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고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를 만나다

2023.04.03 14:53 입력 2023.04.03 20:05 수정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기념전

자신이 설계한 작품서 여는 첫 개인전

콘크리트와 햇빛, 전통과 현대의 건축적 만남

빛과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이 자신이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전시회 포스터, 오른쪽은 뮤지엄 산 본관 입구에 안도가 “청춘의 사과”라 명명한 조각작품이 놓여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빛과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이 자신이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은 전시회 포스터, 오른쪽은 뮤지엄 산 본관 입구에 안도가 “청춘의 사과”라 명명한 조각작품이 놓여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교회’(Church of the Light, 1989, photo by Mitsuo Matsuoka). 뮤지엄 산 제공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빛의교회’(Church of the Light, 1989, photo by Mitsuo Matsuoka). 뮤지엄 산 제공

‘안도 타다오-청춘’ 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빛의 교회’의 모형 등 전시 장면(왼쪽)과 드로잉. 도재기 선임기자

‘안도 타다오-청춘’ 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빛의 교회’의 모형 등 전시 장면(왼쪽)과 드로잉. 도재기 선임기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82)는 건축계는 물론 대중적 인기도 높다. ‘빛과 노출 콘크리트 건축가’라 불릴 만큼 인공 재료인 콘크리트와 자연 재료인 빛을 절묘하게 구축한 공간 창출로 현대 건축사를 수놓고 있다. 건축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에서 독학으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입지전적 삶도 작품만큼 감동적이다.

안도 건축미학의 핵심 요소인 빛과 노출 콘크리트에 대해 그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콘크리트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다”며 “빛은 곧 희망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젊은 시절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성당에서 “빛만으로 건축이 가능함”을 깨달았다는 그는 “빛, 희망을 지탱해주는 게 콘크리트인 셈”이라고 한다.

철저하게 계산돼 대리석처럼 매끈한 촉감의 노출 콘크리트 표면에 끌어들인 햇빛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감각을 일깨운다. 원이나 사각·삼각형의 기하학적 형태 속에 햇빛은 물론 물·돌·바람·하늘 같은 요소를 조화시켜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안도의 건축이다.

이제 그는 암으로 장기 5개를 들어낸 노건축가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희망과 도전을 이야기한다. 육체적 늙음이 아니라 정신적 청춘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그의 건축작품 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는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인용하며 “육체적 체력과 지적 체력의 중요성”을 거듭 말한다. “지금도 하루에 1만보를 걷고, 식사는 30여분 천천히 한다. 하루 1~2시간은 꼭 공부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일본 고베시의 ‘롯코 집합 주택 ’(Rokko Housing I  II  III, 1983~1999, photo by Mitsuo Matsuoka). 뮤지엄 산 제공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일본 고베시의 ‘롯코 집합 주택 ’(Rokko Housing I II III, 1983~1999, photo by Mitsuo Matsuoka). 뮤지엄 산 제공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 숲 도서관’ 내부 모습(Children‘s Book Forest, 2019,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왼쪽)과 ’상하이 폴리 대극장‘(Shanghai Poly Theater, 2014, photo by Shigeo Ogawa). 뮤지엄 산 제공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 숲 도서관’ 내부 모습(Children‘s Book Forest, 2019,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왼쪽)과 ’상하이 폴리 대극장‘(Shanghai Poly Theater, 2014, photo by Shigeo Ogawa). 뮤지엄 산 제공

그의 건축철학과 치열한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첫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이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열리고 있다. 안도가 설계한 뮤지엄 산(원주시 오크밸리 내)은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설립한 한솔문화재단의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뮤지엄 산 안영주 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제적으로 이어지는 그의 7번째 개인전이자 자신이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첫 전시회”라며 “그의 건축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에 있는지를 전시를 통해 확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명 ‘청춘’에는 건축과 삶을 향한 그의 신념, 도전 의식이 함축돼 있다. 실제 전시관 입구에는 그가 “청춘의 사과”라 이름 붙인 사과 조각품이 관람객을 ‘싱싱하게’ 맞이한다. 전시는 ‘공간의 원형’ ‘풍경의 창조’ ‘도시에 대한 도전’ ‘역사와의 대화’ 등 4개 소주제전으로 구성됐다. 또 ‘나오시마 프로젝트’와 ‘뮤지엄 산’ 별도 공간, 한국 내 안도의 작품인 ‘LG아트센터’ ‘마음의 교회’ ‘JCC재능문화센터’ ‘본태 박물관’ 등을 살펴보는 공간도 있다.

그가 오사카에서 건축연구소를 설립한 때(1969년)부터 전 세계에 자리한 최근작까지 대표작의 사진·드로잉(도면)과 모형·영상 등 250여점이 선보인다. “도시·역사·사회와의 관계 같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 장소에 자극을 주는 새로운 관계를 건축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안도의 철학을 확인하는 자리다.

