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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에도 살아남는다’ 겨울 불청객 노로 바이러스 기승

10월 중순 증가해 봄철까지 이어져

올해는 환자 두달 새 5배 증가하며 확산

2~3일 구토·설사 발생하다가 회복돼

부족한 수분 채우는 보존적 치료 시행

개인 위생 지키고 음식은 익혀먹어야





겨울철 굴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가 제철인 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칼슘, 철분, 구리, 아연 등 무기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A와 비타민D도 많이 들어있다. 다만 굴을 먹고 복통과 설사에 시달린다면 노로 바이러스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못해 식중독의 위험이 낮아진다고 생각하지만 노로 바이러스는 겨울에 유독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균이다.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고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을 만큼 ‘독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노로 바이러스 감염자는 10월 중순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다음해 봄철까지 이어진다.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노로 바이러스 감염 현황을 보면 2018년 4725명에서 2019년 5782명으로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0년 3219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에는 4672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다가,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손 씻기를 소홀히 하고 사람 간 접촉이 잦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노로 바이러스가 최근 두 달 사이 5배나 급증할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등 표본감시 기관 206곳을 통해 집계한 노로 바이러스 감염증 신고 환자는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4∼30일) 268명에 달한다. 11월 5∼11일(49명)과 비교하면 본격적인 겨울철 들어 두 달 사이 약 5배가 된 셈이다. 특히 영유아가 노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감염 환자 가운에 영유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주차(11월 12∼18일)만 해도 30%에 머물렀지만 50주차(12월 10∼16일)에는 68.2%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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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 바이러스는 주로 오염된 물(지하수)이나 굴 같은 어패류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된다. 환자 접촉을 통해서나 환자의 분비물, 비말에 의해 감염될 수도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아이들은 대변을 본 후 처리를 잘 하지 못하는데다 손도 깨끗이 씻지 못하는데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감염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며 “일상 환경에서도 바이러스가 3일 정도 생존할 뿐만 아니라 한 번 걸렸어도 면역 유지 기간이 매우 짧아 재감염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오심(메스꺼움), 구토, 설사가 발생하며 약 2~3일간 지속되다가 빠르게 회복된다. 소아의 경우에는 구토, 성인은 설사가 흔하게 나타나며 권태, 두통, 발열, 오한, 및 근육통과 전반적인 신체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발열은 절반의 환자에서 발생하며 물처럼 묽은 설사가 하루에 4~8회 정도 발생한다. 영아나 면역저하자 등은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노로 바이러스 장염은 소장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의 감염이기 때문에 피가 섞이거나 점액성의 설사는 아니다.

노로 바이러스는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된다. 항생제 치료는 하지 않는다. 스포츠 음료나 이온 음료로 부족해진 수분을 채우는 보존적 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심한 탈수를 겪는 경우에는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이 필요하다. 구토나 설사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으로 독소를 배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통상 지사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구토가 심해 수액공급이 어려울 경우에는 항구토제를 사용한 후 경구 수액 공급을 다시 시도하기도 한다. 65세 이상 노인이 설사를 심하게 해 심한 탈수가 발생하면 로페라마이드 투여가 권고된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철저한 손 씻기 습관을 들여야 한다.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나 식사 전에는 반드시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 손가락·손등·손끝 등을 씻어야 한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배변 뒤에도 손 씻기가 필수다. 감염된 환자가 화장실을 이용한 후 물을 내릴 때에는 변기 뚜껑을 꼭 닫아야 노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는 화장실을 비롯해 생활 공간을 분리하는 게 좋다.

노로 바이러스는 70도에서는 5분, 100도에서는 1분이면 죽기 때문에 음식은 익혀먹는 것이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물도 끓여 마셔야 한다. 냉장 보관한 과일이나 채소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먹는 것이 좋다. 이보인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며 “과일과 채소는 잘 씻어 먹고 물은 끓여 마시는 것이 좋은데 어패류·고기류는 되도록 익혀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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