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달마’ 그리며 젊은 불교문화 알려요

2023.05.21 14:42

EDM 아티스트이자 팝아트 작가 조재윤씨

‘팝아트 달마’ 그리며 불화 알리는 작가 배드보스(본명 조재윤)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259’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팝아트 달마’ 그리며 불화 알리는 작가 배드보스(본명 조재윤)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259’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수묵화로 익숙한 ‘달마도’가 팝아트 형식으로 재해석됐다. 명품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화려한 옷을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짓는 달마대사를 그린 ‘팝아트 달마’ 시리즈는 팝아트 작가 조재윤씨(44)의 작품이다. 조씨는 ‘배드보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달마도는 선종불교의 창시자이자 동아시아에 불교를 전한 달마대사를 그린 불화다. 조씨는 다른 작가 5명과 함께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있는 누하동259에서 ‘부처님오신날’ 기념 특별전 ‘달마가 서촌으로 온 까닭은’에 참여하고 있다.

조씨는 주로 수채화에 명품 브랜드의 가죽이나 명절에 받은 선물 포장용 보자기 등 다양한 원단을 사용하는 콜라주 기법으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달마대사 주변에 그려 넣은 명품 로고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욕심”이라며 “대사 머리 뒤 후광은 세속적인 욕심을 차단한 고승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달마대사의 화려한 옷은 젊은 세대들이 달마대사와 불교에 흥미를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도했다.

조씨는 초등학교 때 달마도와 사군자를 배웠다. 경남 진주의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사찰 창건주인 할머니, 달마도로 국전에 입상했던 큰아버지와 함께 19살 때까지 절에서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스님들과 목탁을 치고 염불을 외우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20대에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습관적으로 합장을 해 버릇을 고치는데 애를 먹었죠.”(웃음)

그는 “달마스님은 어릴 때부터 늘 보고 그린 대상이라 저에겐 무척이나 친근한 존재”라며 “교과서나 문제집, 노트 곳곳에 수시로 달마대사를 그렸다”고 했다.

집안에선 출가해 스님이 되길 바랐지만 조씨는 마이클잭슨과 서태지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중앙대 작곡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 KBS <추리의 여왕2>, MBC <군주>, KBS <오 삼광빌라> 등 드라마 OST를 작사·작곡하는 음악가이자 EDM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조씨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코로나로 당시 추진하던 일이 어려움을 겪으며 우울증에 빠졌을 때 지인들의 권유로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첫 개인전도 그의 그림을 본 갤러리 관계자의 제안으로 열렸다. 당시 ‘팝아트 달마’ 시리즈를 포함해 38점 작품을 선보였다. 그중 앤디워홀 ‘32개의 캠벨수프’를 오마주한 ‘30개의 리챔’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판매수익금 전액을 난치병 환자 치료비로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팝아트 달마’는 조계사와 봉은사·통도사·동국대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조씨는 “많은 사람에게 불교와 달마에 대해 알리고 싶어 기증했다”며 “보수적인 스님들도 제 작품을 보시고 불교도 젊어져야 한다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위인 초상화를 팝아트 형태로 작업해 공개하기도 한다. 지난 3·1절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를 구찌와 루이뷔통 원단을 활용한 팝아트로 재해석해 안중근 기념관에 기증했다. 지난해에는 안창호 의사의 초상화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기증했다. 오는 8·15 광복절을 기념해 김구 선생을 주제로 한 작품도 준비 중이다.

“다들 위인들을 존경하지만 초상화를 걸어두고 보기엔 망설이잖아요. 제 작품을 통해 청년들이 편안하고 캐주얼하게 위인들의 초상화를 자주 볼 수 있고 그 정신을 기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조씨는 앞으로도 ‘팝아트 달마’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종교가 무겁기만 한 주제가 아니라는걸 작품을 통해 알리고 싶다”며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든지 전시장에 와서 작품을 감상하고 불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팝아트 달마’ 그리며 불화 알리는 작가 배드보스(본명 조재윤)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259’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팝아트 달마’ 그리며 불화 알리는 작가 배드보스(본명 조재윤)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259’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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