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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Talk Art] 아이폰으로 드로잉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나눈 이야기 …결국, 그림이다

입력 : 
2012-11-28 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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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를 친구로 두었다면 매일 아침 아이폰으로 그린 싱싱한 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호사를 누리게 될지 모른다. 그가 보낸 꽃은 시들지 않는다. “세상 모든 피사체의 매력과 특징은 열심히 관찰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단언하는 호크니의 드로잉에서 ‘보는 것’이 주는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 당신을 둘러싼 세계 역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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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얼굴, 해돋이를 보는 데서 얻는 소박한 기쁨을 최대한 즐기고 싶다면 데이비드 호크니의 드로잉을 권하고 싶다. 1960년대 영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 새로운 접근의 포토 콜라주를 시도한 사진가, 일러스트레이터, 판화가, 무대 미술가. 영국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수식하는 단어는 매우 다양하다. 호크니 하면 ‘텀벙(The Splash)’ 같은 수영장 그림 시리즈나 거대한 풍경화, 사진으로 원근법을 새롭게 해석한 포토 콜라주 작품을 떠올리지만 호크니는 표현이 가능한 거의 모든 매체를 통해 작업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전통적인 풍경화부터 아이폰 드로잉까지, 오페라 무대 디자인부터 9대의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작업을 만난다면 그의 재기발랄함에 몹시 반하게 될지 모르겠다. 심지어 그는 1980년대에 복사기로, 그 후에는 팩스로도 판화를 그렸다.

청년같은 왕성한 호기심과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매체와 예술 영역을 유랑하는 호크니가 평생 몰두한 문제는 ‘사람과 그림’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그림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3차원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겨 놓은 그림이 어떻게 무엇을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일까.

오랫동안 열심히 바라보는 것, 호크니는 관찰하고 묘사하고자 하는 욕구를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렸다. 매일 보는 똑같은 풍경도, 언제나 그자리에 있는 꽃병도, 방금 벗어놓은 모자나 슬리퍼도 그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것과 다양한 것을 품고 있는 피사체였다. 길을 가다가 차를 세우고 스케치북을 열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풀들을 스케치하곤 했던 호크니는 그 풀을 사진으로만 찍었다면 드로잉을 할 때만큼 유심히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피사체의 고유한 특징과 매력은 열심히 관찰한 사람들만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열심히 바라보는 것’은 호크니의 삶과 예술에서 핵심적인 행위였고, 큰 기쁨의 원천이었다. 매력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린 호크니에게 늘 그 자리에 있는 자연은 무한한 다양성을 지닌, 그래서 보면 볼수록 많은 것이 보이는 그런 주제였다. 호크니는 렘브란트, 반 고흐, 모네의 그림이 놀랍고 감동적인 것은 화가가 많은 것들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미술 평론가 게이퍼드와 호크니가 나눈 대화를 담은 <다시, 그림이다>에는 호크니가 평생 끈질기고 진지하게 사색한 결과물들이 녹아 있다. 이것은 마치 21세기 첫 10년의 끝을 향해 가면서 호크니가 생각하고 말해온 것들을 담은 스냅사진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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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퍼드 다양한 수단과 매체 중 아이폰, 팩스와 같은 매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특히 팩스와 같이 제한적인 범위의 흔적만 만들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호크니 제한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것입니다. 그것은 자극제가 됩니다. 만약 다섯 개의 선 또는 100개의 선을 사용해 튤립 한송이를 그리라고 한다면, 다섯 개의 선을 사용할 때 당신은 훨씬 더 창의적이 될 것입니다. 결국 드로잉 그 자체에는 항상 제약이 따릅니다. 그것은 검은색과 흰색 또는 선과 선이 아닌 것으로 이루어지고 목탄이나 연필, 펜으로 그려집니다. 약간의 색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만약 세 가지 색만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세 가지 색을 사용해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피카소가 뭐라고 했습니까? “만약 빨간색이 없으면, 파란색을 사용해라.” 파란색을 빨간색처럼 보이게 만들라는 뜻입니다. 게이퍼드 월게이트의 쓰러진 나무들은 주제 안에서 그린 것이 아니라 작업실에서 스케치와 기억을 통해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호크니 우리는 기억과 함께 봅니다. 내 기억은 당신의 기억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장소에 서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같은 것을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기 다른 요소가 작용합니다. 이전에 어떤 장소에 가본 적이 있는지, 그곳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는지 등이 당신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므로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이퍼드 디지털적으로 조작한 이미지는 아마도 미래에는 매우 ‘21세기 초’ 다운 것으로 보일 겁니다. 당신은 서투른 포토샵 처리를 한 ‘엉망으로 찍은 사진들’ 컬렉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크니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물들을 그럴듯한 공간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드로잉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디지털로 수정한 사진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그런 사진 속 공간은 그럴듯하지 않습니다. 디지털은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요즘 나는 그 출처가 무엇이든 어떤 종류의 사진도 믿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대한 특정한 종류의 언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로 그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1937년~) 영국의 화가이자 사진작가로 팝아트와 사진에서 유래한 사실성을 추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은 로스앤젤레스의 수영장과 아파트 그림과 가족이나 친구들의 초상이다. 그의 첫 로스앤젤레스의 수영장 그림들 중 하나인 <더 큰 물튀김>(1967)에서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수면의 물이 튀고 있는 수영장의 전경만이 묘사되어 있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후의 호크니의 작품은 선명한 색과 밝은 패턴, 야자수, 젊은이들, 평온하면서도 퇴폐적이며 관능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호크니의 초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클라크 부부와 고양이 퍼시의 초상>(1970~1971)이다.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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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게이퍼드 저, 주은정 역 디자인하우스 펴냄
〈스펙테이터(Spectator)〉와 〈선데이 텔레그래프(Sunday Telegraph)〉의 미술평론가를 거쳐 현재 〈블룸버그 뉴스(Bloomberg News)〉의 수석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 하우스’ ‘사랑에 빠진 컨스터블 : 사랑, 풍경, 돈 그리고 훌륭한 화가 만들기’를 저술해 호평을 받았다. www.martingayford.com

[글 신정인 기자 사진 디자인하우스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55호(12.12.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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