 하는데, 회화나무의 한자이름인 '학자수(學者樹)'를 직역한 것이라 한다. 회화나무는 회화목, 괴목, 회나무, 괴화나무, 홰나무, 괴수 등으로도 불린다.

궁궐을 지키던 상서로운 기운의 나무

옛날 중국의 주나라에서는 조정 앞에 회화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조정을 '괴정(槐庭)'이라 불렀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승문원 앞에 회화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외교문서를 관장하고, 특히 중국에 보내는 외교문서를 담당한 승문원을 '괴원(槐院)'이라 불렀다.

실제로 지금도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커다란 회화나무 세 그루가 서있다. 회화나무를 아끼고 좋아한 것은 궁궐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조상들, 특히 사대부들은 회화나무를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여겼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여 큰 학자나 인물이 난다고 믿었다. 권세나 출세를 가져다주는 행운의 나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불어 회화나무에는 잡귀신을 막아주는 상서로운 기운이 모여 있다고 믿었다.

요즘은 가로수로도 사용하여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된 회화나무. 아직도 사람들은 이 나무의 이름조차 모르고 오해하기 일쑤지만, 아카시나무보다 더 매끈한 줄기와 기품은 전혀 다른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궁궐과 사대부 집안의 마당에는 늘 심겨있던 특별한 나무라는 것을 알고난 후 다시금 뒷짐을 지고 회화나무를 바라보면, 어느덧 그 옛날 그 시절의 위엄 있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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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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