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데 때리는 경찰…촛불은 어디로?

"시민의 분노 보여줘야" vs "비폭력이 촛불 늘려"

오는 7월 2일, 촛불 집회가 꼭 두 달째를 맞는다. 그간 촛불 집회는 '진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갖은 우여곡절과 함께 변화를 거쳐왔다. 지난 5월 2일, 중·고등학생이 주축이 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시작된 집회는 이제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집회로 변했다.

이렇게 두 달째 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가장 크게 변화해 온 것은 바로 경찰의 대응이다. 청와대 진입을 막는 데 주력했던 경찰은 지난 25일부터 작정한 듯 점점 진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금 경찰은 촛불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을 연행하고 있다.

시민을 직접 겨냥해 살수차로 '물대포'를 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아기가 탄 유모차에 소화기를 분사했다. 여성을 경찰이 군홧발로 짓밟아 큰 비판을 받더니, 아예 집단 폭행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도 벌어졌다. 이렇게 경찰이 강경 진압을 하면서 연행자 수는 연인원 1000여 명에 이르며, 부상자도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등 미처 집계를 하지 못한 시민까지 합하면 수천 명에 달한다.

비폭력에도 폭력 행사하는 경찰…촛불 어디로 가나
▲ 지난 28일, 경찰은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묻지마' 폭력을 휘둘렀다. ⓒ프레시안

그러나 경찰의 강도 높은 진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촛불 집회 참가자의 숫자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앞으로도 이 집회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가는 경찰 폭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경찰 폭력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촛불 집회에서 만난 한 시민은 "분노 때문에 참을 수가 없다"며 밧줄로 경찰 버스를 끌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비폭력을 주장했지만, 시민의 입을 막고 귀를 닫은 정부에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도 "청와대 근처도 못 가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것(버스 끌어내기)은 경찰에 비하면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토론회와 포털사이트 등 토론 공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폭력을 유발하는 경찰에 맞서 좀 더 강경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거나, 시민 보호를 위한 사수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폭력에 맞선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권력에 맞설 만한 물리력을 동원할 수 없다는 것은 둘째 치고, 명분상 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게 없다는 것. '폭력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진압'으로 비춰지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누리꾼은 "결과를 놓고 이야기하면 폭력이 가져다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많이 모이자, 강제로 해산시키면 흩어져서 모이자, 끈질기게 모이자"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비폭력'으로 경찰의 폭력 진압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8일 진압하는 경찰 앞에 누워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던 한국YMCA 이학영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 단체 회원과 시민 100여 명은 곤봉, 방패에 두들겨 맞고, 군홧발에 밟혔다. 이학영 사무총장은 "우리는 최소한 연행을 당하려 한 것이지 맞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것이 군사 정권도 아닌, 선거로 당선된 정부가 할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폭력-비폭력 프레임 유도하려는 정권이 '폭력 정권'
▲ 시민에게 물대포 뿌리는 경찰. ⓒ프레시안

아마 경찰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역시 압수수색해간 자료를 뒤지고, '인터넷 동향'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포털사이트 게시판의 의견들을 검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촛불 집회를 원천 봉쇄하거나,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무력 진압으로 촛불을 '제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또 명백한 위헌과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경찰로 인해 오히려 시민 사이에서 폭력과 비폭력 대응에 관한 논쟁을 계속될 것이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폭력, 비폭력에 대한 논쟁에서 역사적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국가 폭력에 또 다른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의 폭력을 정당화해주는 것"이라며 "국가 폭력의 부당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응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 강민주 씨(32)는 "인도의 간디의 비폭력 저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 경찰의 폭력에 맞서 비폭력으로 맞선 데 있다"며 "시민이 곤봉에 맞고, 끌려가는데도 대다수 시민이 연좌 농성을 벌이는 등 비폭력을 유지하는 모습이 국내·외 언론에 노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명박 정권의 폭력의 부당함과 시민의 저항의 정당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의료봉사단을 맡았던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촛불 집회에서 전경이 많이 부상 당하는 상황은 상부에서 진압을 하라며 군중 안으로 진압대를 밀어 넣을 때"라며 "시민들은 그야말로 방어 차원에서 밀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온 수십만 명의 촛불 집회의 본질을 20대 전경과 무방비 시민의 싸움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것은 폭력적인 정책과 폭력을 유도하는 정권에 둘 다 희생당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정부…검찰과 정치권은 뭐 하나"

▲ 경찰의 폭력이 연일 보도되는데도 시민들은 촛불 집회 참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 촛불 집회는 정부를 넘어 전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이 됐다. ⓒ프레시안

국민대책회의도 '비폭력 기조'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이들은 30일 기자 회견문에서 "'때리면 맞는다! 그러나 촛불은 끌 수 없다!'는 절규로 비폭력으로 폭력을 이기는 역사적 기적을 오늘에 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단체 등 다양한 주체를 중심으로 경찰의 폭력 진압에 맞선 다양한 행동도 제안되거나 또 예고돼 있다. 지난 1987년 군사 독재에 항거하며 전면에 나섰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30일 시국미사에 나서기로 했으며, 오는 5일에는 1000여 명의 개신교 합창단이 촛불 집회에 결합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가 상식적인 판단 아래 보다 형평에 맞는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결국 시위대를 자극하는 건 결국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이며, 이들을 처벌하지 않는, 법 위에 군림하는 정부는 결국 전체주의적 공산독재적 발상"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누가 먼저 곤봉으로 내려치고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짓밟았는가. 왜 검찰과 정치인은 이걸 문제 삼지 않나"라며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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