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데뷔부터 현재까지 [웹진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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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데뷔부터 현재까지 [웹진 웨이브]

2017.11.03
Special

소녀시대, 데뷔부터 현재까지

2007년 8월 5일에 데뷔한 소녀시대는 2017년 올해, 드디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10년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콘셉트부터 섹시하거나 파워풀한 콘셉트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한국 팝의 부흥에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의 가치를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녀시대는 티파니, 수영, 서현 세 멤버가 새로운 터를 찾아 떠나며 당분간 8인조로 만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이 적기다. 다시 함께 무대에 설 그들을 기다리며 10년간 소녀시대가 쌓아온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해본다.

글 | 박희아

# 처음 만난 소녀시대

소녀시대는 첫 번째 싱글 [다시 만난 세계]를 들고 나오기 전부터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드디어 새 걸 그룹을 발표한다는 소식에 연습생 시절 소녀시대 멤버들의 사진이 온라인상에 돌아다녔고, 과거에 다른 멤버들보다 먼저 활동했던 멤버 수영의 모습이 조명을 받기도 했다.

타이틀곡 '다시 만난 세계'의 힘찬 도입부와 가사에 담긴 밝고 건강한 메시지, 그리고 손 끝 하나까지 통일되다시피 한 각도로 움직이는 아홉 명의 모습은 일체를 이뤘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소녀시대라는 팀이 어떤 에너지를 갖고 앞으로의 길을 만들어 나갈지 힌트가 되는 곡이었음은 분명하다. 훗날 사회적인 메시지로 해석될 만큼 선명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최고의 타이틀곡이었다.

# 소녀시대가 '소녀시대'를 부르다

소녀시대가 '소녀시대'를 부른다는 이야기는 농담처럼 들렸다. 하지만 실제로 소녀시대는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해 무대에서 폴짝폴짝 뛰는 귀여운 퍼포먼스로 재탄생시켰다. 이어 소녀시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멤버들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곡을 계속 들고 나왔는데, 그중 반향이 가장 컸던 곡 중 하나는 'Kissing You'다. 당시 퍼포먼스 소품으로 활용했던 사탕 모양 장난감이 시중에서 굉장한 유행 아이템이 됐을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다.

'소녀시대', 'Baby Baby' 등 이들의 당시 음악에는 일관된 정서가 있다. "소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드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스타일링, 퍼포먼스, 소품 등으로 표현했다. 10년 동안 소녀시대가 가장 귀여우면서도 지금과 달리 상당히 수동적인 쪽에 가까운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이때 아닐까.

# 후크송의 대명사

아무리 대중가요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소녀시대의 첫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 'Gee'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듯하다. 메가 히트송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소녀시대의 대표곡이기 때문.

형형색색의 스키니진처럼 멤버 각각의 스타일링에도 시선을 끌 만한 부분이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Gee Gee Gee Gee"라고 반복되는 구절마다 포인트를 준 안무가 보는 재미를 주는 곡이었다. 또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 샤이니의 'Ring Ding Dong'과 함께 중독성을 가진 훅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런 형태를 지닌 곡들을 두고 "후크송"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 교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장면은?

두 번째 미니 앨범 [소원을 말해봐]는 지금까지도 소녀시대가 소화한 콘셉트 중 가장 섹슈얼하고 저돌적인 콘셉트로 꼽힌다. 그에 반해 수록곡들은 기존 앨범의 느낌과 흡사한 분위기의 가벼운 팝으로 채워졌다.

이 당시 소녀시대는 짧은 스커트를 부각시킨 밀리터리 룩 스타일링에 다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안무를 선보였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들의 퍼포먼스를 따라했을 정도로 큰 화제였다. 당시 한 음악순위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장면에는 건물 옥상에서 '소원을 말해봐'를 부르는 소녀시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자극적인 콘셉트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논란이 됐던 만큼 인기도 많이 누렸던 시기다.

