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네안데르탈인, 멸종했다 해도 ‘멍청이 루저’는 아니었다

2022.04.01 20:24 입력 2022.04.01 20:25 수정

[책과 삶]네안데르탈인, 멸종했다 해도 ‘멍청이 루저’는 아니었다

네안데르탈
레베카 랙 사익스 지음·양병찬 옮김
생각의힘 | 660쪽 | 3만원

멸종한 인류종인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관심과 분석은 넘쳐난다. 인류 친척 중 네안데르탈인은 ‘톱스타’다. 구글 검색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진화’를 추월했다. 온라인 조회수를 노린,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생각보다 멍청하지 않다’ 같은 선정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도 쏟아진다.

책은 ‘네안데르탈인의 정체에 대한 미묘한 진실에 관한 대화’를 들여다보는 창(窓)을 지향한다. 1856년 발견부터 1930년대 이후 급증한 연구를 거쳐 최근의 과학적 분석을 섭렵한다. 45만년 전 등장한 ‘네안데르탈인의 21세기 초상화’를 그리고, ‘멸종과 영원의 대서사시’를 써내려 한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울타리 말뚝 구멍을 낸 라폴리, 33만년 전 말을 사냥한 쇠닝겐, 조개껍데기를 잔손질한 도구를 만든 카발로 동굴 등 발굴 현장과 연구 결과, 여러 관점·해석을 살핀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였다. ‘정교한 기술 부족’ 같은 진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완고하게 남았다.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섹스를 했는지, 그들을 절멸시켰는지에만 관심을 둔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이 ‘타자’를 대변해 왔다고 본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특별한 소품을 수집하고, 사물과 장소에 표시를 하며 죽음의 의미를 탐구하려 했다고 본다. 그는 서부 러시아의 메즈마이스카야 동굴에서 발견된 생후 1~2주의 신생아 시신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안장되어 보호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네안데르탈인이 아기를 잃은 정신적 고통을 달랜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네안데르탈인이 ‘계통수(系統樹)에서 말라비틀어진 멍청이 루저’가 아니라 ‘엄청난 적응력을 지녔고 심지어 성공적이었던 일가친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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