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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행정 소송·심판…공익 우선한 법원, 서울시 손 들어줬다

2022.02.09 06:01 입력 2022.02.09 10:32 수정

 63건 소송…1심 판결 20건 중 17건 승소

 심판 28건 중 25건은 토지주 청구 기각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법적 타당성 확보

서울시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반발해 토지 소유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에서 법원이 대부분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을 허용하는 대신 다수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도시숲을 지키기 위한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의 타당성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반면 서울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들은 도시숲 보호를 포기하고, 개발세력의 배만 불릴 위험이 높은 특례사업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보상용지 중 훼손이 심하고 쓰레기 방치 등으로 긴급하게 보전이 필요했던 강남구 일원동 대모산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한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보상용지 중 훼손이 심하고 쓰레기 방치 등으로 긴급하게 보전이 필요했던 강남구 일원동 대모산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한 모습. 서울시 제공.

8일 서울시 도시계획국에 따르면 도시공원 일몰제로 개발 위기에 놓인 도시숲을 2020년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토지 소유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은 모두 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현재까지 제기된 행정소송은 모두 63건으로, 1심 판결이 나온 20건에서 서울시는 17건 승소했다. 패소한 소송은 3건이다. 행정심판은 모두 28건이 제기됐고, 심리가 완료된 25건에서 모두 토지 소유주의 청구가 기각됐다.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2020년 서울시가 지정한 도시자연공원구역.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해당지역. 서울시 제공.

2020년 서울시가 지정한 도시자연공원구역.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해당지역. 서울시 제공.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상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땅에 지자체가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2020년 7월 1일부로 전국에서 일몰 대상이 된 토지는 4421곳, 340㎢에 달하며 2025년까지 164㎢가 추가로 도시공원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이처럼 개발 위기에 놓인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는 2020년 6월 단 한 곳의 도시공원도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일몰 대상이 된 도시공원들을 새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68곳, 69.2㎢이다. 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도시숲을 꾸준히 매입할 방침과 함께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지인 국공유지.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지인 국공유지.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도시자연공원구역(공원구역)이란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의 자연환경 및 경관을 보호하고,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식생이 양호한 산지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시·도지사나 대도시 시장이 지정할 수 있는 도시계획상의 용도구역이다. 공원구역은 도시공원 일몰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해 2005년 도입됐으며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되는 도시공원과 달리 일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원구역 지정에 대해 토지 소유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에서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주요 판단 근거는 해당 지역들이 지정 기준에 부합하며,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어 재량권 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국토계획법 및 공원녹지법의 절차와 요건에 따른 것으로서 적법하고, 수인한도를 넘어 원고의 재산권을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재산권 행사에 일부 제한이 가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토지의 사회성, 공공성을 고려하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따른 행위제한 등은 토지 소유주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공원구역 지정으로 소유주가 해당 토지를 원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어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공원녹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매수하도록 청구할 권리가 소유주에게 있다는 점도 서울시가 승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송과 행정심판에서 서울시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제이앤씨 김혜란 변호사는 “항소심과 앞으로 판결이 나올 다른 소송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 현황> 자료: 생명의숲<br />※숫자 표시는 면적(㎡)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 현황> 자료: 생명의숲
※숫자 표시는 면적(㎡)

서울시 제외 지자체 76곳은 ‘민간공원 특례’
여의도 2배 면적을 회색 아파트숲으로 개발
대장동 사례처럼 개발세력 배만 불릴 가능성

서울시가 이처럼 도시자연공원구역이라는 조치를 통해 사라질 위기의 도시숲을 지켜낸 것과 달리 다른 광역지자체들은 개발세력이 일부 부지를 아파트로 개발하고, 대신 공원을 조성하는 식의 ‘민간공원 특례제도’라는 손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

시민단체 생명의숲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14개 광역지자체 76개 도시공원에서 민간공원 특례제도를 통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민간 건설회사가 토지를 강제 수용해 부지의 30%를 비시설, 즉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대상이 된 76곳의 전체 면적은 30.24㎢이다. 이 가운데 공원으로 조성되는 면적은 약 18%가량인 24.92㎢, 개발되는 면적은 5.31㎢다. 도시공원 일몰 이후 채 2년도 되지 않아 여의도 면적(2.7㎢)의 2배에 해당하는 도시숲이 아파트로 개발되고 있는 셈이다.

도시공원일몰제 대상지의 기관별 소유 면적.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도시공원일몰제 대상지의 기관별 소유 면적. 2020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

민간공원특례사업에 대해서는 토지 강제 수용으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는 데다 재산권 침해와는 무관한 국공유지가 포함되고, 지나친 환경 훼손이 벌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다 성남시 대장동의 사례처럼 개발세력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의숲 최승희 활동가는 “도시공원 일몰을 막기 위해서는 국공유지 제외, 토지 매입,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들은 공원 조성을 빙자한 아파트 개발사업인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을 추진했다”며 “서울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들은 ‘돈이 없다’며 공원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부득이하게 특례사업이 추진될 경우 아파트 면적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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