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어 출연한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2009)’ ‘마이더스(2011)’,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에서 그는 상큼발랄하고 단아하며 사랑스러운 여성을 연기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배우가 그려 낼 수 있는 인물의
전형이기도 했다. 전작에서 이민정을 눈여겨본 팬들은 어느새 그의 연기변신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외모는 여왕, 내면은 평민’이 평소 이미지
내년 초 개봉하는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서 이민정은 이런 팬들의 기대에 1백퍼센트 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 중에도 막말을 서슴지 않고, 상대가 누구든 할 말은 하는 거침없는 성격의 라디오 DJ ‘신진아’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극중 신진아는 한때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였지만 현재는 라디오 DJ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생계의 끈(?)을 쥐고 있는 담당 프로듀서에게조차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을 지녔다. 10여 년을 함께 지내온 매니저에게 막말을 퍼붓는 것은 기본이다.
가수 출신 DJ 신진아를 연기하기 위해 이민정은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우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가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노래와 춤, 기타를 배워야 했다. ‘SES나 핑클 세대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는 감독의 이야기에 그는 이효리를 떠올리며 연기에 임했다. 이민정은 “아이돌로 데뷔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며 “아이돌 가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면 보통내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정은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세 곡도 직접 불렀다. ‘원더풀 라디오’의 황성제 음악감독은 이민정을 “음악적 색깔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노래 실력을 가진 재능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까칠녀 신진아는 그동안 연기해 보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캐릭터 분석도 필요했다. 이민정은 특유의 털털한 성격에 까칠한 면모를 더해 신진아에게 꼭 맞는 옷을 찾아냈다.
지난 12월 6일 열린 ‘원더풀 라디오’ 제작보고회에서 동료배우 이정진은 “이민정의 쾌활하고 재미있는 성격이 (캐릭터에)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이광수 역시 “이민정은 내가 만났던 여배우 중 가장 털털하고 솔직하다”고 평해, 이민정이 극중 신진아와 닮은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원더풀 라디오’를 연출한 권칠인 감독은 이민정을 두고 “외모는 여신이지만 내면은 철저한 평민”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민정의 털털하고 소탈한 성격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으며, 이민정이 ‘원더풀 라디오’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주원인이기도 하다.
이민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 ‘원더풀 라디오’에는 아이돌 그룹 달샤벳, 가수 정엽, 이승환, 김태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
이민정은 “어려서 라디오를 자주 듣고 자라 라디오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며 “중학교 때는 매일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잠들었다. 방송국에서 이문세씨를 봤을 때 마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라디오는 친한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민정은 실제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맡았던 경험도 있다. 지난 9월 MBC FM ‘푸른밤, 정엽입니다’의 DJ 정엽이 앨범 작업을 위해 프랑스로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이민정이 채웠던 것. 이 인연으로 정엽은 ‘원더풀 라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원더풀 라디오’에는 정엽 외에도 아이돌 그룹 달샤벳, 가수 이승환,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연예인의 인간적 고충 조명한 부분 맘에 들어”
권칠인 감독은 “소박한 정서를 가진 이민정이 DJ 신진아 역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이민정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라디오는 소시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매체이기 때문에, 서민적인 정서를 표현해 낼 줄 아는 연기자가 필요했다. 연예계에 비교적 늦게 데뷔해 일반인의 소탈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민정이 적합했다.
권 감독은 “이민정은 수능도 보고 미팅도 하고 엠티도 가 본, 일반인의 정서를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한 인터뷰에서 ‘너무 늦게 연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민정이 ‘다른 친구들이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듯이 나도 학교 졸업하고 연기를 시작한 것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민정은 “영화에서 생방송을 하는 장면, DJ를 하는 장면,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며 “(영화가) 볼게 많고 들을 게 많은 영화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고충을 조명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람들이 신진아를 ‘아이돌’이 아닌 ‘인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 여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이민정은 “여신이라는 말이 싫은 건 아니지만 부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움은 배우가 그 캐릭터와 잘 어울릴 때 발휘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리해서 예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오직 연기로 시청자분들께 인정받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