# 오빠 vs 악마

'소원을 말해봐'를 기점으로, 소녀시대는 좀 더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해나갔다. 'Oh!'에서는 "오빠"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수많은 여성 팬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Run Devil Run'에서는 반대로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남성을 내치는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했던 'MR.TAXI'는 'Run Devil Run'보다 밝고 경쾌해졌지만, 기본적으로 강렬한 사운드에 블랙 컬러의 스타일링을 추구했다. 추후 한국어 버전으로도 몇 차례 무대를 선보이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어둡고 섹시한 분위기의 곡마다 태연의 날카로운 고음이 빛을 발했던 것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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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초만 해도 소녀시대의 노래는 사랑에 빠진 소녀가 또래 소년이나 오빠를 보며 설레이고 속상해하는 모습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The Boys'에서 소녀시대는 그들을 향해 "멋지게 일을 내고야 말던 / 네 야성을 보여줘"라며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 또한 여성 팬들에게서 일말의 원성을 불렀지만, 다행히 많은 팬들이 티아라에 롱부츠를 신고 격렬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소녀시대의 모습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사랑에 빠진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담은 'I Got A Boy'는 가사만큼이나 독특한 곡 구성으로 다수 작곡가와 프로듀서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 발표한 'Mr.Mr.'는 소녀시대가 언제나 소녀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적인 곡이었다. 계속 "Boy"에 머무르던 소녀시대의 곡 제목에 드디어 "Mr.(미스터)"가 등장하며, 풋풋하고 서툰 감정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여성이자 성장한 아이돌의 모습을 어필하려 노력했다. 수록곡 분위기도 크게 변화한 시기다.

# 8인조가 된 소녀시대

2014년 9월에 제시카가 탈퇴하며 8인조가 된 소녀시대는 2015년 4월에 일본과 한국에서 싱글 'Catch Me If You Can'을 발표했다. 본래 일본 싱글이었던 이 곡은 강한 EDM 사운드에 어우러진 에너제틱한 안무로 한국어 버전으로도 발매되며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상체에서 골반까지 적극적으로 쓰면서 파워풀한 느낌을 강조한 퍼포먼스는 수많은 걸 그룹 넘버를 통틀어 가장 강렬하다고 할 만하다.

반면에 'Party'와 'Lion Heart'는 여름과 가을에 걸쳐 소녀시대가 보여줄 수 있는 상큼함을 계절감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한 곡이다. 'Party'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즐기자고 설득하던 소녀시대는 'Lion Heart'에서 경쾌함은 그대로지만 조금 간절하게 애교를 부린다. 한 눈 파는 애인을 먹잇감을 노리는 사자에 비유해 레트로풍 콘셉트로 자신만의 사랑스러움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 20070805

2007년 8월 5일. 태연, 써니, 티파니, 효연, 유리, 수영, 윤아, 서현에 탈퇴한 제시카까지 총 9명의 멤버가 함께 첫 무대에 섰다. 하지만 11월 현재, 소녀시대는 공식적으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다섯 명만 남게 됐다. 다시 한 번 멤버 체계에 변화를 겪게 된 셈이다.

많은 팬들은 여전히 8인 소녀시대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고, 소속사 또한 소녀시대가 해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여름(0805)'에는 9주년에 발표한 음원으로, 그 동안 팀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소녀시대의 마음이 담겨있다. 아기자기한 키보드 위로 쌓이는 멤버들의 차분한 보이스가 무척 아름다운 곡이다. 마디가 진행될 때마다 점차 확장되는 사운드는 이들의 "지난 날 보다 더 빛날 긴 여행"을 암시하는 듯하다.

올해 소녀시대는 'Girls Are Back'이라는 제목의 곡을 1번 트랙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휴식기에 접어든 팀 활동을 미리 귀띔하듯 'Holiday'를 불렀다. 하지만 밝고 건강했던 '다시 만난 세계' 시절의 에너지는 여전히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걸 그룹들의 롤모델이 된 소녀시대가 그동안 만들어온 길은 고유하다. 20여년의 K-POP 역사에서 무려 10년이라니. 그 안에 소녀시대가 "다시 만든 세계"가 존재하지 않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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