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만원…명절 ‘한숨’만

2023.09.27 19:07 입력 2023.09.27 21:13 수정

치솟은 과일값에 제수 준비 걱정

사과 한 알 만원…명절 ‘한숨’만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식품 코너를 찾은 조남범씨(60)는 과일과 견과류 선물세트 진열대를 여러 차례 오가며 상품을 살펴봤다.

조씨가 본 과일 선물세트의 가격은 배 9개에 11만원, 사과 12개에 8만6800원, 샤인머스캣 2송이와 멜론 2개에 9만9000원이었다. 반면 ‘1+1’ 행사 중인 1.94㎏ 견과류 세트는 6만9800원이었다. 한 상자에 3만4900원인 셈이다. 조씨는 “8만원짜리 사과 세트를 살까 했는데 (크기가) 너무 자잘하다. 견과류와 과일을 섞어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값에 추석을 앞둔 시민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선물이나 제사를 준비하는 시민들이 과일 구매를 포기하거나 가격대가 저렴한 다른 물건을 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샤인머스캣과 멜론 세트 네 상자를 구매한 이승재씨(48)는 할인가가 적용되는 신용카드를 준비해왔다. 이씨는 “할인돼서 사는 거지, 아니었으면 햄 세트를 샀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명절에 취업 후 처음으로 친척과 모이는 이모씨(28)는 얼마 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과일가게에 들렀다가 빈손으로 나왔다. 이씨는 “그나마 살 만한 크기의 상자는 10만원대였다”며 “부모님께는 화장품을, 친척 어르신들께는 용돈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박모씨(54)는 추석 선물로 5㎏들이 사과 12상자를 샀다. 가격은 총 54만4000원이었다. 박씨는 “그나마 변질 속도가 느리고 실용적이기도 해서 사과를 골랐다”며 “사과농장을 하는 지인 부탁으로 사긴 했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싸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이날 포털사이트에 제수용 사과를 검색하자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사과 한 개를 9000원에서 1만원에 판매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과일값 봐라. 기절하겠네” “요즘 과일값 너무 비싸서 두 번 사 먹을 거 한 번 사 먹는데 클라이언트가 추석 선물로 과일 보냈다” “금 사서 씹어 먹는 게 낫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사과(홍로) 10개의 평균 소매가는 3만15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887원)보다 약 32.2% 올랐다. 배(신고)는 개당 3470원꼴로, 1년 전(3587원)보다 117원 내려갔다. 하지만 1개월 전(3111원)에 비해선 약 300원 더 비싸졌다.

농가는 올해 과일값 폭등의 원인으로 이상기후 현상을 꼽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4월 초 이상저온 냉해를 입은 농가 면적은 총 962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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