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달빛기행'이 인기 있는 이유…덕수궁 야간개장도 좋아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2.10.31. 09:33

수정일 2022.10.31. 18:39

조회 1,975

'창덕궁 달빛기행'은 창덕궁 내 9곳의 장소를 돌아보는 야간 관람 프로그램이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창덕궁 내 9곳의 장소를 돌아보는 야간 관람 프로그램이다. ⓒ박지영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창덕궁 달빛기행’은 고궁 야간관람의 유행을 선도했다.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으로 나뉘어 행사가 진행되는데, 찾는 시민들이 많아 그야말로 피켓팅을 부른다. 

필자도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도전해 봤는데 계속 실패했고, 이후 가족권 추첨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하반기에 재도전했다. 다행히 운 좋게 당첨돼,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다녀왔다. 많은 야간관람 중에서도 '창덕궁 달빛기행'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다녀와 보니 또 가고 싶어졌다. 
선착순으로 예약 마감되는 일반 예약 대신 가족권은 추첨을 통해 관람객을 선정한다.
선착순으로 예약 마감되는 일반 예약 대신 가족권은 추첨을 통해 관람객을 선정한다. ⓒ박지영

뭐가 다를까? 2022 하반기 '창덕궁 달빛기행'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은 서울에서 사랑받는 궁궐 중 하나다. 필자도 참 좋아하는데, 산세와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전각 배치와 다른 궁에 비해서 더 깊은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일반 선착순 예약(1인 2매)과 가족권 추첨이 있다. 가족권은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 서류와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지만, 예약 한 번으로 2인부터 4인까지 입장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가족권도 추첨으로 선발하지만, 그래도 일반 예약에 비해서는 조금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5세 이상인  경우에는 전화 예매도 가능하지만, 필자가 전화를 해보니 이 역시 대기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어 그냥 예매 사이트에서 가족권을 예약하고 당첨 소식을 기다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권이 당첨되면 예약 링크가 핸드폰으로 전송돼 오고, 그 링크를 통해 최대 4인까지 예매할 수 있다. 

하반기에는 더 많은 관람객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자 1일 참여 인원이 기존 10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됐다. 1조에 25명씩 2개 조(50명)가 5분 간격으로 입장하는데, 전문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관람한 후 연경당에서는 2개 조가 함께 전통예술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돈화문 앞에서 대기하다 보니 나각수의 신호로 수문장들의 행렬이 시작됐다.
돈화문 앞에서 대기하다 보니 나각수의 신호로 수문장들의 행렬이 시작됐다. ⓒ박지영
수문장 사이로 해설사가 등장하면 달빛기행이 시작됐다.
수문장 사이로 해설사가 등장하면 달빛기행이 시작됐다. ⓒ박지영

달빛 기행 매력 1. 전문 해설사와 동행한 소수 인원 참관

달빛기행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서 시작됐다. 입장 15분 전부터 본인 확인이 진행되고, 확인을 마치면 돈화문 앞으로 자리를 옮겨 돈화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수문장들의 행렬이 짧게 진행됐고, 정시에 문이 열리면서 담당 해설사의 안내가 시작됐다. 

돈화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서면 2인당 한 개씩 청사초롱을 받는데,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어 사용이 편했다. 달빛기행 코스는 전문해설사와 함께 돈화문 → 진선문 → 인정전 → 희정당 → 낙선재 → 상량정 → 부용지→ 애련정과 애련지 → 연경당 → 후원 숲길 → 돈화문의 순서로 관람이 이뤄졌다. 밤의 고궁은 고즈넉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특별한 휴식을 전해줬다.
야간관람에 필요한 청사초롱. 관람이 끝날 때까지 어두운 길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
야간관람에 필요한 청사초롱. 관람이 끝날 때까지 어두운 길을 밝히는 역할을 했다. ⓒ박지영

