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여'배우 혹은 '여'가수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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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엄정화가 말하는 배우로서의 삶, 가수로서의 삶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 이미영 역 배우 엄정화 ②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가수 엄정화'와 '배우 엄정화', 모두 엄정화라는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에게는 두 가지 수식어를 각각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지난 1992년 영화 '결혼 이야기'(감독 김의석)로 데뷔한 엄정화는 이듬해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감독 유하)의 주인공을 맡는다. 그리고 이 영화 OST '눈동자'를 통해 가수로도 데뷔한다. 정규 10집(2016)까지 발표하며 가수로서도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그의 노래와 무대에는 항상 도전과 새로움이 있었다.

엄정화는 영화·드라마·가요를 넘나들며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각종 상을 휩쓸었다. '결혼은, 미친짓이다'(감독 유하, 2002)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으며, 2013년 '몽타주'로 오랫동안 인연이 없었던 대종상에서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쥔다.

연예계를 비롯한 모든 여성의 '워너비'이자 여자 후배들의 롤모델. 그만큼 엄정화가 홀로 감내해 온 시간도, 차별 어린 시선도 상당하다. 언제나 톱의 위치에 있던 그도 여배우로서 캐릭터나 장르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가수 엄정화, 배우 엄정화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영화 '몽타주'에서 하경 역으로 열연한 엄정화.

 

◇ '여성' 배우로서 한계 마주한 엄정화…"더 다양한 여성을 그리는 작품 나오길"

"일단 시나리오가 없는 게 한계인 것 같아요. 고를 수 있는 작품이 없다는 게 안타깝죠. 여배우들은 항상 준비돼 있고, 뛰어들고 싶은데 막상 그런 걸 담아낼 영화가 없으니까요. 반면 남자 배우들은 끊임없이 작품을 해요. 세대가 바뀌고, 사람들도 다양하게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작품도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참여한 '오케이 마담'은 엄정화가 메인인 영화다. 엄정화는 '여자'가 메인이라 오는 부담감보다는 작품 자체가 잘 돼야 한다는 데 더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단 제 이름이 맨 앞에 있는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여성 영화가 많이 제작되길 바라요. 단순히 여자만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가 주가 되는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됐으면 좋겠어요. 여자 배우들은 많이 기다리는 입장이거든요."

그는 여성 영화라고 해서 한쪽에 갇히는 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엄정화는 "정말 서정적인 영화도, 어떤 사람의 감정을 쫓아가는 영화도 많이 없는데 그런 것들을 다양하게 보이면 좋겠다"며 "몇 년 사이 여성 감독들 작품이 호응을 받고 있어서 정말 반갑고, 응원하고 있다. 그분들이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걸 보면 좋은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엄정화를 힘들게 한 '나이'라는 고비…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자 후배가 그를 롤모델로 삼기까지 엄정화도 많은 고비를 겪었다. 항상 끝에 몰려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늘 마음에 품고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한 스물여덟 살부터 주변에서 발라드를 부르라고 했어요. 서른을 넘긴 여가수가 댄스 장르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니 장르를 바꾸라는 거였죠. 또 한쪽에서는 마흔이 넘은 여배우는 멜로를 못한다고들 했죠. 내가 앞으로 그려 나가고 싶은 배우나 가수로서의 길에 나이가 항상 걸리더라고요. 너무 괴롭고 힘들고, 저를 외롭게 했어요. 특히 가수 활동은 더욱더 그런 것 같아요."

당시를 되돌아보는 엄정화는 담담했고, 그의 말은 담백했다. 그는 "참 어렵지만 이걸 해나갈 때,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 늘려서 해나가는 것도 있다. 후배들이 볼 때는 힘이 될 거로 생각한다"며 "저 선배도 있으니까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30대나 40대 시절 엄정화가 나이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혹은 포기했다면 우리는 지금의 엄정화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나이 때문에 뭔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시도했다"며 "그 덕분에 그래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스브스예능 유튜브 화면 캡처)

 

엄정화는 자신의 나이에 갇혔다면 10집 앨범도 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가 고민한 지점에서 멈춰 섰다면 우리는 서른네 살 이후 엄정화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 테다.

그래서인지 요즘 엄정화는 '나이 때문에 내가 이걸 못할 건 뭐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단다. 너무 싫고, 지치고, 힘들어서 자신의 선택으로 하지 않는 게 아닌 이상 '나는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이 크다는 이야기다.

"특히 앨범은 제 의지만 있다면 끝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주어지지 않으면 못하니까, 영화가 왔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내 상태를 최선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마음도 더 열고 싶고, 많이 보고 싶고, 진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 왔을 때 열린 마음으로 해내고 싶은, 그런 꿈이 있어요."(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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