모형과 사진, 드로잉, 영상 등이 전시된 ‘안도 타다오-청춘’ 전의 전시장 일부 모습(왼쪽)과 ‘나오시마 프로젝트’ 소개 공간 전경. 도재기 선임기자

모형과 사진, 드로잉, 영상 등이 전시된 ‘안도 타다오-청춘’ 전의 전시장 일부 모습(왼쪽)과 ‘나오시마 프로젝트’ 소개 공간 전경. 도재기 선임기자

프랑스 파리의 옛 곡물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브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Bourse de Commerce, 2021 photo by Yuji ONO, 왼쪽)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2002, photo by Mitsuo Matsuoka). 뮤지엄 산 제공

프랑스 파리의 옛 곡물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브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 Bourse de Commerce, 2021 photo by Yuji ONO, 왼쪽)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Modern Art Museum of Fort Worth, 2002, photo by Mitsuo Matsuoka). 뮤지엄 산 제공

‘공간의 원형’에서는 빛, 기하학, 일본의 전통 건축 특성의 현대화, 자연·주변과의 관계성·장소성 탐구와 해석 등 안도 건축의 주요 특징들을 살펴본다. 그의 이름을 알린 초기 대표작 ‘스미요시 주택·아즈마 주택’을 비롯해 ‘4×4 주택’, 소규모 아파트 단지인 ‘롯코 집합주택’, 종교 건축물 ‘빛의 교회’ ‘물의 절’ 등을 만난다.

‘풍경의 창조’ 섹션에서는 창의성으로 새 풍경을 만들어내는 공공건축을 소개한다. 안도의 제안과 지역 공동체의 참여로 세워진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 숲 도서관’을 비롯해 ‘포트워스 현대미술관’(미국), ‘붓다의 언덕’ 등이다. 특히 30여년 째 ‘예술의 섬’으로의 재생 작업이 계속 중인 ‘나오시마 프로젝트’도 있다. ‘도시에 대한 도전’은 도시화·산업화 속에서 건축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상하이 폴리 대극장’, ‘맨해튼 펜트하우스 Ⅲ’, ‘퓰리처 미술관Ⅱ’,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계획안)’ 등이다.

‘역사와의 대화’에서는 국제적 화제를 모은 역사적 건축물의 개조 작업을 만난다. 역사적·장소적 기억과 맥락을 존중하며 읽어낸 독창적 아이디어와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파리의 옛 곡물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브르스 드 코메르스’(피노 컬렉션·2021), 베네치아 옛 세관건물을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푼타 델라 도가나’ 등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대표한다.

‘안도 타다오-청춘’ 전 전시장에서의 안도 다다오. 뮤지엄 산 제공

‘안도 타다오-청춘’ 전 전시장에서의 안도 다다오. 뮤지엄 산 제공

안도는 “전통과 현대, 새로운 것과 옛것의 대화와 소통, 자립적 대비”는 “새로운 생명”을 준다고 말한다. 역사적 건축물의 재생보다 없애고 신축하기 바쁜 한국 사회에 의미있게 다가오는 말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건축가 민현준 교수(홍익대)는 “초기부터 신작까지 일관된 흐름의 건축철학이 크게 와닿는다”며 “머리와 눈으로 전시회를 보고, 한발 더 나아가 안도의 작품인 뮤지엄 산 구석구석을 몸·감각으로 직접 체험하면 그의 작품세계를 보다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도는 “여전히 건축을 통해 희망과 꿈을 찾는 계기를 만들고, 사회적 공헌을 하려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건축 세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건축, 건축가·건축주의 역할과 의미를 새삼 되새겨보게 한다. 전시는 유료이며, 7월30일까지다.

안도 다다오의 설계작이자 개인전 전시장인 뮤지엄 산의 여러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명상관과 본관 외부 전경(뮤지엄 산 제공), 노출 콘크리트와 돌로 된 벽의 기하학적 형태 속에 햇빛을 끌어들인 본관 내부와 본관 입구 모습. 도재기 선임기자

안도 다다오의 설계작이자 개인전 전시장인 뮤지엄 산의 여러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명상관과 본관 외부 전경(뮤지엄 산 제공), 노출 콘크리트와 돌로 된 벽의 기하학적 형태 속에 햇빛을 끌어들인 본관 내부와 본관 입구 모습. 도재기 선임기자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한국 내 주요 건축작품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LG아트센터(서울)’와 ‘본태 박물관’(제주), ‘JCC재능문화센터(서울)’ 중 크리에이티브 센터와 아트센터. 각 기관 제공.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한국 내 주요 건축작품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LG아트센터(서울)’와 ‘본태 박물관’(제주), ‘JCC재능문화센터(서울)’ 중 크리에이티브 센터와 아트센터. 각 기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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