달빛 기행 매력 2. 고궁의 밤은 낮과 다르다

소수의 인원이 전문 해설사의 안내로 넓은 고궁을 여유롭게 돌아보는 경험은 꽤 특별하다. 도심의 현란한 불빛에서 멀어져 우리 역사를 되새기는 동안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낮의 복잡함과는 다른 편안함이 있어 문화재에 더 집중하게 되고, 낮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적절하게 가려주는 어둠이 있어 오히려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낮에 보는 인정전도 멋있지만, 밤에 보니 더 웅장해 보였다.
낮에 보는 인정전도 멋있지만, 밤에 보니 더 웅장해 보였다. ⓒ박지영
인정전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민들. 내부 조명이 더해져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정전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민들. 내부 조명이 더해져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지영

특히, 조명 때문에 더 새롭다. 낮에는 기와나 장식, 단청 색상에 집중하게 된다면 밤에는 전반적인 전각의 형태와 전통 창문살, 내부 구조에 더 집중하게 됐다. 고궁은 왕의 거처인 만큼 건축물과 장식에 담긴 좋은 의미가 가득한데, 밤이 되니 길상의 의미를 가득 담은 다채로운 문양의 창문살의 형태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해설사의 설명이 더해져 그 의미를 되새기는 동안 시민들은 모두 문살만 단독으로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저녁이었지만 전각마다 조명이 설치돼 있어 관람이 수월했다.
저녁이었지만 전각마다 조명이 설치돼 있어 관람이 수월했다. ⓒ박지영
내부에 설치된 조명으로 문살이 낮과는 다르게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왔다.
내부에 설치된 조명으로 문살이 낮과는 다르게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왔다. ⓒ박지영

창덕궁 후원 내 부용지와 애련지에 비친 부용각과 주합루, 애련정의 반영 역시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부용지에 비친 반영이 낮에는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부용지에 비친 반영이 낮에는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박지영
애련정의 반영은 모든 참가자들의 사진 속에 기록되었다.
애련정의 반영은 모든 참가자들의 사진 속에 기록되었다. ⓒ박지영

달빛기행 매력 3. 전통공연과 미개방 지역을 감상하는 즐거움

달빛기행 행사 중 시민들은 장소에 특화된 전통예술공연을 관람했다. 낙선재 후원에 우뚝 선 육각형 누각인 상량정은 낮엔 관람이 불가한 지역인데, 대금 연주를 들으며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었다. 후원 부용지 근처의 영화당에선 거문고 공연을, 연경당에선 효명세자를 주제로 한 전통예술공연을 감상했다. 연경당 공연은 15분 내외로 구성되었는데, 음료가 제공되어 갈증도 해소하면서 쉬어갈 수 있었다. 
미개방지역인 상량정에서는 대금 연주가 진행됐다.
미개방지역인 상량정에서는 대금 연주가 진행됐다. ⓒ박지영
부용지 옆 영화당에선 거문고 공연이 진행됐다.
부용지 옆 영화당에선 거문고 공연이 진행됐다. ⓒ박지영
연경당에서는 효명세자를 주제로 궁중무용과 전통소리 공연이 진행됐다.
연경당에서는 효명세자를 주제로 궁중무용과 전통소리 공연이 진행됐다. ⓒ박지영

이 밖에도 부용지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인 '왕가의 산책'이 진행됐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를 마주하는 시간인 ‘왕가의 산책’은 관람객들이 조선의 왕과 왕비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의 모든 참가자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 희정당 외현관도 개방되었다. 관람을 마친 참가자들에게는 기념품이 제공되었는데, 하반기 기념품은 창덕궁 에코백이었다. 품질도 좋고 크기도 적당해  꽤 쓸모 있는 선물이었다. 
특별 프로그램으로, 조선시대 왕과 왕비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특별 프로그램으로, 조선시대 왕과 왕비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박지영

덕수궁은 야간 개방 중

올해 '창덕궁 달빛기행'을 놓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매해 진행되니 내년을 기약하면 되고, 유튜브 궁능TV에서 올린 10분 내외의 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그래도 고궁의 야경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면, 덕수궁으로 가면 된다. 덕수궁은 현재 휴궁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 중이다.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내국인(단, 외국인은 만6세이하 및 만65세 이상)은 무료 입장이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엔 모든 시민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그러니 낙엽 지는 고궁의 야경이 궁금한 시민들은 들러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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